“남편이 죽었어요. 이제 환불해주실 건가요?”
5월 18일. 별 표시된 캘린더. 연이은 휴가 일정과 함께 적힌 단어, 결혼식. ‘민조’(윤혜리)는 미간을 찌푸리다 5월 18일을 포스트잇으로 가린다.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대기업 직장인 남자친구가 뉴스에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게 평화로웠다. 모자이크 처리가 된 채 지하철에서 걸그룹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지 지퍼를 내리는 만취한 남성이 인터넷에서도 화제다. 민조의 결혼은 시작도 전에 끝이 났다.
어쩐지 전날 비가 왔고, 어쩐지 아침에 프라이팬 위로 곤계란이 쏟아지더니. 더운 날 냉면을 먹으러 온 가게에서 흘러나온 뉴스로 남자친구의 추태를 보게 된 민조는 결혼식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애쓰기 시작한다. 우선 남자친구 ‘영환’(서벽준)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예식장부터 신혼여행 티켓과 패키지를 모두 취소하고, 캐리어도 환불해야 한다. 규정상 환불이 어렵다는 상담 직원의 목소리에 민조가 들이민 건 소비자보호법이 적힌 노트다. 법 조항을 읊던 민조는 결국 초강수를 둔다. 남편이 죽었어요. 이제 환불해주실 건가요? 라고. 민조의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