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오늘은 어디에서 인디즈 큐를 보고 계신가요? 사무실 책상 앞, 학교 정문 앞, 버스 안 등등... 다양한 곳이 있지만 이왕이면 편안한 집에서 보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우리 집, 내 집이라고는 하지만... 진짜 '나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단군시대부터 돈을 모았어야 살 수 있다는 서울의 집 한 채, 로또 1등이어도 살 수 없는 신도시 아파트...💸 무시무시한 구전설화처럼 '내 집'이란 건 제 현실과는 다른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전월세도 불안하다니! '영끌' 부동산 투자가 뜨거워진 바람에 갭투자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셋집도 늘어났대요. 그나마 빌려서 마련한 보증금으로 빌려서 살던 집도 사라지면 대체 어디로 가야하나요? '그냥 깡통에서라도 살게요!😫'

<홈리스>에는 끌어다 쓸 영혼도 없어서 차라리 영혼을 팔고 싶은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어린 부부 한결과 고운은 내 몸 하나 건사하면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한살배기 아이 우림을 돌보며 사는 것이 그들의 목표인데요. 이 최소한의, 유일의 목표가 가장 어렵습니다. 새로운 가족을 꾸려나갈 집이 한순간에 보증금 사기로 사라졌거든요. 잘못한 사람을 잡으면 잘못도 바로잡히는 줄 알았는데, 집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타협이 되는 부분도 아니죠. 두 사람은 어떻게든 세 사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야합니다. 그야말로, '어떻게든'이요.

살지도 않을 집 여러 채를 바란 것도 아닌데, 누군가는 왜 집을 가질 수도 없는 걸까요? 모든 사람의 집 평수가 같지는 않더라도, 모든 사람이 집에서는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님, 지금 머무는 집에서 행복한 일들이 많이 생기길 바랄게요!🍀

양심과 이기심 사이를 줄타기하게 만드는

〈홈리스〉

 

영화는 한 모델하우스에서 한결(전봉석)과 고운(박정연), 그리고 그들의 아이 우림(신현서)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있고 그들의 대화는 온통 당장 그들의 생존과 직결된 주거에 관한 것뿐이다. 이 짧은 순간만 보더라도 이들에게 기본적이고도 가장 강력한 동기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아이가 있는 한결과 고운 부부에게 가장 간절한 것은 으리으리하고 멋들어진 집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고 그들의 몸을 편하게 뉘일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살아가는 데에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바로 그 집이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모든 순간 집을 얻기 위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젊은 부부의 간절함은 영화가 자아내는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보증금 사기를 당한 후 더욱 더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인 한결과 고운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뜻하지 않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우림이 상처를 입어 30만원이라는 치료비를 내게 된 것이다. 더불어 배달 일을 하던 한결이 잠시 오토바이를 밖에 두고 배달을 완료하고 돌아오는데 누군가의 장난으로 오토바이가 사라지는 일도 발생한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아 온다고 보증금을 훔쳐서 달아난 공인중개사를 잡았지만 돈을 다 써버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기까지 한다. 최악의 상황에 처한 정연은 이때 한결에게 돈이라도 훔쳐오라는 말을 내뱉는다.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법이라도 어기라는 말은 도덕과 법의 영역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지만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타당하고 합리적인 말이다. 따라서 사회가 만들어둔 규칙보다 당장 살아가는 것이 급한 한결과 고운에게 이런 말이 나올 때 관객들 또한 차라리 범법행위라도 저질러서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한결과 고운은 가난이라는 벽 앞에서 끊임없이 양심과 이기심 사이를 오간다. 한결이 배달 일을 하면서 친해진 할머니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갈등은 극대화된다. 할머니가 미국 여행을 간 뒤 할머니의 집에 자리한 이들 가족은 일견 안정감을 찾은 듯 보인다. 하지만 할머니의 방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거나 초인종 소리가 들릴 때 불안해하는 한결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 결국 아이를 찜질방이 아닌 집에서 키우고 싶었던 젊은 부부는 찾아온 복지사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 집에서 당분간 살아가기로 한다. 감옥에 가는 것보다 그동안 가난에 시달리며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이 더욱 지긋지긋했던 것이다.

그들의 거짓말은 언제 탄로날지 모르는 폭탄 같은 위태로움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사회의 통념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이 정말 그들의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홈리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젊은 부부의 감정적이고 금전적인 위태로움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가난한 청년 부부가 줄타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들의 모습은 현실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이야기이기에 이들이 느끼는 공포는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청년 세대는 이미 현재의 벌이로는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많은 서울의 아파트 중 내가 살 집 하나가 없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다. 임승현 감독의 〈홈리스〉는 이렇게 우리 사회가 법의 안전망 안에서 지켜주지 못해 매일매일 인간의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리고 갈등하게 되는 한결과 고운을 조명하면서 가난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심리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탐구한다.

인디즈 김소정

가끔 그런 오싹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서로를 아파트 이름으로 부른다거나, 임대아파트 주민들을 일컫는 용어들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들이요. '요즘 아이들' 같은 말을 함부로 하기는 부끄럽습니다. 당연히,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일테니까요.

어떤 어른들은 아이에게 좋은 보금자리를 주는 대신, 사람을 재단하는 사고방식을 되물려 준 것 같아요. 집으로 사람을 말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있을까요? 초등학생 현지의 이야기를 만나면 많은 생각이 들 거예요💬

인디즈 큐가 깡통 이전에도 탐을 냈던 곳이 있었으니...바로 달팽이 등껍데기였답니다🐌 오늘의 레터를 보내면서 떠올랐던 지난 레터, '이사 특집' 레터를 소개해드릴게요. 집을 옮기는 이야기가 담긴 독립영화들을 다루면서 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