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나는〉 (감독 오성호)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37 〈그 겨울,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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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오늘의 큐 💡
Q. 왜 이렇게 추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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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잘 지내시죠 저는 눈사람이 되었습니다...⛄
요새 정말 왜 이렇게 춥나요?😩 지난 주말엔 기온이 무려 영하 십오도까지 떨어지고 폭설이 내린 곳도 있었죠. 듣자하니 북극의 찬 공기를 잡아두는 힘이 약해져 한반도까지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데요. 무언가를 붙잡는 힘이 약해지면 마음에도 찬바람이 새어들어오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가스비가 오르니 난방을 켜기도 망설여지는 요즘, 집안에서 내 마음이 이렇게 더 좁아질 때 길위의 사람과 동물들은 얼마나 여유가 없어질지 생각하게 됩니다. 삶의 추위에 한없이 마음이 움츠러드는데요.
<그 겨울, 나는>은 사랑으로 지탱하던 두 사람의 마음이 한파 속에 조금씩 둔해지는 모습을 담아냅니다. 스물 아홉, 혜진과 경학은 연인이자 취준생입니다. 각각 공무원과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쉽지 않아요. 배달일을 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하며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두 사람.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삶은 조금씩 궁핍해집니다. 갈수록 사랑과 관계에 메마를 수밖에 없는 세상, 함께 소개할 단편영화 <나랑 아니면>에서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님, 추위에 약해졌던 마음이 인디씨커들이 보내준 연말 인사로 조금 더 단단해졌어요🌞 서로가 있다는 것이 큰 위로인 요즘, 님의 마음이 얼어붙지 않도록 인디즈 큐가 옆에서 꼬옥 팔짱을 끼고 있을게요🐧 다음주에도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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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사랑의 풍경
〈그 겨울, 나는〉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연인이 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학과 공기업 채용을 준비하는 혜진. 어머니의 빚을 떠안게 된 경학은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으로 뛰어들고, 공기업 채용에 끝내 탈락한 혜진은 중소기업에 입사한다. 혜진의 어머니는 모든 면에서 경학이 못마땅하고, 먼저 ‘사회’로 진출한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경학은 관계의 불안을 느낀다. 무너지는 관계 앞에서 남자 경학은 소리친다. 영상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어온 ‘보편적인’ 소재들이 있다. 몇 살엔 꼭 취직을 해야하고, 얼마를 벌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한국 사회의 정상성에서 기반한 청년들의 우울 혹은 열등감의 풍경들. 하지만 〈그 겨울, 나는〉은 전형적인 영화가 아니다. 여기에는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
사랑은 작은 시선들에 숨 쉬지만, 세상의 문제는 작은 시선들을 지워버린다. 경학의 배달 노동은 영화 바깥에서 관객이 떠올리는 불안을 부른다. 배달원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배달 노동의 이면에 존재하는 안전 문제를 우리는 알고 있다. (...) 인물들은 나쁜 일을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는다.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노동과 여성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문화의 문제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는가. 인물들 또한 그렇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묵묵히 다음 일을 한다. 〈그 겨울, 나는〉은 인물에게 벌어지는 나쁜 경험을 극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사회 문제’라고 쉽게 이야기되는 보편적 일화들이 어떻게 인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바라본다.
사회에 나서는 일이 불안에 대처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된 세상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남겨두기란 어렵다. 경학은 혜진을 떠올릴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경학과 혜진의 사랑의 풍경이 서서히 무너진다. 같은 쇼트 안에서, 서로 혹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둘의 모습이 사라진다. 혜진의 시선 속에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경학은 소리치고 몸에 손을 대는 ‘보편적인’ 나쁜 남성으로 분명해버린다. 그 변화가 무척 슬프다.
나쁜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다른 선택을 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물 흘러가듯 나쁜 세상 속에 놓인 보편적 인간은 어떤 상태에 놓이게 될까. 똑같은 삶은 세상에 없겠지만, 한 개인이 아니라 통계나 표현 속에 남겨지는 보편적 삶이 있다. 〈그 겨울, 나는〉은 한국의 보편적인 청년이 놓인 상태를 경험하게 만드는 데 있어 사랑의 문제를 가져온다. 정상성의 요구에 답해야 하는 20대의 한 명이 아닌, 수많은 취업준비생의 한 명이 아닌, 경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명의 삶을 그리기 위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려낸다. 하지만 경학은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에 답하지 못한다. 그를 탓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쉬운 일이다. 그의 일상 속에서 타인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경험되는 불안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기 너무나 쉬운 세상이다.
영화의 마지막, 경학은 다시금 육체노동의 자리로 돌아온다. 서울을 떠나, 지방의 공장에서 일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무리가 보이고, 소리 지르는 사장이 보인다. 따뜻하게 경학을 환대해주는 공장 아저씨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배달노동을 지켜보며 떠올렸듯, 공장에서의 육체노동을 지켜보며 산재사고를 떠올린다. 다시금 사고의 위기가 그려진다. 하지만 다행히도 경학은 다치지 않는다. 경학은 엉엉 운다. 경학은 다시금 포기했던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이를 두고 일말의 반성, 혹은 슬픔의 해소라고 말할 수 없다. 그가 경찰이 된다고 얼마나 세상이 나아질 수 있을까. 나쁜 세상 앞에서 멜로드라마와 성장 서사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세상의 문제는 서로의 환대를 똑바로 경험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과 조바심을 남긴다. 〈그 겨울, 나는〉이 그려내는 세상의 풍경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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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는〉 감독 오성호|100분|드라마|15세이상관람가
스물아홉 동갑내기 커플 ‘경학’과 ‘혜진’은 내일을 위해 뜨겁게 공부하고,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사랑한다. 하지만 ‘혜진’이 먼저 취업을 하게 되자 점점 서로의 ‘내일’과 ‘오늘’이 변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경학’이 엄마의 빚을 떠안으며 공부도 사랑도 위기를 맞게 되는데…
사랑조차 피곤했던 그 겨울,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솔직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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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연인들에게
〈나랑 아니면〉
사랑이 지나간 흔적은 가까울 수록 선명하기 때문일까. 청춘의 겨울날은 유독 아프고 시리게 묘사되곤 한다. 매해 새로운 촛불은 돋아나고, 아홉수는 성실하게도 제자리를 찾아 나선다. 사람마다 아홉수가 사납다는데, 나의 겨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늘 궁금했다. 내가 아는 사랑은 동계를 겪으며 약해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나랑 아니면>와 같은 영화들이 내게도 와 닿길 바랐다.
정말 이상했던 2020년의 겨울. 모두가 마스크로 차가운 바람 속 인적을 차단했다. 예민한 소음 사이에 우뚝 선 사진 액자 여러 개, 그리고 하나의 트럭. 그 앞을 서성이는 한 남자.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의 손에는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가 들려있다. 예식장 청소 일을 하는 김수와 박원 부부에게는 다가오는 봄에 계획이 있다. 너와 내가 아니면 할 수 없으며, 너와 나였기에 미룰 수 있었던 일. 텅 빈 예식장에서 조촐하게 식을 올리고자 했던 바람은 마스크 너머로 차단된다. 그래도 집에 돌아온 부부의 손은 여전히 굳건했다. 컴컴한 방의 불을 켜고 공기 놀이를 하는 두 사람은 어쩌면 내가 바라던 무언가였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몇 개의 아홉수는 하나의 명제를 접속사로만 설명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들. 어떠한 불안도, 결핍도, 고독도 미처 대입할 수가 없는 그런 것들. 그럼에도 어떤 계절에서 사랑이 빠질 순 없다. 그래서 다양한 마음 중에서도 사랑이 가장 피곤하지 않을까 감히 짐작한다. 너의 청춘과 나의 여생을 합해야 하니까. 어김없이 이번 겨울을 나고 있는 연인들에게 이렇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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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아니면〉 감독 박재현|33분|드라마
노년의 나이로 청소 일을 하고 있는 김수와 박원 부부. 코로나 전염 사태가 심각해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예식장마저 쉬게 된다. 오랜만에 집에서만 함께 있게 된 두 사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시간에, 시장 앞에서 사진을 인화해 주는 차량을 본 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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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속 경학과 혜진의 모습은 어떨까요? 오성호 감독의 단편영화 <눈물> 속 홍민과 미진은 기쁜 마음으로 기념일을 맞이하지만,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선 사랑만큼이나 돈도 필요해보입니다. 26분으로 압축된 여름날 연인의 이야기, <눈물>과 <그 겨울, 나는>을 함께 보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권다함, 권소현 배우만큼 인상적인 곽민규, 손예원 배우의 연기도 돋보인답니다. 오성호 감독의 2016년 단편 <연애경험>도 볼 기회가 있다면 꼭!! 챙겨보시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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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2018 |감독 오성호|26분|드라마|15세이상관람가
가난한 커플이 3주년 기념일을 맞아 그럴듯한 데이트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쇼핑도 하고 놀이공원에도 가려는 그들의 계획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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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는>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 경학과 혜진, 오성호 감독과 직접 만난다🙆♀️ 2022년을 하루 남긴 30일 저녁, 오성호 감독과 권다함, 권소현 배우가 극장에 찾아와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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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는〉 인디토크 일정 ❄️
일시: 12월 30일(금) 오후 7시
참석: 오성호 감독 | 권다함, 권소현 배우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 참석자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 행사 당일 온라인 예매 환불이 불가합니다. (현장에서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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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지난 주말까지 인디즈 큐 연말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건네주신 따스한 인사 덕분에 추위에 움츠러들던 마음이 풍요롭게 채워졌답니다🥺 이벤트에 참여해주시고 인디즈 큐를 읽어주시는 모든 인디씨커 분들께 압도적 감사를 전합니다🙇 당첨되신 분들께는 오늘중 안내 문자가 발송될 예정입니다. 모든 분께 감사의 뜻을 담은 선물을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에요. 인디즈 큐에 내어주시는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앞으로도 독립영화에 보다 진심인 레터를 보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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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올해의 마지막 레터에서는 올 한해 인디씨커가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 무엇인지 공개될 예정이랍니다😆 과연 독립영화 러버들은 올해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했을까요? 궁금하다면 다음주 수요일에 메일함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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