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꽃의 전설> (감독 고희영)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75 〈물꽃의 전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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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오늘의 큐 💡
Q. 들어는 봤나? 🌊🌸의 전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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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물꽃의 전설'을 들어보셨나요? 물꽃이라는 단어도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저 역시 〈물꽃의 전설〉을 보기 전까지는 물꽃을 생소하게 여겼는데요. 아름다운 바다 저 깊은 곳에 물꽃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오래전부터 해녀들 사이에서 돌았다고 하지요. 무려 87년 동안 일평생 바다의 곁에서 해녀로 일해온 현순직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물꽃의 전설〉. 제주 성산읍의 삼달리 바다는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다는 현순직 해녀의 말을 듣다 보면 그 세월의 깊이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현순직 해녀가 바다에서 일하며 살아온 세월은 물론 물꽃이 숨겨져 있다는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 역시 영화에서 만날 수 있어요.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물꽃을 기억하며 해녀 일을 이어가고 싶은 현순직 할머니의 소원,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물의 안과 밖에서 각자의 소망을 향해 오늘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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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어볼 이야기
3. 📽️ 말 그대로, 숨 참고 바다로 다이브! - 〈물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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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된 아름다움을 찾아서
〈물꽃의 전설〉
해녀는 용궁에서 태어나서 용궁으로 돌아간다. 〈물꽃의 전설〉은 바다는 말이 없지만,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아름다운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녀는 그들이 꿈꾸는 고통 없는 섬인 이어도를 반복적으로 부르며 물질의 고달픔을 노래한다. 영화에는 바다의 신, 바람의 신, 용왕할머니를 담은 영등굿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물꽃의 전설〉은 이 신화적인 대상을 주체가 세상 속에 자신을 고정시키는 근원적인 서사로 뒷받침한다. 현실 세계에 카메라는 향하고 있지만, 그 현실을 감싸는 허구의 픽션적 세계관이 있는 셈이다. 이들이 숭배하는 것은 현실에 필요로 하는 환상의 버팀목이며, 이는 다큐멘터리에서 기록된 현실의 순간들, 특정한 서사의 생산이 명확히 밝혀지는 고전적인 성찰의 순간들과 대면하게 한다.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움의 이미지가 있지만, 말 그대로 전설일 뿐, 눈으로 볼 수 없고 더 이상 만질 수도 없다. 아름다운 바다를 되살리고 보존하는 해녀 문화와 어업 노동도 마찬가지다. 세대 간의 전승이 되어야 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후략)
인디즈 조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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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꽃의 전설〉 감독 고희영
92분|다큐멘터리|전체관람가
87년 경력 현순직 해녀는 전복과 소라가 가득하고, 물꽃이 만개했던 바닷속 비밀 곳간이 늘 그립다.
반면 서울에서 고향 제주로 돌아와 물질을 시작한 채지애 해녀는 삼달리 해녀라면 누구나 가 보고 싶다는 그 곳간이 궁금하다.
상군 해녀와 막내 해녀라는 간극에도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은 물꽃이 손짓하는 비밀의 화원을 다시 보기 위해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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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역설
〈물꽃의 전설〉과 〈칠곡 가시나들〉
찾을 수 없는 자들만이 될 수 있기에 전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 아무리 대단하고 멋있는 얘기일지라도.
〈물꽃의 전설〉은 제주도 해녀들의 발자취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서울살이를 마무리하고 다시 제주로 향한 채지애 해녀는 고향에서 현순직 해녀를 만난다. 현 해녀는 해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계급인 대상군. 87년이라는 긴 세월을 바다와 함께한 만큼, 물질은 곧 그녀고 그녀가 곧 바다다. 나이와 경력 모두 다른 둘은 입으로만 전해져온 물꽃을 찾아 바다로 함께 뛰어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메말라 버린 물속 사정은 물꽃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만든다. 이름만 남은 물꽃을 곱씹으며 관객은 해녀와 함께 분노하고 기도한다. 해녀들마저 전설로 앗아가지 않기를. 인간의 이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간절한 바람뿐이다.
〈물꽃의 전설〉이 잃어버린 자연을 담았다면 〈칠곡 가시나들〉은 전설조차 되지 못한 잊힌 인생을 노래한다. 2019년 개봉한 이 영화는 글을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7명의 할머니의 얘기를 조명한다. 한글 교실에서 처음 배운 자모임에도, 할머니들은 일필휘지로 시구절을 지어낸다. 짧은 문장에서 배어 나오는 것은 그들의 인생. 삶의 풍파, 애환, 그리고 웃음 담긴 시구를 들으며 관객은 기록할 언어조차 얻지 못했던 그들의 삶을 엿본다. 생이 저물어가는 시점일지라도 흔적처럼 남아있는 치열함의 기억은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이들 또한 세상에 존재했다고. 못다 읽은 시 구절이 가슴에 메아리친다.
인디즈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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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가시나들〉
감독 김재환|99분|다큐멘터리|2019
‘묵고 시픈 거, 하고 시픈 거’ 더 없는 인생 팔십 줄 별일 없던 칠곡 할머니들 인생에 별일이 생겼다!?
때론 컨닝도 하고, 농띠도 피워가며 ‘가갸거겨’ 배웠더니 어느새 온 세상이 놀 거리, 볼 거리로 천지삐까리!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르, 열일곱 가시나가 된 할머니들 이제 매일매일 밥처럼, 한 자 한 자 시를 짓게 되는데… "고마 사는 기, 배우는 기 와 이리 재밌노!"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 할머니들의 두근두근 욜로 라이프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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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몇 시간을 바다에 들어가 있어도 그다음 날 또! 더 깊게 빠져들도록 이끄는 바다의 매력, 님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물꽃의 전설〉을 연출한 고희영 감독의 또 다른 해녀 영화 〈물숨〉도 한번 만나보세요. 어쩌면 이생이 끝나는 그날까지 바다에서 함께 하기를 간절히 원했던 현순직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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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숨〉 감독 고희영
81분|다큐멘터리|전체관람가|2016
해녀 중에서도 가장 강인하기로 소문난 제주 우도 해녀, 그녀들은 말한다. 바다는 욕신에 사로잡히는 순간 무덤으로 변하지만,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바다의 여인, 해녀 언니들에게서 배우는 명쾌한 ‘숨’의 한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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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다음 주의 독립영화
📽️ 9월 20일, 인디즈 큐가 만나볼 영화는?
힌트: 👩"취미가 뭐에요?" 😉"복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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