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 (감독 김미영)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80 〈절해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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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오늘의 큐 💡
Q.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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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하나뿐인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김미영 감독의 영화 〈절해고도〉는 어쩌면 타인을 통해 내 인생을 두 번, 또는 다시 한번 살아볼 수도 있겠다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한때는 전도유망한 조각가였던 '윤철(박종환)'은 이혼 후 삶에 지쳐 방황하는 중입니다. 그런 그에게는 미술의 재능을 물려받은 듯하지만 역시나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는 딸 '지나(이연)'가 있지요. 어느 날 지나는 돌연 출가를 선언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스님 '도맹'으로의 삶을 살게 됩니다. 문득 윤철은 '예술가가 되지 못하면 스님이나 신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되지요. 내가 어렴풋이 그렸었던 삶을 대신 살아가고 있는 딸을 보며 윤철은 인생의 여러 갈래에 놓인 길들과 함께 자신만의 '절해고도'를 생각하게 됩니다.
'절해고도'는 바다 건너 외로운 섬, 육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섬이라고 합니다. 윤철에게 절해고도는 본인이 그토록 소망했지만 이룰 수 없던 꿈이었을 수도, 또는 딸이 대신 이룬 꿈일 수도 있겠지요. 오늘은 영화 〈절해고도〉 속에 나타난 마음들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멀게만 보이는 섬 같았던 마음들이 사실은 굉장히 가까웠다는 것을, 그 마음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여러 번 살아갈 수 있음을 인디즈의 글과 함께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생의 비탈길을 두 발로 묵묵히 걸어가는 '윤철'을 연기한 박종환 배우의 또 다른 작품, 〈소설가 구보의 하루〉도 더불어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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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절해고도〉
윤철은 한때 전도유망한 조각가였다. 그러나 작품 활동만으로는 사정이 여의치 않기에 지금은 인테리어 업자를 겸하며 생계를 이어 나간다. 이런 윤철에게 거의 유일한 버팀목은 그의 딸 지나이다. 이혼한 아내를 따라 떨어져 지내는 지나는 미술적 재능만큼은 윤철 자신을 닮아 타고났다. 그러나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은 지나의 독창성을 굳은 표정으로 대한다. 점점 학교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간 지나는 방황을 거듭하다 출가를 감행한다.
지나가 거센 혼란을 헤집는 사이, 윤철은 또 다른 감정을 맞닥뜨린다. 윤철은 지인과 들으러 간 역사 수업에서 영지를 알게 된다. 지적이고 냉철한 강사 영지와 그의 빈틈을 파고드는 수강생 윤철. 상대방의 폐허가 된 마음을 어루만지던 둘은 새로운 호흡으로 일상을 꾸려나간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날들을 보내던 윤철과 영지는 언젠가부터 불안정한 기류를 감지한다. 크고 작은 불신이 계속하여 결별을 택한다. 이후 두 사람은 공백을 둔 채 각자의 삶을 챙겨 나간다. (중략)
꺾이고 요동치는 삶의 항로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이 있다. 모양과 촛불 개수가 다른 생일 케이크가 매해 같은 날 눈앞에 놓이는 것처럼 말이다. 케이크를 조각내어 나눌 사람이 있을 수도, 혹은 그 누구도 없을 수 있다. 영화는 말해준다. 마치 ‘절해고도’ 같은 외딴곳에 머무르더라도 그건 영원치 않은 것이라고. 나를 좋아하다가도 싫어하는, 그러다가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오고가기를 반복할 것이라고. 그렇게 삶은 기쁨과 슬픔이 한 덩이로 굴러가는 것이라고.
인디즈 김채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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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
감독 김미영
출연 박종환, 이연, 강경헌
110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촉망받는 조각가였던 윤철은 아내와 이혼 후 지방 소도시에서 무엇이든 납품하는 인테리어 업자로 살고 있다. 윤철에게는 지나라는 딸이 있는데 그녀는 아빠를 닮아 미술에 재능을 보인다. 어느날 지나의 고등학교에서 윤철에게 호출이 오고 기괴하고 어두운 그림을 아무데나 그리며 문제아로 낙인 찍힌 지나는 미대 진학을 포기한 채 갑작스레 출가를 선언한다. 윤철 또한 바람처럼 자신에게 불어온 여자 영지를 만나 예측하지 못한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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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
〈절해고도〉와 〈그녀들의 방〉
때로는 한 걸음 내딛는 일이 마치 타인의 거리를 읽어내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어그러지는 환상인지, 관계를 가로지르는 희망인지, 그 사이를 들여다보는 영화에서 걸음과 걸음 사이가 유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 어딘가 도달하는 마음 한가운데에 상상해 볼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케이크에 올라간 작은 촛불일지도, 누군가의 어색한 포옹일지도, 악수를 건네는 건조한 손길일지 모른다. 끈끈하지 않더라도, 〈절해고도〉 와 〈그녀들의 방〉 에는 잠깐이지만 곁에 머무르는 어떤 마음이 있다. 〈절해고도〉 에서 윤철에게 어느 날 성큼 다가온 영지의 존재는 뜻밖의 선물 같았고, 인생의 절정 같았다고 말한다. 후 불면 금방 꺼지는 촛불처럼 잠깐 안착했다가 떠나버리기도 하지만, 이들은 두 번, 세 번, 서로의 촛불을 빈다. 비록 거리의 여백을 채우는 걸음이 헛되거나 실패에 가까울지라도, 그렇게 사람 사이에서 나부끼는 인생이 덧없게 느껴질지라도, 그것은 언젠가 결코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쌓아 올려지는 것임을 깨닫는 과정에 있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 내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 너머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다시 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게끔 우리의 곁을 지켜주는 믿음이다. 그러니까 인물들 사이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는 촛불은 금방 서먹하게 바스러지기도 하지만, 이 작은 온기 하나가 커다란 세상에서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는 존재라고 영화는 말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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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방〉
감독 고태정|106분|드라마|2008
학습지 교사 언주는 가난이 지긋지긋하다. 고시원에 거주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언주의 소망은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이다. 그녀는 시간이 나면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 들려 구할만한 집을 알아본다. 그러던 어느 날 부유촌의 큰 집에서 노숙자가 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 곳은 석희라는 중년의 여인이 홀로 사는 집이었다. 언주는 석희가 가진 것을 은근히 부러워하지만 석희야말로 외로움이 가득한 인물이다. 석희는 자신을 구해주었던 노숙자를 위해 항상 식탁에 밥상을 차려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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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독립영화 주연 15년차(!)를 맞은 박종환 배우, 최근작 〈컨버세이션〉을 비롯해서 출연한 작품들의 목록은 매해 쌓여가고 있는데요. 그 중 2021년 12월에 개봉했던 〈소설가 구보의 하루〉를 소개합니다. 소설가 박태원의 중편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모티브가 된 이 영화는 현대의 소설가 '구보'에게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일들을 담고 있지요. 〈절해고도〉에서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했던 윤철의 상념, 어쩌면 구보 역시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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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의 하루〉
감독 임현묵
출연 박종환, 김새벽
73분|극영화|2020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집하며 글을 써오고 있는 소설가 구보(박종환)는 선배 기영(김경익)이 편집장으로 있는 작은 출판사에 자신의 소설 출간 여부를 결정지으러 부푼 마음을 안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기대치 못한 소식을 들은 구보는 허탈한 마음으로 거리를 배회하면서 다양한 지인들과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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