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해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온 '한영(이설)'에겐 고민이 있습니다. 할 줄 아는 중국어를 활용해 여행 가이드가 되기로 했지만, 손님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그녀의 걱정이었죠. 중국과 대한민국의 관계가 위태로워지며 여행 산업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기 때문입니다.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인데, 겨우 얻은 일자리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고..! 믿어 의심치 않던 소중한 친구들도 하나둘 떠나가던 찰나, 한영은 점점 자신의 바람과 희망에 대한 믿음까지 줄어드는 걸 느끼게 됩니다. 

곽은미 감독의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설 배우가 연기한 '한영'을 앞세워 한 사람이 겪는 위태로운 시절을 그립니다. 특기와 재능을 활용해 직업을 선택했지만, 사회-국가 차원에서의 일들이 한 개인을 무너뜨릴 때 한 사람은 작게나마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게 하지요. 어쩌면 이런 일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일 같아요.

그럼에도 긍정을 잃지 않고 꾸준히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힘, 오늘 소개해 드릴 인디즈의 글과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한영'과 마찬가지로 탈북의 과정을 절절하게 겪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마담 B〉의 이야기와 함께, 곽은미 감독의 전작 단편 〈대자보〉도 함께 만나보세요.

1. 📖 한영의 풀이 방식 - 〈믿을 수 있는 사람〉 리뷰

2. ⏳ 모래를 쥐어 보는 일 - 〈마담 B〉와 함께

3. 🎁 영화가 1+3 ?! - 〈오늘, 우리〉 속 〈대자보〉

아주 고운 모래가 가득한 해변, 손으로 모래를 떠 쥐어본다. 곧바로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 알갱이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모래를 쥐는 일과 유사해 보인다. 아무리 꽉 움켜쥐어도 이내 날아가고 마는 모래처럼 여러 사람에게 굳건히 향해있던 믿음 역시 머지않아 잇따라 구부러진다. 그럼에도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할 순간을 피할 수 없기에 폐기된 믿음을 새로운 만남을 통해 갱신하며 삶을 이어 나간다. 

그리고 여기, 믿음이 주는 상처에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믿음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인물이 있다. 바로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속 한영이다. 영화는 탈북 여성인 그가 서울에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함께 탈북한 동생의 실종과 직장 동료들의 견제, 하나뿐인 친구의 이민까지, 켜켜이 쌓이는 불신과 배신의 사건들에도 한영은 믿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돈을 많이 벌어 서울에 살겠다'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꿈을 간직한 채. (중략)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 노동자가 어떤 차별과 수모를 겪는지, 이에 더해 여성이기에 추가적으로 마주하는 위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영화이다. 이에 주안점을 둔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윤재호 감독의 〈마담 B〉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담 B〉는 중국으로 월경한 탈북 여성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윤재호 감독은 〈마담 B〉 외에 탈북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두 편의 영화 〈뷰티풀 데이즈〉와 〈파이터〉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마담 B〉를 나란히 살펴보면 탈북 여성의 이야기가 영화적으로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관해 보다 풍부한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한 단편을 연출해 온 곽은미 감독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곽은미 감독은 〈갈거야〉, 〈첫 데이트〉, 〈열정의 끝〉 등의 단편을 선보이며 다수의 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나기도 하였지요. 그중 롱테이크의 형식과 함께 '대자보'를 소재로 강렬한 주제를 만들어 낸 영화 〈대자보〉를 소개합니다. 제23회 인디포럼에서 관객상을 받기도 한 〈대자보〉는 옴니버스 영화 〈오늘, 우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곽은미 감독의 영화와 더불어 멋진 세 편의 단편영화를 볼 수 있는 이 작품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