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투성이 연인> (감독 유지영)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86 〈나의 피투성이 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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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오늘의 큐 💡
Q. 🤰 임신, 꼭 축하받을 일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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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11월의 마지막 주에 보내드리는 인디즈 큐 뉴스레터! 11월에도 다양한 독립영화들 많이 만나셨나요? 사실 이번 한 달 동안에는 인디즈 큐를 통해 소개해 드린 영화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독립영화가 개봉하며 관객분들을 만났는데요, 바로 내일은 독립영화인의 축제 '서울독립영화제'가 개막을 앞두고 있어요. 요즘은 어느 때보다도 우리 주변에 독립영화가 훨씬 많이 넘실대는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유지영 감독, 한해인, 이한주 배우 주연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입니다. 서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커플 '재이'와 '건우'에게 임신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다가오며 영화는 시작되는데요 . 🤰 잘나가는 작가였던 재이의 몸속에 생명이 들어앉고, 학원 강사로 비전을 넓혀가던 건우에게 여러 부담이 다가오며 둘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 이 사정을 알 길 없는 주변 이들은 마냥 임신을 축하하며 둘의 미래를 응원하곤 하지요. 하지만 축하가 무색할 만큼 잦은 다툼과 고민으로 몸도 마음도 모두 '피투성이'가 된 재이와 건우에게 더 이상 출산과 임신은 축하받고 또 축하하고 싶지도 않은 사건이 되어버리지요.
예기치 못한 한 존재가 우리의 곁에 찾아오는 일, 과연 축복받아 마땅한 일일까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이와 같은 고민을 해본 분들에게 절절한 현실의 초상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임신을 다룬 단편영화 〈산후〉와 함께, 작품의 주역인 감독과 배우의 전작들을 함께 보내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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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 볼 이야기
2. 🎁 세계와 '자기만의 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위하여 - 〈산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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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놓인 얼굴.
〈나의 피투성이 연인〉
(중략)
〈나의 피투성이 연인〉에는 음악이 없다. 음악뿐만 아니라 외화면에서 들려오는 소리 또한 드물다. 유일하게 들리는 화면 바깥의 소리는 진통을 마주한 재이를 묘사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드디어 고쳐진 가로등 아래를 지나가며 건우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는 내레이션뿐이다. 첫 번째 소리가 화면에 있는 인물이 겪는 고통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면, 두 번째 내레이션은 화면에 없는 인물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둘은 다르다. 유일하게 화면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내레이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건우는 꿈이 무엇이냐는 재이의 질문에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미래 속에 자신의 자리는 있냐는 재이의 말에 당연히 있다고 답한다. 누군가는 이를 건우의 진심 어린 사랑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모습이 사라진 지금, 그의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라는 소박한 꿈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 영화를 통해 떠올리는 것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상처로 가득한 연인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일 테다. 건우는 어떤 사회의 모습 앞에 침묵하는가. 임신과 출산을 앞둔 재이가 마주하는 말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임신과 출산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자연적 상태는 어느 지점에 놓여있는가. 대답해야 하는 자리에 놓인 우리는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건 어쩌면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우리는 재이를 힘겹게 하는 수많은 반례를 볼 수 있었다.
재이와 미애는 이기적이라고 판단 당하고, 이들의 입장은 쉽게 무시당한다. 그 시선과 별개로 재이는 자신의 글을 써나갈 것이다. 황급히 떠나가는 모습으로 영화 속에서 자취를 감춘 미애 또한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들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애초에 이들이 바깥으로 내몰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건우는 이들에게 손을 뻗지 못했다. 영화에서 퇴장한 건우의 자리에 놓인 것은 우리 관객이다. 이제 우리는 이들의 얼굴 앞에서 우리의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인디즈 김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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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피투성이 연인〉
감독 유지영|출연 한해인, 이한주
155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주목받는 신인 작가 ‘재이’와 성실한 영어 강사 ‘건우’는 비혼, 비출산 커플이다. 그들에게 찾아온 뜻밖의 임신. 자신의 삶을 원하는 ‘재이’와 우리의 삶을 원하는 ‘건우’ 함께라는 미명 아래 다른 꿈을 꾸는 두 사람은 조금씩 무너져간다. 우리 안에서 나를 지킬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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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자기만의 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의 피투성이 연인〉과 〈산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눈에 보이거나 해석되다는 점에 있어서 어떤 각자는 절대 겹쳐질 수 없는 분명함의 영역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 탄생과 죽음, 축복과 재앙, 결혼과 비혼, 지속과 단절, 그리고 너 그리고 나. 동일선상의 양 극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절대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 사이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 일은 누구에게나 항상 곤혹스럽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극단의 연장선 상에서 두 연인이 자기 자신, 그리고 우리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중략)
재이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산후〉에서 아이를 낳은 후 심한 산후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수현(강진아 분)에게도 반복된다. 출산 이후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 딸, 사회의 일원이고 어느 조직의 직장인, 그리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적인 ‘나’는 수현 내부에서 조차 희석되고 모든 관계에서 공허한 결핍과 부족으로 남는다. 내가 되지도 못하였고, 온전한 우리 역시 없는 날들 속에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엄마’라는 정체성은 모성의 신화와 여성의 전통적인 성역할로부터 희생을 강요 받는 이 사회의 수많은 여성들을 돌아보게 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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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16분|극영화|2019
감독 김홍
출연 강진아, 안민영
수현은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다시 사회에 돌아가려 하지만 현실이 수현을 내친다. 가장 가까운 가족인 남편 현식과 수현의 엄마는 수현의 깊은 속내를 이해해주지 못하고 신생아인 아기와 홀로 남겨지는 수현은 자신 내면의 슬픔과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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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감독은 대구에서 나고 자라, 대구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영화를 연출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장편 〈수성못〉과 〈극장쪽으로〉를 소개합니다. 〈수성못〉은 대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오리배 명소 '수성못'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지요. 김예은 배우가 등장하는 〈극장쪽으로〉는 대구의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이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대구의 생생한 모습을 목격해 온 유지영 감독만의 시선이 궁금하다면, 아래 영화들을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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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감독 유지영|출연 이세영, 김현준
88분|드라마|2017
아르바이트와 편입 준비를 하며 인생역전을 꿈꾸는 희정. 치열하지만 짠내나게 살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수성못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에 연루된다. 설상가상 남다르게 치열한 인간 영목과 엮이며 그녀의 평화로운 일상에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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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쪽으로〉
감독 유지영|출연 김예은, 문혜
36분|드라마|2017
대구의 한 공공기관의 리셉션에서 일하고 있는 선미. 특별한 사건 없이 매일 같은 점심만을 먹는 그녀에게 어느 날 쪽지 하나가 전달된다. 똑같은 일상 가운데에 찾아온 작은 사건 하나가 그녀의 알 수 없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 〈극장쪽으로〉는 옴니버스 영화 〈너와 극장에서〉를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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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역의 한해인 배우와 '건우'역의 이한주 배우, 그동안 다양한 작품들에서 독립영화 팬분들을 만나왔는데요. 오늘은 두 배우의 생생한 매력을 마음껏 엿볼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2017년에 제작된 〈나와 당신〉을 통해서 한해인 배우의 앳된 모습을, 최근작 〈평평남녀〉를 통해서 달콤과 쌉싸름 사이 오묘한 이한주 배우만의 매력을 만날 수 있을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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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
감독 박규리|출연 한해인, 이선
26분|드라마|2017
무진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 하던 중 오래된 엄마의 편지를 발견한다. 외할머니의 죽음을 알리러 처음으로 엄마를 만나러 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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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남녀〉
감독 김수정|출연 이태경, 이한주
121분|드라마, 로맨스|2021
영진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좀처럼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준설은 연줄의 힘으로 쉽게 낙하산으로 영진의 상사 자리를 꿰찬다. 영진은 준설을 적으로 생각하지만 그의 공허함에 연민을 느낀다. 영진은 일과 사랑, 그 모두를 얻어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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