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크리스마스 연휴 행복한 시간 보내셨나요? 🎄🎁 일상으로의 복귀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수요일 아침인데요. 그래도 이번 평일 며칠만 지나고 나면 신년 연휴가 기다리고 있으니 🌞 그 생각으로 더욱 힘을 내어야겠어요. 💪

인디즈 큐 뉴스레터가 올해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작품은 〈물비늘〉입니다. 강가에서 벌어진 '수정'의 사망사건을 두고 수정의 할머니인 '예분'은 그날의 진실을 찾아 매일 강가를 서성이는데요. 수정의 절친이었던 '지윤'은 사고의 전말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었고, 사건 내막을 말할지 말지 고민하며 갈등을 빚게 됩니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인물을 그린 〈물비늘〉은 〈홈리스〉를 연출한 임승현 감독의 신작입니다. 오늘은 〈물비늘〉이 그린 만남과 상실에 관해 이야기한 인디즈의 글과 함께, 인디스페이스에서 〈물비늘〉의 주역들과 함께 한 시간을 소개해 드려요. 말하지 않고도 서로의 마음을 용기 있게 짐작하려는 독립영화들과 함께 오늘도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

검은 화면에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이따금 알 수 없는 신호음이 반복된다. 예분은 손녀 수정의 유해 흔적을 찾기 위해 매일 같이 래프팅 사고가 있었던 강으로 나간다. 그러나 금속탐지기로 건져내는 것들은 녹슨 동전이나 자잘한 잡동사니뿐이다. 넓은 화면에 가득 담길 만큼 커다란 강가에 놓인 예분이 보인다. 그가 오랫동안 길고 외로운 길을 혼자 헤쳐 나갔으리라 예상하게 된다. 수정의 친구 지윤 또한 마찬가지다. 종종 래프팅 사고 당일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때때로 수정의 환각에 압도되어 자잘한 일상의 균열에 놓인다. 두 사람은 모두 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무거운 시간 아래 잠겨있는 것 같다.

 

〈물비늘〉은 사고로 소중한 이를 잃은 예분과 지윤의 이야기다. 〈아유데어〉의 선주는 병원에서 사고로 딸 유나를 잃었다. 오래전 하늘호가 하늘로 발사되던 순간이었다. 또다시 세계는 한빛호가 우주를 향해 나아가려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에게는 이명이나 세탁기 고장처럼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일들이 반복된다. 잔잔한 일상에서 불쑥 맞닥뜨리는 상실의 파편들은 알 수 없는 신호 같다. 상실의 깊이를 헤아릴 방도는 없다. 다만 영화는 선주가 무거운 시간을 겪게 하는 대신 부재하는 이가 우리 곁에 어딘가 존재한다고 믿게 한다.

 

어떤 믿음은 현재를 지속할 동력을 준다. 예분과 지윤이 서로 마주 보게 되는 것처럼 선주 또한 무력에 잠식되지 않는다. 고장 난 세탁기 밑에서 들춰낸 하트 목걸이와 사탕 반지는 멈춰있던 시간을 마주하도록 이끈다. 영화의 막바지에 선주는 신호를 따라 움직인다. 긴 시간이 지나도 선주의 일상에 나타난 유나의 신호는 온 우주의 마음처럼 요동치게 만든다. 부감으로 내려다보던 선주가 위로 올려다본다. 우주 탐사선 불빛과 반지의 불빛, 그리고 이명과 낱낱이 울리는 신호음의 메타포가 반복되는 순간 유나가 우주 아래 어딘가 존재할 것이라 믿게 된다. 인물이 바라보는 풍경을 통해 사라진 이의 곁을 위무하는 영화의 노력이 감명 깊다.

쟁쟁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던 〈물비늘〉의 주역을 소개합니다. 바로 김자영, 홍예서 배우와 함께 한 시간인데요. 개봉 첫 주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물비늘〉 인디토크에는 임승현 감독도 함께하며 영화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지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서로의 관계에 있어 자연스러운 연기를 어떻게 펼쳐낼 수 있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아래 대화를 구경해보세요!

임승현 감독의 전작 〈홈리스〉를 소개합니다. 사회초년생이자 젊은 부부인 '한결'과 '고운'에게 보증금 사기라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며 당장 갈 곳을 잃은 그들이 아이를 등에 업고 집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인데요, 〈믿을 수 있는 사람〉에 출연한 전봉석 배우와 드라마 〈연인〉에서 활약한 박정연 배우가 부부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지요. 〈물비늘〉과도 같이 현실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듯한 서늘한 이야기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홈리스〉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