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사람의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고는 해요. 새싹이 피어나듯 어린 시기에는 봄🌸, 한창 사회인으로 살아갈 때는 뜨거운 여름🌞, 중년의 시간으로 무르익을 때는 가을🍂, 노년의 잔잔함을 맞이할 때는 겨울로요⛄. 님은 인생에서 어느 계절을 지나고 계신가요? 

영화 〈늦더위〉의 '동주'(기진우)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느리게 시간을 지나고 있어요. 성실히 준비하며 본 공무원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하기를 여러 해, 이제는 막막한 앞길만이 남아있다고 느끼는데요.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려는 때에 동주는 발길 닿는 데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늦었다고 얘기할 때가 진짜로 늦은 법.. 🤐이라는 현실적인 밈도 있지만요, 어쩌면 오늘이 남은 인생 중 가장 젊은 날이라는 럭키🍀한 생각이 우리를 앞으로 더 나아가게 이끄는 것 같아요. 젊음이라는 여름, 사실 우리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닐까요? 그런 행운의 순간들을 영화 속에서 만나본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오늘은 여름의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몇 편의 영화들을 함께 소개합니다. 특별히 뉴스레터의 마지막엔 설문조사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벌써 한 해의 중간 지점을 지나왔다. 날이 갈수록 낮이 길어지고, 따뜻함을 넘어선 햇빛은 우리를 찔러댄다. 사람들의 옷은 점점 가벼워진다. 생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있는 힘껏 빛을 받고 초록을 내뿜는다. 조금만 걸어도 더위를 피하려 그늘을 찾지만, 이 푸르름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사람들은 더위를 맞이한다. 땀이 나는 만큼 살아있음을 느끼는 여름이다. 〈늦더위〉의 동주는 점점 파래져 가는 얼굴로 이 생명들을 담은 화분을 옮긴다. 동주는 손 안에서 활개 치는 생명을 보며 그의 지난날들을 비추어 본다. 옛 시절 유행했던 필름 카메라에 찍히며 뜨거웠던 여름의 절정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이미 그 속에서 숨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략)

인디즈 오윤아

 

(중략) 〈늦더위〉에서 동주가 그러했듯 〈얼굴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역시 충실한 도시 보행자이다. 그들은 낮과 밤에 익숙하고 낯선 도시와 거리를 걷고 또 걷는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걸음은 애초에 목적성과 방향성을 결여한듯 존재하지 않는 시간 위를 떠도는 것처럼 보인다. 퇴사 후 식당을 준비하는 ‘혜진’(김새벽), 택배기사로 일하는 ‘현수’(운종석), 사보 작가 기자로 일하는 ‘기선’(박종환)을 비롯한 그들이 나설 때 가지고 있던 목적과 방향은 보는 사람에게도 혹은 스스로에게도 쉽게 잊히거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시간들을 우리는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한다. 권태의 반복과 무목적의 시간, 동시에 지나치게 무궁무진하고 찬란한 시간. 무엇을 바래야 할지도 차마 모를 그 시간 동안 거리를 머무는 사람들이 되돌아감을 선택할 수 있다면,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여행의 끝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또 다른 여행이 이따금 뒤로 걷는 사람처럼, 아직 옮겨 심어지지 않은 화분처럼, 어떤 새로운 희망의 관점이 그럼에도 그들을 보살필 수 있기를 조용히 바래본다. 

인디즈 김윤정

〈늦더위〉를 연출한 서한솔 감독의 이름을 얼핏 들어본 것 같으시다면, 아마 이 작품을 통해 기억하시는 것이리라 믿어요. 2021년 가을에 개봉한 〈종착역〉은 서한솔 감독이 권민표 감독과 공동으로 연출한 작품입니다. 〈늦더위〉가 인생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는 뒤늦은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종착역〉은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는 숙제를 받은 초등학생 친구들의 시간을 담고 있어요. 1호선을 타고 무작정 종착역의 끝에 다다른 어린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지, 개봉 당시 작성된 인디즈의 리뷰를 통해 힌트를 얻어보세요 😉

신창역에 도착해 사진만 찍으면 끝나는 여행일 줄 알았지만, 아이들은 끝없는 위기 상황을 맞닥뜨린다. 지하철을 잘못 타서 다른 경로로 가기도 하고, 겨우 찾아간 종착역은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철로가 끊겨 있는 모습이 아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리기도, 친구가 사라지기도, 소나기와 어둠을 피해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시점에 끝을 만나러 가는 영화는 여러 변수를 헤쳐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인디즈 유소은]

불쾌지수 상승하는 여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지만, 그래도 여름에 하는 바깥 활동만큼이나 활기 넘치는 것도 없지요 😎 여름의 순간을 뿜어내는 영화 두 편을 함께 소개해요.

한때 잘 나가는 선수였지만, 눈앞에는 은퇴만을 바라보고 있는 '현수'의 뜀박질을 담은 〈스프린터〉는 작년 5월에 개봉했어요. 〈늦더위〉의 동주가 나이 때문에 도전하기 주저할 때, 〈스프린터〉의 현수는 일단 트랙 위로 뛰어나가는 저돌적인 스타일이에요.

〈성적표의 김민영〉은 2022년 9월, 늦더위가 한창일 때 🌞 개봉했습니다. 한때는 삼행시 클럽으로 활동하던 세 친구가 각자 스무 살을 기점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생기는 마음의 변화를 다룬 영화예요. 봄에는 미처 몰랐던 마음의 거리, 여름에는 이토록 뜨겁게 실감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고등학교 친구와 오래오래 친한 것, 꼭 저한테만 어려운 일은 아니었나 봐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한계에 도전하는 땀방울이 가득 담긴 〈스프린터〉와, 서툰 마음 고백하고 오해를 해결하는 여름 길목을 담은 〈성적표의 김민영〉이 님의 여름을 좀 더 시원하게 해주기를 바라요 🍦

🔊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닌 인디즈 큐 이벤트가 오랜만에 돌아왔어요.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여러분의 메일함에 최근의 독립영화 소식을 넣어드리곤 있지만, 가끔씩은 어떤 마음으로 열어보고 계실지 궁금했답니다. 그래서 준비한 설문조사 이벤트! 지금 바로 아래의 '설문조사 참여하기' 버튼을 눌러 참여해보세요. 추첨을 통해 총 55명에게 각각 편의점/빙수 모바일상품권, 커피교환권, 인디스페이스 영화 초대권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