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232 계절 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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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오늘의 큐 💡
Q. 🎬 사계절, 독립영화와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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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짧아지고, 날은 추워지니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드는 건 계절 탓이려나요? 🍂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은행들을 보니 계절은 냄새로 먼저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킁킁..) 가로수를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잎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문득 가을의 한복판을 열심히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온 세상에 가을이 가득하니, 유독 가을에는 어떤 영화를 봐야 좋을지 고민하게 되어요. 비록 가을의 모습을 가득 담은 영화를 만나지 못하더라도요, 어떤 식으로든 계절감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들은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계절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사계절 각각에 어울리는 영화들을 모아 보았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에 어울리는 영화들을 만나며 다음 계절의 영화를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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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개봉한 〈땅에 쓰는 시〉를 기억하시나요? 정영선 조경가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영화는 봄의 생명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건물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조경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정원을 예술의 일부로 만드는 정영선 조경가의 철학과 솜씨는 양방언 음악가에게도 많은 영감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화창한 봄날의 인디토크 현장을 잠시 소개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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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쓰는 시〉 인디토크
일시|2024. 5. 21(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주제|양방언과 함께 〈땅에 쓰는 시〉의 음악 속으로!
참석|정다운 감독, 양방언 음악가
진행|김종신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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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한다’는 것은 ‘지상의 모든 인간과 사물의 성스러운 신비를 경험하면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찬국 교수의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의 한 구절이다. 정영선 조경가는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시인이다. 그녀의 시는 자연이라는 도화지에 쓰여 자연의 성스러운 신비를 전한다. 시를 쓸 때, 그녀의 시선은 미래를 향한다. 과거의 아름다움은 그녀의 손을 거쳐 미래에 재현된다. 당신이 있어, 우리의 미래가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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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정다운 감독님께서 장소와 건축에 대한 소재를 중심적으로 다루시는데, 여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정다운: 저는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랐어요. 그러다 도시에 와서 처음 아이들 앞에 섰던 장면이 잊히지가 않아요. 얼굴이 하얗고 예쁘게 옷을 입은, 저와는 너무 다른 아이들로 보였어요. 높은 빌딩숲 속 공간에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자연과 건축에 굉장히 예민한 아이로 컸고 또 영화를 사랑하는 아이기도 했죠. 어떻게 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연결이었던 것 같아요.
양방언: 저는 거의 모든 시간을 산속에서 보내는데 작업실에서의 시간이 사실 고됩니다. 그때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이 순간의 위로가 되어주었어요. 자연을 보며 풀리지 않던 문제가 순간, 해결된 적도 있고요. 자연이 음악인에게 주는 힘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정영선 조경가님도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자연의 힘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시다는 점에서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김종신: 감독님은 영화를 공부하고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건축 대학원에도 진학하시면서 영화와 건축에 관한 작업을 계속해서 해오고 계십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다운: 저희가 영화를 멈추어야 하는 지점이 왔을 때 정영선 선생님께서 조경계의 노벨상과 같은 상을 받으셨어요. 저희는 다행히 그 순간을 담을 수 있었던 거죠. 이 장면은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고민은 많이 되었어요. 하지만 한국적 경관의 현대적 완성을 하신 선생님께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꼭 전달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경의 시제는 미래입니다. 선생님은 항상 미래를 보고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더 좋은 것을 전달해야 한다고 가르치세요. 조경의 매력 또한 한 계절, 적어도 일 년이 지나야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알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조경에서의 시간성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사계절의 구성과 흐름을 흩뜨리는 것은 아니겠다는 결론에 젤리코상 수상 장면은 에필로그로 넣었습니다. 더 멋지게 편집하기보다는 시간성의 흐름 구조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장면이 뒤에 들어간 이유는 ‘우드랜드 묘지공원’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드랜드를 꼭 넣고 싶었어요. 실제로 선생님께서 묘지 관련 작업을 많이 하시기도 했고요. 묘지공원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일한 곳이고, 선생님께서 평생에 걸쳐, 꼭 가고 싶어 하신 곳이었어요. 선생님이 언덕을 올라가시고 비석들을 보시며, 미소 지으시는 느낌이 자연스러운 엔딩으로 느껴졌어요. 김종신: 저는 선생님이 비석들을 둘러보시는 그 장면을, 그 누가 와도 감독님만큼 아름답게 담아낼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묘지 장면은 제가 두고두고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선생님께서 상을 받는 장면 또한 담담하고 담백하게 잘 담아내셔서 좋은 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디즈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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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쓰는 시〉
감독 정다운
출연 정영선
113분|다큐멘터리|전체관람가
도심 속 선물과도 같은 선유도공원부터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경춘선 숲길까지··· 우리 곁을 지키는 아름다운 정원을 탄생시키며 한국적 경관의 미래를 그리는 조경가 정영선 공간과 사람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그의 사계절을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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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여름이었어요. 어찌나 더운 날들이 이어지던지, 절절 끓는 더위가 마치 영원할 것처럼 기승을 부렸었지요. 그래서 더 쉽게 지치고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늦더위〉의 동주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사람들은 가을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데, 어쩐지 저 혼자 뒤처져 있는 기분이 들었을지도요. 그래서 동주는 부담스러운 마음들은 모두 뒤로 하고 흐르는 대로 며칠을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을 잘 정리하고 천천히 가을로 넘어가고 싶을 때! 뜨거운 마음만은 그대로 간직한 〈늦더위〉를 만나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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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조금만 걸어도 더위를 피하려 그늘을 찾지만, 이 푸르름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사람들은 더위를 맞이한다. 땀이 나는 만큼 살아있음을 느끼는 여름이다. 〈늦더위〉의 동주는 점점 파래져 가는 얼굴로 이 생명들을 담은 화분을 옮긴다. 동주는 손 안에서 활개 치는 생명을 보며 그의 지난날들을 비추어 본다. 옛 시절 유행했던 필름 카메라에 찍히며 뜨거웠던 여름의 절정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이미 그 속에서 숨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략) 획일화된 현대 사회에서 다소 전형적인 모습의 2030 청년을 그리는 동주를 보며 자연히 나와 내 친구들을 비추어 보았다. 마찬가지로 등 떠밀리듯 취업 시장으로의 발을 내디뎌야 하는 우리들은 정말 성실하고 열심이지만 뜻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꾸만 돌부리에 발이 걸린다. 늦더위를 보면서 그저 나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나는 동주의 어깨에 기대어 내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는 듯했다.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거나 여행길에서 오랜 걸음을 지속하는 모든 여행자의 손을 잡고 우리는 늘 푸르고 파랄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낡고 야윈 옛 말이 오늘은 왜인지 우리의 영양분이 되어준다.
인디즈 오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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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
감독 서한솔
출연 기진우
125분|극영화|2024
동주는 8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스스로 마지막이라 여겼던 해에도 결국 시험에 떨어지자 동주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 주변의 걱정과 관심마저도 본인을 향한 압박처럼 느껴진 동주는 도망치듯 서울을 떠난다. 계획 없이 오른 여행길, 동주는 결혼을 앞둔 전 여자친구, 오랜만에 재회한 군대 동기와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남들은 가을을 맞이해 결실을 맺는 동안 혼자만의 여름에 머물러 있는 동주는 여행에서 어떤 마음을 남겼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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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맞는 선선한 공기는 유독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늘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고 상상하며 차가운 하루를 견디는 일은 쉽지 않은데요. 외로움과 차분함, 또는 따뜻함과 넉넉함이 공존하는 가을을 만날 수 있는 〈이어지는 땅〉을 소개합니다. 낯선 곳에서 만난 타인이 사실은 나와 긴 실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조용한 상상으로 풀어낸 영화 〈이어지는 땅〉은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으로 10월 30일까지 만날 수 있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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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대학원 입학을 앞둔 호림(정회린)은 우연히 주운 캠코더 속에서 어떤 여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본다. 이후 호림은 공원에서 자신의 옛 애인인 동환(감동환)과 마주치고 이어서 동환의 현재 애인인 경서(김서경)를 만난다. 그리고 호림은 경서의 친구이자 캠코더 속 여성인 이원(공민정)을 만나게 된다. 이처럼, 처음 보는 인물들 사이의 조우가 잇따라 발생하는 서사의 흐름은 ‘이어지는 땅’이라는 영화의 제목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략) 유적이 된 건물과 여전히 자라나는 식물. 과거가 담긴 캠코더와 현재를 비추는 카메라. 그림 속에서는 죽어 있으나 실제로는 살아 있는 비둘기. 헤어진 후 마주 앉은 옛 연인과 이별하지 않았지만 만날 수 없는 두 사람. 〈이어지는 땅〉 속 여러 요소들은 멀리 떨어진 채 점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만 같다. 상반된 의미를 품기에 단절된 듯한 이들은 사실 시간을 축으로 이어져 있기에 결코 끊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플라밍고에 대한 진실이 시간이 지나 거짓으로 밝혀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지는 땅〉은 우리가 끊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여러 조각들 사이에 여전히 끊어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인디즈 김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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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땅〉
감독 조희영
출연 공민정, 정회린, 류세일
87분|극영화|2024
런던에서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호림은 우연히 주운 캠코더 속에서 낯선 한국 여자 이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게 된다. 이후 호림은 옛 애인 동환을 만나고, 동환의 현재 애인 경서를 만나고, 경서의 친구이자 캠코더 속 영상의 주인공 이원을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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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대가족의 명절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손〉은 어쩌면 '고요하다'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손〉의 '성진'은 마음의 고요를 찾으려 오늘도 애쓰는 중입니다. 고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 등등 많은 가족이 꺼내놓는 이야기를 흘려보내고 조용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은 성진은 그저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어쩌면 성진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 꽤나 고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장손〉은 사실 여름과 가을, 겨울이 모두 아름답게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각 계절의 특색과 풍경이 멋지게 담겨 있어요. 얼마 전 인디즈 큐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영화지만, 곧 다가올 겨울에 다시 만났을 때 어떤 감흥을 남길지 궁금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전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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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영화 사이, 〈장손〉이 만들어내는 비밀
(중략) 성진을 둘러싸고 함께 품게 된 비밀들은 집 밖 그리고 인물의 뒤편으로 향하던 카메라의 거리감을 단숨에 조여온다. 비로소 가까워진 영화와의 거리에도 무엇도 아는 척할 수도, 말할 수 있지도 않음에 다시 영화가 그리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카메라와 함께 쫓을 뿐이다. 〈장손〉은 여름과 가을, 겨울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하루가 흘러가는 것을 빛의 흐름과 함께하는 영화다. 그 ‘흐름’의 과정에서 인물들이 언제부터 품어왔을지 모를 기억, 마음, 아픔은 시간을 거슬러 당도했음에도 자연스러운 통증처럼 계절과 빛의 흘러감에 놓여 있다. 그 순간들을 거스르지 않은 채, 가족사진 뒤에 놓인 큰 아름드리나무처럼 이들의 이동을 지켜본다. 결국, 모두가 그 나무를 지나쳐 간다.
인디즈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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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
감독 오정민
출연 강승호, 우상전, 손숙, 차미경, 오만석, 안민영, 정재은, 서현철, 김시은, 강태우
121분|극영화|2023
3대 대가족이 모두 모인 제삿날. 일가의 명줄이 달린 가업 두부공장 운영 문제로 가족들이 다투는 와중, 장손 성진은 그 은혜로운 밥줄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설상가상 갑작스레 맞닥뜨린 예기치 못한 이별로 가족 간의 갈등은 극에 달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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