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오늘,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하셨나요? 💌 가정의달 특집

2020. 5. 6.

💡 Q. 오늘,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하셨나요? 💌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7 가정의 달 특집 🏠

오늘의 큐 💡

Q. 오늘,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하셨나요? 💌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5월이 시작되습니다. 아직 절대 방심해선 안되는 시기, 인디즈는 "여기저기서 거리두기와 '집콕'을 채근하는 시대에 정작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재난을 모면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해요. 푸르고 따뜻한 가정의 달 5월, 가족과 집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김성호 감독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입니다. 승합차에서 살아가는 어린이 '지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린이에게 어른인 우리가 나누어야하는 마음은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또 독립영화의 새로운 바람! 이나연 감독의 두 단편 <못, 함께하는>과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를 소개합니다.

이외에도 '가족'과 '집'을 다룬 독립영화 세 편, <어른도감>, <홈>, <영하의 바람>은 직접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도록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어요. 오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린 날 지소와 같았던 나의 손을 잡아준 채랑이 같은 친구가 떠오를지도, 누군가의 빈 자리를 나누며 살아간 형제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어요. '가족'이라는 말의 범위를 넓히며 오늘은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해볼까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리뷰:

홈 스윗 홈

(...) 집과 가족. 어쩌면 같은 말일지도 모를 두 단어를 겹쳐놓고 볼 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지소에게는 집이 없다. 대신 트렁크를 열면 빨래 건조대가 세워지는 작은 승합차에서 지낸다. 하지만 지소는 그게 부끄럽다. 그래서 하굣길, 단짝친구 채랑이네 차를 얻어 타고 가다가도 채랑의 엄마가 교통순경에게 걸리자 이때다 싶어 황급히 내린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만두를 먹는 남동생 지석이를 데리고 지소는 승합차로 간다. 소박한 세간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 자동차 앞에서 지소는 동생과 이불을 턴다. 시식코너를 제 집처럼 드나드는 동생이 못마땅했던 지소는 말한다.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봤어? 불쌍한 표정으로 뭐 하나 얻어먹으면 그때야 좋겠지. 세상이 만만한 줄 알아? 한번 무시당하면 끝이야, 끝!”

야무지게 동생에게 핀잔을 주다가도, 몰래 뒤따라온 채랑이와 맞닥뜨린 지소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우물쭈물 해명한다. 아빠 피자가게가 너무 잘 되어서 큰 집으로 이사 가기 전에 일주일 동안만 여기서 산다며. 그 뒤에서 지석이가 “엄마가 오늘 저녁은 이거(컵라면) 먹으래. 저 밑에 편의점에 뜨거운 물 있대”라고 명랑하게 말한다. 채랑이의 표정을 살피던 지소는 일순간 울음을 터뜨린다.

지소가 펑펑 우는 이 장면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가장 솔직하고도 따스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지소는 창피했을 것이다. 그런 지소에게 영화는 흐느낄 시간을 벌어준다. 지소가 오랫동안 느끼고는 있었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어떤 정서적 공백을 그 잠깐의 시간으로 마련해주는 것만 같다. 돌발적인 행동인 데다 서사적으로도 무용하지만, 지소가 꽁꽁 싸매고 있던 빗장을 풀어주는 시간으로써 영화는 우는 지소의 모습을 담는다. 그 작은 선택이 문득 고마웠다.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지소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데서 유야무야하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잘못을 언어로 명확히 짚어준다. 레스토랑 회장은 차분하면서도 냉철하게 반성을 종용한다. “힘든 시간들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다고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지소야. 그건 변하지 않아.” 이때 영화는 우리가 그저 귀엽게만 여겼던 어린이들의 행동이, 실은 반성이 필요한 잘못이었음을 회장의 입을 빌려 일깨운다. 반려견이자 식구인 월리를 잠시 잃어야 했던 회장님이야말로 아무런 잘못이 없기 때문에 그 말은 유효하다. 다만 회장은 공정한 거래를 약속한다. 앞으로 지소가 월리를 산책시켜주면,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주기로.

지소가 회장과 대화를 나눈 후 눈물범벅이 된 채 밖으로 나올 때, 거기에는 그간의 곡절에 함께해준 채랑이와 지석이가 서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 앞에서 그들은 손을 잡는다. 이 장면은 꼭 초반부에서 지소가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뜨리고 난 뒤 채랑이가 부어주는 물로 세수를 하던 장면을 어슴푸레 떠올리게 만든다. 눈물은 씻긴다. 더 단단해진 지소의 옆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랑과 함께, 지소가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인디즈 14기 이보라

리뷰 전문 보러가기

💡 김성호 감독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왓챠플레이에서 관람 가능!

흔한 가족 영화 말고, 이나연!

'가족 영화'라고 하면 왠지 빤한 영화들일 것 같나요? 명절에 다 같이 모여 시간을 때우는 정도로만 '가족 영화'를 정의했다면, 색다른 시선에서 가족 영화를 선보이는 새로운 터치가 필요할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테마에 대해 다큐와 극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처낸 이나연 감독의 작품을 인디즈가 소개합니다.

‘가족 영화’라는 장르를 생각해보면, 온 가족이 둘러 모여 보기 좋은 안전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영화가 떠오른다. ‘안전하다’는 감각이라 함은, 어떠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더라도 결국 제자리로, 그러니까 이 안전한 ‘보편’의 가족 구조 속으로 안착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족 영화’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를 하며 소개하고픈 조금 색다른 가족 영화는 이나연 감독의 작품들이다. 다큐멘터리 <못, 함께하는>, 극영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로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이나연 감독이 만들어내는 가족 영화의 애틋함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이나연 감독이 구축해온 이야기들은 보통 흩어진 세 가족 구성원이 모이면서 시작된다. <못, 함께하는>에서는 첫째 딸, 둘째 딸, 아빠 세 사람이 모이며 영화가 시작되고,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에서는 세 남매가 김장을 위해 모인다. 사실 이나연 감독이 반복해서 등장시키는 이러한 삼자대면의 인물 구성은 비어있는 어떤 존재를 향해 있다. 가족들이 흩어지게 된 원인이기도 한, ‘엄마’(<못, 함께하는>에서 이름을 빌려오자면 ‘경희씨’)이다.

하지만 이 빈자리에 대한 애틋함이 빈자리를 메우려는 원상복구의 방향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엄마를 향한 원망 또는 그리움, 이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섣불리 엄마를 가족의 위치 안으로 끌어오지는 않는다. 이나연 감독은 엄마의 빈 자리로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그저 그뿐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모여 보기 좋은 가족 영화’가 아닌 새로운 가족 영화가 궁금해졌다면, 가족 영화 특유의 애틋함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나연 감독의 <못, 함께하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이 두 작품을 추천한다. 이 작품들이 가족 영화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당신에게 가져다줄 것이다.

-인디즈 14기 정성혜

💡 이나연 감독의 〈못, 함께 하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는 퍼플레이에서 관람 가능!

모두 다른 우리의 '가족'과 '집' 🏠

가족에 대한 고정적인 정의를 해체하고, 집이라는 공간을 좀더 깊게 들여다보는 독립영화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건 만나봐야해!' 숨겨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디즈가 직접 감독을 찾아간 몇 작품을 소개합니다! <어른도감>의 정인선 감독, <홈>의 김종우 감독, <영하의 바람>의 김유리 감독과의 인터뷰입니다. 끌리는 작품이 있다면 늦지 않게 만나보세요.

"결국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만드는 과정들이 중요다고 생각해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든 비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든 가족은 서로에게 시간을 주고 영향을 많이 주는 존재고, 그래서 울퉁불퉁한 존재인 것 같아요."

<어른도감> 정인선 감독 인터뷰

"한 공간, 한 집에 함께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 역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아? 이런 게 가족 아니겠어?'라고 질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홈’이라는 테두리가 없어도 가족이라는 단어로 그들을 설명하고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홈> 김종우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