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복이 집으로 기한이 정해진 방문을 하게 되면서 <휴가>는 시작된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현희와 현빈을 위해 정돈을 하고, 식사를 챙긴다. 부재했던 날이 길기에, 움직일수록 동선이 엉키기도 하지만 그는 휴가 안에서도 ‘노동’을 멈추지 않았다. 친구들의 얕은 핀잔과 딸의 나란한 원망 속에서도 재복은 틀어져 있던 일상을 다시 조립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떠올랐다. 두 영화 모두 노동이라는 분명한 겹지점이 있으며, 더불어 인물의 관계 면에서도 흥미롭게 맞닿는 부분이 보였다.

 

‘식(食)’. 노동의 과정에서도 먹는 행위는 중요하므로 결코 빠질 수 없다. 재복은 어디에 위치하든 함께 있는 상대의 식사를 걱정하며, 만든 반찬을 내어준다. 가구 공장에서 알게 된 준영과도 점심을 같이 먹고, 이후엔 냉장고를 채워주기까지 한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정은은 회사의 압박을 받아 하청 업체로 파견되면서 도입이 진행된다. 겨우 도착했으나 모두 떠나달라며 추궁을 하고, 노동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꿋꿋이 소외감과 송신탑의 공포를 버티던 정은은, 막내와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면서 그에게 일을 배우게 된다. 직원들 역시 차차 ‘같이’ 일하는 일과에 익숙해진다. 나는 그 변화를 함께 둘러앉아 하얗게 우러난 닭백숙을 나눠 먹는 장면에서 선명히 읽을 수 있었다. 함께 동일한 요리를 나눈다는 건, 어쩌면 마음의 동요가 시작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재복과 정은 모두 노동 속 사람들, 더 나아가 ‘연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인물이다. 그럼에도 결국 둘은 다른 인물에게 도움의 손을 뻗는다. 재복은 준영에게 꾸준히 산재 보험의 중요도에 관해 강조했고, 정은은 막내의 사고에 유일하게 나서 조치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어떤 형태의 연대가 우리와 사회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꾸준히 유의미한 방향으로 사유를 안내해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영화를 보고나면 그들이 타인에게 뻗었던 손과 발화의 힘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내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