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감독 도내리)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35 〈트랜스〉 +연말 이벤트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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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오늘의 큐 💡
Q. 다시 태어난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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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나요? 이런 질문, 대화 속에서 종종 나오기도 하잖아요. 새가 되고 싶다거나, 돌이 되고 싶다거나...🕊️ 그런데 요새는 이런 대답을 제일 많이 듣는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때때로 내가 완벽한 인간이었으면 혹은 내 삶이 행복하기만 했으면.... 그런 바람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기술의 힘을 빌리면 보다 나은 '사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할 영화 <트랜스>의 주인공 민영이 마주한 질문이랍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며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민영. 어느 날 트랜스 휴머니즘* 신봉자인 이태에게 트랜스휴먼, 즉 진화된 인류가 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습니다. 나약한 육체를 벗어나고픈 민영은 이 실험에 응하는데요. 과연 민영은 정말 완벽한, 진화된 인류가 될까요?
'발전'한 인간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생물학적 우성'을 향한 열망을 해결할 방법은 생명과학이나 초자연적 실험이 아닌 사회에게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랜스휴먼이 된 이후에도 또다른 부족함을 찾아 기계 부품처럼 바꿔나가고 싶지 않을까요? 누구나 겪어보았을 자기혐오와 열망을 통렬하지만 다정하게 담아낸 허수영 감독의 애니메이션 <조금 부족한 여자>도 소개해드릴게요.
님, 올 한해 정말 쉽지 않았죠😥 코로나 여파와 크고 작은 재난들, 요동치는 경제 상황과 올라가는 생활비까지. 정말 1년을 '살아낸' 것만으로도 박수치고 싶어요. 이런 불황기 속에서도 독립영화를 보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심 가진 님을 위해! 인디즈 큐가 연말 선물을 준비했답니다. 오늘의 레터 하단에 이벤트 소식을 담아놨으니 꼭꼭 확인하시고 마음 나누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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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머니즘 1957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의 저서 <계시 없는 종교>에 처음 등장하는 용어로 과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 문화적 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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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트랜스〉
“인간을 처음부터 악하지 않게 만들 순 없는 거예요?” 주인공 민영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며 모니터 속 인물에 대고 묻는다. 사고할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은 자신의 사고에 따라 선택을 내릴 수 있다. 학교에서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민영은 ‘사고에 따라 선택한다’는 대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묻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악하지 않은 인간을 만들 순 없는 거냐고. ‘현존하는 인간들은 이미 글러먹었다’고 말하는 듯한 이 물음은 인간이 아닌, 어쩌면 인간 그 이상의 존재를 상상하며 기대를 거는 듯 들린다.
어느날 민영 앞에 ‘피이태’가 나타난다.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을 만들 순 없는 것이냐는 민영의 물음이 이태에게 닿기라도 한 것인지, 이태는 민영에게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선 손을 내민다. 인류 앞에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설득력 있어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프로젝트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민영이 이 프로젝트를 승낙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트랜스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시도들이 시작된다.
이태가 말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존의 인간 개념을 완전히 벗어난다. 여기서 트랜스 상태라는 것은 전자 형태로 뇌 속이 변형된 것이 성공한 상태를 말하는데, 이를 옹호하는 이들은 인간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과 과학 기술이 지닌 힘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 민영이 새롭게 구성된 전자 형태의 뇌를 지니게 되면 물질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되고, 자신을 괴롭히던 섭식장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까지가 이태의 가설이다. 이태는 실험 과정에서 민영이 도덕적인 부분에 있어 고민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다면 여태 우리가 ‘인간 됨’이라고 여겨왔던 진리들을 기꺼이 버리자.
(...)도나 해러웨이의 시대 진단처럼, 이 이야기에서도 인간을 이루는 것 중 하나라고 믿었던 몸, 즉 실체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반복적으로 같은 사건을 겪는 민영을 통해 트랜스 상태에 이르게 되면 단일한 실체 없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 그 자체를 통해 트랜스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영화는 감히 예측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는 이들을 이끌어가고, 민영이 도달하게 된 결말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이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끔 만든다.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일지도 몰라. 이러한 방식의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이끄는 것이 〈트랜스〉가 지니고 있는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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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감독 도내리|93분|SF 스릴러|15세이상관람가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들어봤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소녀, 민영. 같은 반 이태에게 ‘트랜스휴먼’에 대해 듣게 되고 인류 진화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지금 넌, 네 머릿속에 있어” 자신을 괴롭히던 마태용의 시체가 학교에서 발견되고 민영은 범인으로 지목되며 혼란에 빠진다. ‘타임루프’를 헤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민영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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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만 좀 바뀌어도 예쁠텐데, 여기만 좀 빠지면 좋겠는데, 이것만 좀 바꿀 수 없나... 나라는 사람은 한 명인데 우리는 이미 나 자신을 토막내어 생각하는 것에 익숙할지도 몰라요. "영원히 완전해질 수 없는, 조금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방법을 찾고 싶다." 허수영 감독이 <조금 부족한 여자>를 만든 의도라고 해요.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 같지만, 고립되고 분산되는 청년의 모습을 유쾌하고 다정하게 담아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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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전히 나일 수 있는 방법
〈조금 부족한 여자〉
김영하 작가의 단편소설 「피뢰침」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존재가 전이되는 그 순간을 위해 늘 이렇게 준비합니다. …. 그때, 아주 잠깐, 다른 세상, 다른 나를 보는 겁니다. 나는 내 몸과 대기와 대지의 주인이 됩니다. 아주 잠깐.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한 사람의 퍼포머인 셈입니다. 언젠가 지극히 완벽한, 공포와 전격을 일치시켜 자아를 뛰어넘는, 그 경지에 이를 때까지 나는 적란운을 쫒아다닐 겁니다.”.
아주 잠깐, 내가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인지 모를 곳까지 벗어나도 나는 여전히 인간일까? 아니, 인간이 아니더라도 내가 여전히 나일 수 있는지 묻는 것이 우선이겠다. 조금 심술궂게 말해본다면, 인간이 인간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는 현재 자기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에 불만족한 나머지 낙뢰와 진화된 인류를 찾아 나서는 걸 테다. 그러니까 현재가 너무 불만족스러우면, 목과 팔다리, 상체와 하체를 모조리 조각내 버릴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아무도 나인지 모르도록 말이다.
〈조금 부족한 여자〉는 오랜 고시 공부로 고립되어있던 주인공의 몸이 어느 날 토막난 채로 시작하는 영화다. 상체와 오른손은 스스로가 너무 싫은 나머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하체와 왼손은 덩그러니 남겨졌지만, 그 와중에도 배는 고프다. 왼손이 주섬주섬 과자를 찾는다. 하체와 왼손밖에 남지 않았지만 준비하던 시험은 쳐야 한다. 남은 몸을 이리저리 모아 시험장에 들어간다. 삐걱거리는 주인공의 몸을 보며 우리는, 오체가 흩어지더라도 삶은 여전히 살아진다는 것을 발견한다. 불완전한 채로도 주인공의 삶은 흘러가고, 영화는 계속된다.
김영하의 단편소설 「피뢰침」에서 낙뢰가 등장하듯, 〈트랜스〉는 낙뢰를 매개로 해 한 단계 진화한 ‘트랜스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이야기다. 오늘 소개한 영화 역시 보통 인간의 모습에서 조금 달라진 한 인물의 이야기다. 내 몸에 벼락을 맞고(「피뢰침」), 칩을 이식하여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고(〈트랜스〉), 내 몸을 조각조각 분리해낸다(〈조금 부족한 여자〉). 끊임없이 스스로에게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영원히 완벽해질 수 없다. 하지만 나와 당신이 영원히 완벽해지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는 일이 포기나 실패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속될 것이기에, 똑 떨어진 머리가 혼자 데굴데굴 굴러가는 영화를 위로처럼 내밀어본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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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족한 여자〉 감독 허수영|10분|애니메이션|12세이상관람가
어느 날 아침. 토막 난 여자의 몸이 발견된다. 하체와 왼손 외에 다른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어떤 침입의 증거도 찾을 수 없어 사건이 미궁에 빠지려던 찰나, 남아있던 왼손이 다섯 손가락으로 일어나 증언을 한다. 서로를 너무 싫어한 나머지 떠나버린 다른 몸을 찾아 하체와 왼손은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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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든 시기에도 독립영화를 사랑한 당신을 위해!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가 산타가 되어드릴게요🧑🎄 연말메시지를 보내주시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드립니다🎁
참여기간: 12월 7일부터 12월 18일까지 당첨자 발표: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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