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터> (감독 최승연)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62 〈스프린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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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오늘의 큐 💡
Q. 등산..아니 달리기 좋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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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등산⛰️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차피 내려올 거 왜 올라가는지🤔 하는 소극적인 스타일인데요. 이런 저와 달리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하는 '당연한' 마음으로 오른다고들 하죠.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 〈스프린터〉는 분명 달리기 영화인데 왜 등산 이야기를 하냐고요? 오르막이 있으면 정상이 있고, 정상을 찍으면 내리막을 스스로 내려와야 하는 것이 〈스프린터〉와 등산의 공통점이기 때문입니다.
〈스프린터〉는 매일 당연한 마음으로 100m 달리기의 기록을 깨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대표팀'이라는 정상을 차지하려고 묵묵히 오르막을 뛰는 사람, 편법을 써서라도 정상에 계속 머무르려는 사람, 기록의 내리막에서 이제는 뒤로 걸을 수도 없는 세 선수의 시간을 영화는 그들의 파트너와 함께 바라봅니다.
산이 그 자리에 있어 오르는 것처럼, 세 인물에게 매일의 훈련은 어쩌면 목표를 위한 당연한 움직임이겠지요. 하지만 경기장의 트랙이 둥글다고 해서 그 안에서 영원히 뱅뱅 돌 수는 없는 법! 내리막을 다 걸어오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듯, 언젠가 모두는 트랙을 빠져나와야만 합니다. 오늘은 이 지독한 사실을 절절히 살펴낸 인디즈의 글을 소개합니다. 지난 5월 〈스프린터〉 개봉 전 특별하게 진행된 인디토크 내용도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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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빛의 스포츠 영화
〈스프린터〉
‘제자리로’ 라는 말은 잔인하게 들린다. 스타팅 블록에 발을 대는 구호에 불과하단 걸 알지만, 어쩐지 자꾸만 제자리는 여기가 아니라 트랙 밖이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미 자리 잡았다 해도 여전히 당신 자리가 아니니,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말이다. 귀를 찢는 신호총의 총성까지 합세하면 마침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는 기분에 휩싸인다. (중략)
달리면 필연적으로 멈추게 된다.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끝나는 것처럼. 달리지 않는 것이, 시작하지 않는 것이 곧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방법이라니.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영원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미워질 예정이라니. 하지만 극장 좌석에 앉은 내가 이런 막막함에 잠길 때, 〈스프린터〉의 인물들은 웃는다. 사랑받지 않는데도, 필연적으로 버림받을 텐데도, 도착지가 실패일 줄 알면서도 말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끝까지 달려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랑을 보자 오히려 막막함이 걷힌다. 승리가 아니라 달리기를 사랑한 것이니, 애초에 실패는 틀린 전제일지도 모른다. (후략)
인디즈 안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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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터〉
감독 최승연|87분|극영화|12세이상관람가
은퇴만 남은 신기록 보유자 ‘현수’ 최고의 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정호’ 유망주였지만 팀 해체 위기에 놓인 ‘준서’ 그래도, 계속 달려야 하니까. 제자리에. 차렷. 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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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선을 그리며 비상한다
〈스프린터〉와 〈50cm〉
삶은 종종 달리기에 비유된다. 출발 신호가 들리고, 100분의 1초 차이로 갈리는 희비. 같은 트랙 위 다른 레일에 서 있는 사람들. 영화 〈스프린터〉의 트랙 위에는 이기고 싶은 사람이 있고, 빠르게 달리고 싶은 사람이 있고, 조금만 더 달려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삶은 달리기인가? 10초 53. 1등. 2번 레인. 확실한 것은,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러닝타임을 함께 달리며 우리는 숫자 바깥의 이야기를 본다.
같으면서 다른 길을 달리는 또다른 영화가 있다. 이곳의 숫자는 〈50cm〉다. 시각장애인 가영과 그녀의 애인 은정은 50cm 짜리 끈으로 서로를 묶고 함께 마라톤을 준비한다. 뜨거운 여름,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 트랙도 레일도 없는 하나의 길을 달리고 있지만 어쩐지 서로의 다름만을 실감하게 된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한 채 달리던 두 사람은 잠시 길을 잃는다.
삶은 분명 달리기와 닮았다.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여정.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처럼, 달리기 경기가 출발선에서 도착선까지인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며 산다. 각자의 선을 타고 달리다 평행을 그리거나, 접하거나, 갈라지거나. 각자의 중력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의 자세와 속도, 방향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달린다.
당연하고 다행이며 때로 슬프기도 한 하나의 사실은 경기는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직선처럼 보이는 이 길은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원형을 그리고 있다. 동그랗게 흐르는 시간 위를 달리며 나는 너와 만났다. 오로지 저 멀리 보이는 도착점을 향한 이 길 위에서, 너만은 나를 지켜봐준다. 그러니 나는 기꺼이 너와 함께 길을 잃자.
인디즈 김진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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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cm〉 감독 김소정|23분|극영화
시각장애인 가영과 그녀의 애인 은정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라톤을 준비하지만, 계속해서 다투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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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이동진 평론가의 진행으로 〈스프린터〉의 인디토크가 열렸습니다. 한산하던 인디스페이스 로비가 이 날 만큼은 북적북적 떠들썩! 많은 관객분들이 찾아와주셨는데요. 개봉 전 특별하게 진행된 GV에는 최승연 감독님과 많은 배우분들이 기념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오시기도 했지요. 긴 대화 속 인상적인 부분을 고르고 골라 보내드립니다. 뜨거운 트랙 위를 달린 주역들과 함께한 대화는 아래 '인디토크 전문 읽기'를 통해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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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이동진 영화평론가, 최승연 감독, 박성일, 공민정, 임지호, 전신환, 최준혁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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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저는 영화에서 가장 큰 딜레마는 두 분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환, 형욱이라는 인물. 두 인물이 사실상 서로 동전의 양면같이 반대쪽에 있는 인물이라고 저는 봅니다. 지환은 인물이 너무 투명해서 제자한테 다 까놓고 말하는 사람이잖아요. 제자가 3등 안에 들어가서 국가대표 되는 것보다 당연히 정규직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겠죠. '10초 안에 니 인생이 걸려 있고 그것만 생각해라'라고 말을 하는데 사실 본인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지환이라는 인물은 직업에서의 안위를 포기하고 결정을 하는 건데 그렇다고 이 인물이 숭고한 인물은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지환은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배우님께 여쭤보게 됩니다.
전신환: 평론가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지환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려는 인물이잖아요. 저는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에 대해 계속 돌아봤던 것 같아요. '나를 바라봐 주는 관객들이 나를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일이 또 어느 정도 넘어가면 저도 지쳐 버릴 것 같고, 저한테 맞는 컨디션을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그래야 캐릭터나 작품을 접근할 때 좀 여유도 찾고, 또 작품이 끝나면 좀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지금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합니다.
최준혁: 사실 사람 일은 어떻게 일어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기본이더라고요, 기본기.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매일같이 끊임없이 기본기 훈련을 해 왔던 것 같아요.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기본을 향해서 달려가면 언젠가 정상에 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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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이전에, '수색동'의 연기 장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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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터〉를 연출한 '최승연' 감독이라는 이름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면, 아마 〈수색역〉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승연 감독은 전작 〈수색역〉을 통해 독립영화계의 인상적인 감독으로 거듭났는데요. '여래바래 3기'(!)로도 유명한 공명 배우가 출연한 2016년 개봉 작품을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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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역〉
감독 최승연│112분│극영화│2016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수색동은 가난한 동네였다. 수도권의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가 바로 옆에 있었고, 매일 같이 지나가는 쓰레기차들로 역한 냄새가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이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게 된다. 정부는 서울에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해야 했고, 값싸고 넓은 난지도 주변의 땅을 주목했다. 돈 많은 재개발 관련 업자들도 수색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색에는 어린 시절부터 사이좋게 지내던 네 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이들 중 한 친구도 재개발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가난한 동네였지만 평범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던 친구들의 우정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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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극장에서 봐야지! 했는데 이미 놓쳤다고요? 스크린을 놓친 영화들이 백만 스물 다섯.. 개인 님께 과거의 편지를 보냅니다. 아직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 중인 영화들의 지난 '인디즈 큐' 레터를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 예매는 '인디스페이스 예매하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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