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산재보상, 회복할 수 없는 피해자의 흔적. 그럼에도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 〈드림팰리스〉는 거주의 문제를 통해 발산되는 인간 존엄성 차원의 고민을 그린다. 누가 이곳에서 살 권리를 얻느냐는 질문은 애초부터 적절치 않다. 우리는 왜 다르게 살아가야 하는가. 거주의 형태를 줄 세우기로 해야 한다는 생각의 근원을 찾는 물음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거시적 구조 내 피해자들이 서로의 이권 다툼에만 매몰되는 상황을 그리며, 영화는 사회적 모순이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환원하는 순간을 조명한다.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그녀’ 또한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다. 대신 영화 〈그녀〉는 순환의 고리보다 순간의 욕망에 철저한 개인을 그려낸다. ‘그녀’는 가사도우미지만 파워블로거다. 포토샵을 통해 옆구리살을 깎아내고, 고용주의 옷을 훔쳐 입으며 본인인 척 사진을 올린다.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지워지는 본래의 삶과 현실을 외면하는 사진의 캡션들. 남을 위해서만 사용되던 고급 식재료가 본인을 위한 만족으로 둔갑하는 블로그 속에서 ‘그녀’는 왜 자신의 삶은 고용주의 일상 같을 수 없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의 자리를 상상 속에서라도 뺏을 수 있도록, 현실을 환상으로 모면하고 기워내려는 노력만이 남아있다.
원래부터라는 욕망의 뿌리는 ‘그녀'와 혜정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드림팰리스〉 속 혜정은 아들을 위해 자기 뜻을 굽히고 회사와 합의한다. 정의를 포기하면 해결될 것만 같던 갈등은, 이사를 막는 기존 입주민들과 건물마저 자신을 거부하는 듯한 녹물의 발생으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다. 가상 세계 속 자신에게 환호하고 부러움의 눈길을 건네는 사람들을 통해 ‘그녀’는 힘을 얻는다. 언론사 기자와의 인터뷰까지 약속한 그지만 이 모든 영광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두려워하는 죄책감은 마음 한편 여전하다.
〈드림팰리스〉 개봉에 앞서 2012년, 〈그녀〉가 발표됐다. 둘 사이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와 혜정은 얼마나 다른 문제를 안고 있을까. 정의와 현실이 선택의 문제처럼 그려지는 지금, 우리는 선택지를 쥐고 있는 자들을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