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혹시 창작의 고통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 특별한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한 번쯤 겪어본 적 있을 거예요. 생일 축하 편지를 써야 할 때처럼 말이죠. 고민하며 고른 편지지 앞에 두고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공들였던 그 시간을 기억하신다면, '그때 그 시절' 명은이의 모습을 좋아하실 것 같아요. 📝💗
이지은 감독의 영화 〈비밀의 언덕〉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는 (감수성 한창일 나이!) 열두 살 '명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하는 마음, 엄마 아빠에게 잔뜩 칭찬받고 싶은 마음, 친구들과 다투지 않고 지냈으면 하는 마음은 순도 100%의 솔직한 글을 만들어 내겠지요. 오늘은 그 옛날, 없는 마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일부러 창작의 고통을 겪었던 시절의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구독자님께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 줄, '교사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 인디즈의 글도 담겨있어요. 🏫
상승 지대에 숨긴 나에게
〈비밀의 언덕〉
비밀에 관대해야 튼튼하다 믿은 시기가 내게도 있었다. 가족의 사이를 기재해야 했던 갱지, 유무를 물어오는 친구들, 수월의 증거였던 상장. 명은이와 같이 나 역시 올랐던 언덕이다. 청소년기에는 친구와 손으로 ‘우리’를 점검하는 일이 많았다. 손을 내저으며 우정을 테스트하고, 진실을 걸고 게임했다. 다시 그 약지로 내일을 헐겁지 않게 조였다. 비밀이야, 라는 서두는 매번 섬뜩하게 좋고 아팠다. 〈비밀의 언덕〉은 명은이가 백일장을 통해 ‘나’에게 안을 터놓기 시작하는 영화이다. 쓰기는 손으로 머뭇대는 일 중에 유독 아름답고 어렵다. 그래도 명은이는 말려있던 곤란을 꿋꿋이 펴낸다. 굳이 이름 붙이거나, 상세해지기도 싫었던 미움을 서술하며 배워간다. 언덕을 왕복해낼 힘을. (후략)
이지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비밀의 언덕〉은 한 초등학생 아이의 인정욕구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분투를 다룬 만큼 성장영화라고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벌새〉와 〈우리들〉, 그리고 〈남매의 여름밤〉까지 성장영화의 계보를 쌓아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십 대 여성의 이야기는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그 시절을 겪으며 어른이 된 현재의 우리들을 웃음 짓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며 이제는 한국 독립영화계의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비밀의 언덕〉을 보며 자연스레 떠오르는 여러 성장영화들의 계보에 대해서는 씨네21 속 소은성 평론가의 글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학교와 가족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중요한 통로로 작동한다.아이는 그 속에서 다양한 어른들을 만나며 삶을 조금씩 배워간다. 재미있는 지점은 중심인물의 곁에 항상 존재하는 선생님이라는 어른 또한 아이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영화에서 아이와 교류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 (후략)
〈비밀의 언덕〉 속 명은에게 흠뻑 빠져들었다면, 어쩌면 문승아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명은'을 연기한 문승아 배우는 2019년 11살의 나이에 이지형, 김솔 감독의 〈흩어진 밤〉으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했습니다. 앞으로의 작품들이 무척 기대되는 문승아 배우의 데뷔작을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흩어진 밤〉
감독 이지형, 김솔│81분│극영화
“그냥 같이 살면 안 돼?”
갑자기 집에 찾아드는 낯선 사람들. 엄마와 함께 공부에 집중하는 오빠.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아빠. 그리고 원치 않게 떠맡게 된 힘든 선택. 어둠 속에서 흩어지는 마음들을 바라보는 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