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마이 프렌즈> (감독 서아현)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73 〈퀴어 마이 프렌즈〉 |
|
|
8월 30일 오늘의 큐 💡
Q. 내 친구, 알고보니 독실한 퀴어? |
|
|
여기 설마가 사람을 거세게 휘어잡아 다큐멘터리까지 완성하게된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기독교 대학에 다니던 '아현'은 연극 동아리에서 친구 '강원'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원은 담아 두던 이야기를 SNS에 풀게 되고, 그의 커밍아웃은 아현이 살던 세계를 뒤흔들어 놓게 되지요. 마침 아현도 일요일 아침엔 교회에 갔다가 오후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시위에 나가던 찰나! 전혀 만나지 못할 것만 같던 두 세계가 충돌을 넘어 악수하고 있던 현장을 목격한 아현은 들고 있던 카메라를 더 위로, 더 많이 들어 강원의 삶을 깊이 바라보게 됩니다.
서아현 감독이 기록한 강원의 성장은 어쩌면 아현 자신의 성장을 도왔을 수도 있겠어요. 강원의 세계 속에 아현이 있었고, 아현의 세계에 강원이 몇 번의 노크를 하며 넘나들었기 때문이죠. 손님이 다녀간 방은 이전과 같은 모습을 할 수 없는 법! 〈퀴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점점 자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함께 세상에 아직 살아 숨 쉬는 연대의 에너지를 함께 느껴보세요. |
|
|
오늘 읽어볼 이야기
1. ✋ 지금 내가 여기 있어요
2. 🏳️🌈 우리에겐 퀴세권이 필요해 (〈환절기〉와 함께)
3. 🗣️ (인터뷰) To. 때때로 절망하는 너에게 |
|
|
지금 내가 여기 있어요
〈퀴어 마이 프렌즈〉
存在. 두 글자 모두 ‘있다’는 뜻이다. 존재라는 단어는 주로 사람에게 쓰게 되어 있다. 사물이 거기 놓인 것과 달리, 인간이 여기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길과 상념이 쌓이기 때문인 것도 같다. 그렇기에,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은 공포의 시작이다. 일상의 소소한 문제들부터 크게는 자아실현과 같은 중요한 선택까지. 모든 것은 존재 후에 이루어지는 문제다. 〈퀴어 마이 프렌즈〉는 바로 이 존재가 부정당한 한 사람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사람’이 ‘존재’를 부정당할 수 있는지, 있다면 과연 누가 어떤 이유로 ‘부정’할 수까지 있는 것인지. 〈퀴어 마이 프렌즈〉는 아주 근본적인 이 의문을 카메라를 통해 묻기로 결심한다.
(중략)
〈퀴어 마이 프렌즈〉를 보며 또 한 번 배운다. 다큐멘터리는 한 개인의 삶으로 수많은 이들의 삶을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을. 타인을 알아가는 것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영화의 깨달음을. 누군가에게 이 작품이 삶의 울타리가 확장되는 경험으로, 또 해방감으로 가 닿기를 바란다.
인디즈 안민정 |
|
|
〈퀴어 마이 프렌즈〉 감독 서아현
81분|다큐멘터리|12세이상관람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강원’과 한 번도 자신에 대해 질문 하지 않았던 ‘아현’ 언럭키한 서로의 인생에 럭키한 우정이 찾아왔다!
삶의 배경도 성 정체성도 모두 다른 두 친구의 현실공감 100% 짠함 200% 사랑스러움 MAX 서로의 세상을 넓혀가는 삐뚤빼뚤 성장담
|
|
|
우리에겐 퀴세권이 필요해
〈퀴어 마이 프렌즈〉와 〈환절기〉
〈퀴어 마이 프렌즈〉는 성소수자 친구를 둔 감독이 친구의 커밍아웃을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그들의 우정은 퀴어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기독교 대학부터 시작된다. 성적 지향에 있어 폐쇄성이 담보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커뮤니티에 속한 그들은 어떻게 될까. 영화는 친구의 시선으로 극을 리드하며 효과적으로 ‘퀴어 됨’에 대한 다면적 시선을 담아낸다. 퀴어인 ‘강원’을 카메라로 담아내며 생겨나는 갈등과 카메라 속 재현되는 다름을 또다시 편집하고 담아내는 감독. 여러 채널을 통해 다르게 정의되는 퀴어를 보며 관객은 단순히 강원뿐만 아니라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그사이 자신 나름의 방법으로 퀴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비퀴어-예를 들어 감독과 같은-의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몇 년 전, 퀴어 주변인을 그린 또 다른 영화가 있었다. 친구와 여행을 떠난 아들이 의식 불명의 상태로 돌아온 가운데, 아들이 사실은 친구가 아닌 남자친구와 놀러 간 것임을 알게 된 엄마의 이야기. 바로 〈환절기〉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인 만큼 현실보다 극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퀴어와 비퀴어 관객 모두 영화를 보며 비슷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가 저 상황에 놓이면 어떡하지?’ 어떤 사람은 의식 잃은 아들을 걱정하면서도 진실을 알고 싶은, 또는 알아서 뭘 할지 고민하는 미경에게 이입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엄마가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신체적 조건 속에서 통제 불능한 내 비밀이 새 나가는 상황에 놓인 수현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관객이 이 이야기의 어느 쪽을 선택하든, 퀴어의 수용과 거절을 다뤘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만큼 성적 지향이 거대 담론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당사자 이야기뿐만 아니라 퀴어를 비퀴어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조명하며 성적 지향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님을 증명한다. 사회 구성원의 행복권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임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분리 사회에 살지 않기에, 당장 몇 명의 소수자를 담아냈느냐와 동시에 소수자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려냈는지 바라봐야 한다. 여전히 우리에겐 더 많은 퀴어 영화가 필요하다. 아니, 더 많은 퀴세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인디즈 이수영
|
|
|
〈환절기〉
감독 이동은|102분|극영화|2018
세 사람 사이 둘 만의 비밀, 한 번도 짐작하지 못했던 계절을 만나다
고3 아들 수현을 키우며 남편과 떨어져 사는 미경. 수현은 엄마에게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니지만 착한 아들이다. 어느 날 수현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용준을 데리고 와 함께 지내게 된다. 용준은 말수가 적고 어두운 표정의 청년이다. 몇 년 후, 군에서 제대한 수현은 용준과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진다. 식물인간이 된 아들 수현의 투병생활을 곁에서 지키는 미경은 혼자만 멀쩡히 돌아 온 용준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수현과 용준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미경은 용준 몰래 아들 수현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홀로 남은 용준은 수현과 미경을 찾아 헤맨다. |
|
|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지난 여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함께하는 '썸머프라이드시네마'가 열렸는데요. 〈퀴어 마이 프렌즈〉는 행사의 개막작으로 상영되며 개봉보다 한 발 먼저 관객들을 만난 바 있지요. 발빠른 인디즈도 상영 몇 시간 전 서아현 감독님과 송강원 님을 만나고 돌아왔는데요. 촬영 과정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두 분이 생각하는 사랑과 삶과 꿈에 관한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눴다지요.
이 날의 대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 시간이라 인터뷰에 참여한 모두에게 뜻 깊은 시간으로 남았는데요. (특히 두 분은 인터뷰 원고를 프린트 해서 가지고 다니셨다고!😍) 연대의 공기가 방 안을 감쌌던 시간, 우정에 대한 속삭임을 엿듣고 싶다면 아래의 '인터뷰 전문 보러 가기'에서 만나보세요. |
|
|
To. 때때로 절망하는 너에게
어느 순간 무수한 물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이날, 삶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그 물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에서 비롯되는 슬픔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무언가일 것이다. 영화 속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의 말들처럼, 멀리 보고 계속 뛰게 할 수는 없지만 그다음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게 하는 것. 목적지가 아니라 옆에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이날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이야기했다. (중략)
강원 님께서 카메라에 찍히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어요. “지금 나의 힘든 상태를 카메라 앞에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 거냐.”는 말이 기억나는데요. 어느 순간 둘 사이에 들어온 카메라지만, 7년이라는 긴 세월 안에서 카메라의 존재가 거슬리거나 힘겹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송강원: (중략) 카메라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오늘 지하철을 타고 이곳으로 오는 내내 ‘카메라는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였지? 어떤 매개였지?’ 생각했어요. 클리셰 같은 답변일 수 있지만, ‘사람 인’ 자가 있잖아요. 글자가 이렇게 기대어 있는데(人), 저와 아현은 사람에게 기대는 걸 안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누가 봐도 서로 기대고 있는데, 정말 혼자서 잘하고 있는 척을 하는 두 사람이 보이잖아요. (함께 웃음) 저희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을 민폐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잘 기대는 법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은데, 저희 사이에 카메라가 있는 거죠. 저는 아현이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카메라에 기댄 거죠. 아현이도 마찬가지고요. ‘난 너에게 기대고 있는 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중간에 둔 카메라에 서로의 몸을 누일 수 있었던 거예요. 영화를 다시 보며 저희 둘이 정말 많이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 시절에 아현 감독, 다시 말해 카메라를 든 아현이 없었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 같아요. 카메라는 저희에게 서로 기댈 수 있는 매개였던 것 같습니다. (후략)
인디즈 김태현, 조영은
|
|
|
[예고] 다음 주의 독립영화
📽️ 9월 첫 주, 인디즈 큐가 만나볼 영화는?
힌트: 👧"지옥? 오키오키" |
|
|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
|
|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6, 와이즈파크 8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