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 우주, 또는 멀티버스! 아마 우리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히어로들 덕분에 인디즈 큐 구독자님들도 모두 익히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런데 실제로도.. 평행 우주를 믿으시나요? 😏

백승빈 감독의 〈안녕, 내일 또 만나〉는 '동준'(심희섭/홍사빈)에게 일어난 과거와 현재의 일들, 그리고 세 가지의 삶을 다루고 있어요. 어릴 적 꿈꾸어 왔던 미래를 마주하게 되면서 평행 우주를 경험하게 된 동준은 더 이상 후회할 일이 없도록 여러 번의 선택들을 하게 되는데요.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평행 우주의 수많은 '만약'을 생각한 동준을 점점 따라가게 되지요. 🚶

오늘은 이러한 '만약'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준비했어요. 만약이라는 가정 위에 올라서는 단단함으로 '나만의 사랑'을 지키는 마음부터(〈틴더시대 사랑〉), 백승빈 감독과 심희섭 배우의 지난 작품들까지 한 번에 만나보세요! 

1. 🚶 "만약"의 담력을 딛는 일 - 〈안녕, 내일 또 만나〉 리뷰

2. 💌 틴더 시대에서 살아 남기 - 〈틴더시대 사랑〉

3. 🌌 평행 우주 이전에.. 장례식이 있었어요 - 〈장례식의 멤버〉

4. 🙋‍♂️ 소희의 팀장님을 기억하세요? - 〈다음 소희〉

영화는 세 번의 평행 우주를 넘어간다. 동준은 그곳에서 상이한 직업과 만남을 갖게 된다. 기점이 되는 것은 강현이어서, 강현과 헤어지게 된 정황은 누락되지 않는다. 동준 역시 탈락하지 않는 슬픔이 있다. 가족과 이웃의 죽음들, 부친이 힐난하며 거는 통화 등이 그렇다. 특히 세부가 달라져도 강현이 있어 올곧던 마음만큼은 계속 있다. 동준과 강현이 차츰 긴밀해져 가던 구간은 강현에게 생긴 일로 인해 물리적인 이별을 겪는다. 강현은 어머니의 죽음에 분노하며 승용차―부친의 소유로 유추된다―를 망가뜨리다가, 경찰에 입건된다. 동준은 강현이 현장에서 이송되기까지 몰래 지켜보았다. 잠시 멈춘 차에 다가가, 운을 떼지 못했던 때를 매번 후회한다. 시간이 건너뛴 다음에도, 강현이 자신을 뒤에서 불러 세웠던 음성은 되풀이된다. 이것이 평행을 부르는 계기가 된다. 동준은 아마 강현에게 우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테다. 필립 프티처럼 혼자 활보할 수도 있겠으나, 의지하면 좋을 한 뼘들에 대해서. (후략)

〈안녕, 내일 또 만나〉는 동준의 후회로 나뉘어진 평행 우주를 그리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던 윗집 형 강현에게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를 계기로 그리게 된 ‘만약’들이 모인 것이 동준의 평행 우주이다. 어느 우주에서나 동준은 강현을 그리워하고, 강현이 남기고 간 흔적에 메여 있다. 동준이 그리고, 살고 있는 어느 우주에나 강현은 동준에게 가장 아픈 ‘만약’으로 남아있다.  

〈틴더시대 사랑〉 속 연주는 누구보다 자신을 싫어한다. 동성애자라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에게 후회할 행동을 어김없이 하고, 가시 돋친 말을 내뱉으면서 곧장 뉘우치지만, 그것을 감추기 위해 더 뾰족한 말을 뱉는다. 삶에 대한 후회와 그럴 수 밖에 없는 본인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찬 연주는 그나마 자신을 좋아해 주던 엄마가 죽은 뒤, 여러 번이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의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는 것은 몰래 사랑을 나누다 걸린 선생님과 지오나, 주술로 죽은 사람을 불러내는 진희와 같이 연주와 비슷하게 ‘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비관적이던 연주는 결국 그들과 다투다 건물에서 떨어지지만, 그들과 한 데 묶인 덕분에 살아 남는다. 눈 뜬 병원에서 결국 만난 엄마의 귀신과 못다 한 커밍아웃을 마무리 짓는 연주는 그제야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연주의 후회들은 매번 그가 옷장 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가시 돋친 스스로의 말에 스스로까지 상처를 받고, 누구의 도움도 거절하고 홀로 옷장 안에 남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람들 곁에 서 자신의 이야기를 횡설수설 털어낸 연주는 그래서 앞으로 나아간다. 나의 존재가 누구에게도 증명하고 인정 받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사랑하면 그만이라고. 오늘날의 틴더 시대 사랑은 자기 안으로 향해야만 무너지지 않는다. 

영화 〈장례식의 멤버〉, 2009년의 한국 독립영화계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도 역시 기억하실 거예요. 백승빈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연출한 이 영화는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데요. 주연을 맡은 이주승 배우는 〈장례식의 멤버〉에서 미스터리한 주인공 '희준' 역을 맡았었지요.  어쩌면 이 영화 하나로 감독과 배우가 모두 기나긴 연출/연기 트랙의 출발선을 밟았는지도 모르는 일! 아래에서 〈장례식의 멤버〉를 만나보세요. 

님, 지난 겨울 개봉했던 〈다음 소희〉를 보셨나요?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여러 차례 인디토크를 하고 겨울과 봄 내내 관객을 만나며 장기 상영을 이어갔었지요. 〈안녕, 내일 또 만나〉의 주인공 '동준'을 연기한 심희섭 배우는 〈다음 소희〉에서 소희의 팀장, '준호' 역을 맡았었습니다. 소희와 같은 팀원들을 살뜰히 보살피면서도 실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던 그 팀장님의 모습, 심희섭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데요. 아직 〈다음 소희〉를 보지 못했거나, 영화 속 심희섭 배우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면 아래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