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필요> (감독 홍상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209 〈여행자의 필요〉 |
|
|
5월 15일 오늘의 큐 💡
Q. 여행 준비물.. 바로 막걸리? 😉 |
|
|
날도 좋고 공기도 맑은 5월 중순! 🌞 지금이야말로 여행 가기 딱 좋은 때여요. 님은 따로 여행 계획 세우신 것 있으신가요? 여름 휴가도 좋고, 연말에 길게 해외여행을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여행을 앞두고는 설레서 오만 상상을 다 하는 저에게는 사실 준비물을 꾸리는 과정부터가 여행의 시작 같아요. 저는 꼭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가져가는 편인데요. 종종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느라.. 필름 카메라의 존재를 깜빡하고 한 장도 못 찍은 채 돌아온 적도 있어요. 😅 님에게도 여행 필수템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철마다 여행을 가듯, 철마다 영화를 자주 찍는 감독이 있어요, 바로 홍상수 감독인데요. 최근에는 거의 6개월마다 한 번씩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다 보면 대부분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있어요. 바로 막걸리와 산책 그리고 대화! 이번 신작 〈여행자의 필요〉에서도 막걸리가 등장합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이리스'(이자벨 위페르)는 매일 조금의 막걸리를 마시며 사람들을 만나요. 낯선 이국에서의 시간이지만 막걸리만 곁에 있다면 이리스에게는 걱정거리도 없어 보이죠. 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모습에 여행객이 아니라 그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도 보여요. 매일 막걸리로 편안함을 얻는 이리스를 보면, 매일 여행하듯 살아갈 수도 있겠다 싶어요 😉
당일치기로 근교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오늘, 여러분께 영화로운 여행을 선물하고 싶어요. 〈여행자의 필요〉와 함께 홍상수 감독의 근작 〈우리의 하루〉, 하룻밤의 여행 이야기 〈겨울밤에〉를 함께 소개합니다. |
|
|
추상적인 것을 잡아 꺼내려는 연습
〈여행자의 필요〉
(중략) 돌에 적힌 글처럼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고, 때로는 부끄럽고 아름다운 우리들은 이름 모를 누군가를 경계하고 의심하며, 시선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산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여행자의 필요〉는 죽는 것을 잊지 않고 사실에 근거한 삶을 살아가려는 자를 매개로 끈질기게 질문하고 대답하게 한다. 그렇지만 내면의 나를 마주하게 하고 답을 얻으려 하는 사람을 불편해 할 필요는 없다. 결국 그러한 사람도 자주 막걸리를 찾아 불안정하고 흐릿한 상태로 향하는 자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편안함을 찾는다. 여전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 알기 어렵고 취기에 어려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비정형화된 글을 똑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에 괜찮다. 어찌됐든 우린 살아있는 동안은 아름다울 것이고 언어로 전환하기는 어려워도 무언가 진정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인 나의 진실된 마음은 알아야 할 테지만 말이다.
인디즈 오윤아 |
|
|
〈여행자의 필요〉
감독 홍상수
출연 이자벨 위페르, 이혜영, 권해효
90분|극영화|12세이상관람가
어디서 온지 모르는 이 사람은 불란서에서 왔다고 하고, 어린애 피리를 근린공원에서 열심히 불고 있었습니다. 돈도 없고 어떻게 살지 몰라해 불어를 가르쳐보라 권했고, 그렇게 두 명의 한국여자들에게 선생이 되었습니다. 땅에 맨발로 걷는 것을 좋아하고, 돌에 누워있는 걸 좋아하고, 힘이 되는 때 순간 순간을 비언어적으로 바라보려하고, 최대한 사실에 근거한 삶을 살려고 애씁니다. 그래도 사는 건 변함없이 고되고, 매일 막걸리에 의존하며 조금의 편안함을 얻습니다. |
|
|
여행의 의미
〈여행자의 필요〉와 〈겨울밤에〉
(중략) 춘천으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은주(서영화)는 휴대폰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다. 은주와 흥주(양흥주)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과거에 있었던 것이 지금은 없어졌음을 확인한다. 각자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그들은 한 쌍의 남녀와 교차한다. 과거의 그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커플은 부부에게 현재 상실된 것들을 지속해서 상기시킨다. 커플에게는 로맨스였던 얼음이 은주의 발아래에서 부서지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사라졌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마음이 풀릴 때까지 춘천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 현재의 의미를 찾는 것, 또는 현재에 없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어떤 것이든 여행이 당신에게 무언가를 가져다주길 바란다.
인디즈 김민지
|
|
|
〈겨울밤에〉
감독 장우진
출연 서영화, 양흥주, 이상희, 우지현
91분|극영화|2020
30년 만에 춘천을 찾은 남녀, 무언가 잃어버린 이들의 잊지 못할 한겨울밤의 꿈 같은 영화 |
|
|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어요. 어쩐지 나도 위스키나 와인 한 잔을 마신 것처럼 영화를 보게 되는데요 🍷 살짝은 몽롱한 기분으로 나누는 대화에서는 사는 얘기, 시답잖은 얘기, 내 무의식 저편 너머의 이야기(!)까지 모조리 나오기 마련이죠 😓 이런저런 생각들 사이에서 나오는 여러 반응은 어쩌면 내 하루를 매듭짓고 있던 건지도 몰라요. 대화가 만들어내는 우리 사이의 연결 고리를 담은 영화, 〈우리의 하루〉를 함께 소개해요. |
|
|
틈새 사이로
〈우리의 하루〉
··· 관객에게 틈을 남기는 방식으로 오히려 현실과 더 가까워진 영화는 결국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한다. 무언가 정답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가 취하는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인생이란 무엇이냐고 묻는 재원에게 의주는 주변의 모두가 말하는 '정답'이 결국 오답이지 않았느냐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삶은 금방 끝나기 때문에 그 사이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삶은 그래서 좋은 것이라고. (중략)
영화는 결국 처음부터 벌려놓은 틈을 통해 관객들에게 당신의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이냐고 묻는다. 그들의 삶 뒷편을 생각하며 우리의 삶에 빗대어 볼 수밖에 없고, 그들의 행복한 삶을 바라보며 나의 삶의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볼 수밖에 없다. 영화도 현실이 바탕인 것처럼, 다소 판에 박힌 조언처럼 들려도, 가장 밑바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디즈 임다연 |
|
|
〈우리의 하루〉
감독 홍상수
출연 기주봉, 김민희
84분|극영화|2023
한 사람은 사십대 초반 여자인데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집에 잠시 머물고 있다. 다른 사람은 혼자 사는 칠십대 남자인데 전에 키웠던 고양이가 늙어 죽었다. 오늘 두 사람을 찾아온 방문객들이 있었는데, 여자를 찾아온 방문객은 이십대 여자였고, 남자를 찾아온 방문객은 삼십대 남자였다. 두 방문객들 모두 진지한 질문들을 갖고 왔는데, 사십대 초반의 여자는 선 채로 짧게 대답해준 편이고, 칠십대 남자는 조금 길게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두 사람 다 손님 앞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먹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 먹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한쪽 집에선 고양이가 집을 나간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다른 집에선 술판이 벌어지게 된다. 한쪽 집에선 해가 지고 나서 끝나고, 다른 집에선 해지기 전에 끝이 난다. 우리는 영화를 보다가,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한번쯤 생각해보게 될 수도 있다. |
|
|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
|
|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6, 와이즈파크 8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