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목소리> (감독 박수남, 박마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238 〈되살아나는 목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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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오늘의 큐 💡
Q. ⛄ 다큐 보기 좋은 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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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처음으로 보내드리는 인디즈 큐 뉴스레터입니다. 요즘은 볼 영화가 무척 많은 것 같아요. 극장에 걸린 독립영화 개봉작들도 참 많은 시기인데요, 한창인 서울독립영화제 덕분에 다양한 영화들을 만나기에 더없이 좋은 때이기도 하지요. 영화들이 종류별로 줄을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서 저 역시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다큐멘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님은 다큐멘터리, 즐겨 보고 계신가요? 🎞️👀
저마다의 영화들이 카메라의 눈을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특히 그 자체로 솔직하단 이유로 주제가 더욱 와닿곤 합니다. 최근 개봉한 박수남, 박마의 감독의 〈되살아나는 목소리〉 역시 가장 내밀한 방식으로 제목의 의미를 설명해요. 필름 속에 갇혀 있던 지난 기록물들의 사이를 건너며 두 감독은 역사가 다큐멘터리로 기록되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님이 생각하시는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무엇일지 듣고 싶은 계절이에요. 카메라를 앞세워 마음속 진실한 이야기를 하기 좋은 날씨에, 오늘은 〈되살아나는 목소리〉와 엮어 생각하기 좋은 작품을 소개해 드려요. 이미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그만큼 다시 떠올리기에 충분히 솔직한 영화입니다. 동시에 님의 마음에 쏙 들어갈 다큐멘터리 소식도 같이 소개할게요. 방금 막 시작된 겨울, 꾸밈없이 따뜻한 계절 건너시기를 바라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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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것은 있었던 것
〈되살아나는 목소리〉와 〈최악의 하루〉
1935년 일본, 박수남은 그때 그곳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시절 그의 부모님은 돈을 벌러 일본으로 넘어갔고, 사람들은 그를 ‘재일 조선인 2세’라 불렀다. 박수남은 자신을 황국 소녀이자 천황 폐하의 신민이라 여기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복 저고리를 차려입은 모친과 거리를 거닐던 중 돌팔매가 날아들었다. 그 기억을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 순간,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국적과 유전자를 동시에 쥐여 준 어머니. 하필 ‘재일 조선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온 자신. 태어난 게 죄라는 눈동자들. 그래서 사는 일을 형벌로 만드는 세상. 그 사이를 거칠게 배회하며 박수남은 어렴풋이 자신의 소명을 감지했다. 기록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시작은 '고마쓰가와 사건'의 재일조선인 이진우와 주고받은 서신이었다. 일본인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그의 지난날은 차별과 억압의 연속이었다. 청각장애인 어머니를 돌보며 공장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고통에 공감한 박수남은 당시 직장에서 축출당하면서까지 일본의 지식인들과 구명운동을 펼쳤다. 사형이 집행된 1962년까지 오간 서신들은 한 권의 책으로 묶였고 역사는 영원히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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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그는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1986년 작 〈또 하나의 히로시마-아리랑의 노래〉부터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개봉한 지금까지도. 글 쓰는 저널리스트 출신인 그가 어쩌다 카메라를 들게 된 걸까. 영화 초반, 박수남과 그의 딸 박마의는 격하게 논쟁을 벌인다.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박수남은 그건 의미 없다고 버럭 화를 낸다. 그러고는 무엇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지 되묻는다. 영화란 사실을 기록해 가는 일이고, 역사의 사실을 사실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체험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의 진실이라고. 박수남에게 영화는 진실을 담아내는 최선의 매개체이다. 영화야말로 엄숙한 침묵, 떨리는 몸짓까지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닿지 못하는 공백에서 때때로 말보다 중요한 정보가 나지막이 숨 쉬고 있다. 그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카메라의 끈기를 그는 믿는다. 원폭 피해를 입은 한국인 피해자가 제대로 답변도 못 한 채 그냥 울어버리는 순간. 그간의 고통이 여실히 전해지는 숨결의 떨림. 주저 없이 앵글 속으로 들어가 그를 꼭 끌어안으며 이게 영화를 찍는 이유라고, 말 없는 사람의 말을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위로를 건네는 박수남.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들려온 굉음에 우리 모두가 해방이라고 환호할 때, 굉음의 한복판에 서 있던 누군가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은 그런 식으로 영영 기록되었다. 찰나의 장면이 백 마디 말보다 나을 수 있다는 영화적 소문을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생생히 증언한다. 이것 좀 보라고. 침묵이 보이지 않냐고. 아무리 부인하고 무시로 일관해도, 진실은 여기 버젓이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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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화는 허구라는 인식을 넘어 진실로 진실을 논할 수 있을까. 그 시도로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글이 아닌 영화를 ‘다른 매체’로서 선택했다면, 2016년 작 〈최악의 하루〉는 ‘다른 언어’를 경유하여 진실에 접근하려 한다. 영화에서는 세 개의 언어가 들려온다. 주인공 ‘은희’의 한국어,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의 일본어, 그리고 그 둘이 주고받는 영어가 그것이다. 그들은 서촌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누다 헤어진다. 은희는 하루 동안 료헤이 외에 두 명의 남자를 더 만난다. 그의 애인 ‘현오’는 아침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라는 이유로 은희의 존재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언제나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눈과 입을 가린 채 만남을 가지고, 무엇보다 각자 한 번씩은 한눈을 팔았던 과거사 때문에 서로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다. 심지어 현오는 은희를 다른 여자의 이름으로 부르기까지 하고, 화가 난 은희는 이별을 고하며 홀로 돌아선다. 얼마 후 은희는 한 달 전에 정리한 전 애인 ‘운철’과 마주치게 된다. 이혼의 경계에 서 있던 그는 전 배우자와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고백하면서도 은희를 향한 죄책감을 느낀다. 은희도 운철과 헤어진 뒤 다른 사람을 만난 적 없다며 거짓말을 한다. 현오 앞에서는 운철을 진작 잊었다고 말하면서도, 운철 앞에서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처럼 연기를 한다. 수많은 대화가 유창하게 오가고 서로의 감정을 격하게 토로하지만, 진짜 진실은 어디 있는지 모호하기만 하다.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 말투와 성격은 연극을 하듯 달라진다. 은희는 운철 앞에선 머리를 묶고 현오 앞에선 푸는 등 외양마저 바꾼다. 그러던 중 남산 산책로에서 어쩌다 삼자대면이 이루어지고, 이내 혼돈에 빠진 윤희는 혼자가 되길 택한다. 긴긴 하루의 막바지, 그의 곁에 다시 료헤이가 찾아온다. 밤의 남산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영어로 대화를 시작한다. 서로 모국어가 아니라 틀리고 더듬거릴지라도, 영어는 그들에게 소통을 가능케 한다. 은희는 요즘 사는 게 연극 같다며,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고 털어놓는다. 료헤이는 지금도 자신과 연기하고 있냐고 묻고, 은희는 거짓말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영어로 하긴 어렵다고 답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에 맞춰 무용을 선보이며 몸으로 말을 하는 거라고도 한다. 오래된 연인인 탓에 습관처럼 거짓말을 주고받은 현오와 스스로 감정까지 속이며 열연을 나눈 운철, 그들과 교차한 하루는 최악이라 평하기 충분했다. 그 끝에서 료헤이와 주고받은 ‘다른 언어’는 거짓을 말하기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장 진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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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목소리〉
감독 박수남, 박마의
148분|다큐멘터리|12세이상관람가
위안부, 강제노역, 원폭 피해자…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재일조선인 2세 다큐멘터리스트 ‘박수남’
그의 집에 쌓인 작품화되지 못한 10만 피트, 약 50시간 분량의 16mm 필름 기억의 망망대해에서 수집해낸 역사가 강렬하게 들려온다. 잊혀진 피해자들의 표정을 되살려내고 식민과 전쟁으로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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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하루〉
감독 김종관
출연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이희준
93분|극영화|2016
늦여름 서촌의 어느 날,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길을 찾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만난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이상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료헤이와 헤어진 후 은희는 드라마에 출연 중인 남자친구 현오(권율)를 만나러 촬영지인 남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 한 때 은희와 잠깐 만났던 적이 있는 남자 운철(이희준)은 은희가 남산에서 올린 트위터 멘션을 보고 은희를 찾아 남산으로 온다. 오늘 처음 본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까지 하루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 은희. 과연 이 하루의 끝은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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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목소리〉를 보다 보면 박수남 감독의 지난 일들과 기록에 관해 보여주었던 열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는 박수남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인데요, 지난 영화들은 한국어 자막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관람하기에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OTT로 감상하기에 편한 작품 〈침묵〉을 소개해요. 50년이 넘는 침묵의 세월을 이겨 내고 목소리를 내었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작품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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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감독 박수남
117분|다큐멘터리|2017
2014년, 속리산의 작은 마을에 홀로 사는 이옥선 씨는 법주사에 기도를 빠뜨리지 않는 신자다. 17세에 북만주의 위안소에 감금되었던 그는 전후 50년이 지난 1994년, 긴 침묵을 깨고 14명의 동료들과 함께 일본 정부에 사죄와 개인 보상을 요구했다. 할머니들은 3년간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해 일본군의 범죄를 증언하며 명예와 존엄 회복을 호소했다. 그 투쟁에 재일교포 2세의 여성 감독이 동참해 그들의 한을 영상에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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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올 한 해도 독립영화 많이 보셨나요? 매년 연말이면 자연스레 하게 되는 나만의 영화 연말 정산을 하기 전에 😉 기회를 놓쳐 관람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다시금 볼 수 있는 시간을 소개해요.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총 84편의 장단편 영화들이 다시 우리를 만나러 옵니다. 〈퀴어 마이 프렌즈〉, 〈다섯 번째 방〉, 〈잠자리 구하기〉 등 스크린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었던 작품들부터 〈퀸의 뜨개질〉, 〈코랄러브〉와 같이 입소문 자자했던 단편들까지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어요! 😆 이외에도 극장과 영화제에서 놓쳤던 극영화와 애니메이션도 역시나 한가득 감상할 수 있으니, 아래에서 일정과 작품 목록을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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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서 다시 한번!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 큐레이션을 통해 소개되었던 '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작품 중 84편의 장·단편 독립영화가 12월 4일부터 3주(매주 28편)에 걸쳐 다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안타깝게 놓쳤던, 다시금 보고픈, 무성한 소문으로만 들었던, 바로 그 영화.
📌 상영 일정: 12월 4일(수) ~ 12월 22일(일)
- Re:Playlist #1 | 12월 4일(수) ~ 12월 8일(일)
- Re:Playlist #2 | 12월 11일(수) ~ 12월 15일(일)
- Re:Playlist #3 | 12월 18일(수) ~ 12월 22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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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다큐멘터리 진하게 만나보는 거, 좀 더 깊게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 올해 개최된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주요 수상작을 비롯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한정판! 기회를 소개해요. 해외 유수의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날 수 있지만, 〈피아노 프리즘〉을 연출했던 오재형 감독의 신작 〈소영의 노력〉을 비롯한 보석 같은 한국 다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온라인 상영은 12월 20일까지, 작품별 최대 200명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어서어서 늦기 전에 관람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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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상영작
- 오재형 감독, 〈소영의 노력〉
- 임중완 감독, 〈꽃풀소〉
- 박희주 감독, 〈Bitter Cells〉 등
📌 관람료
- 장편 2,000원
- 단편 1,000원
📌 관람 기간
- 결제 후 48시간 내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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