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선의> (감독 김현정)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237 〈최소한의 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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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오늘의 큐 💡
Q. ❄️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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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쌀쌀해지고 곳곳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이기 시작하니 괜히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 아직 연말연시라 부르기에는 한참이나 남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지난 일 년을 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람찼던 일들은 그런대로 간직하고 후회로 남은 일들은 반성하고 나아갈 시간, 충분히 있기 때문이지요. 연말까지 남은 한 달은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세우기에 무척이나 넉넉한 시간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나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나'에 대한 생각도 피어오르기 마련입니다. 1인분의 삶을 견디기에도 피곤한 날들이지만 그래도 주변 이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는 교사라면 더더욱 바랄 일입니다. 세상으로부터의 울타리가 되어야 마땅할 공간에서 아이들은 어른이 될 준비를 하기 때문이지요. 영화 〈최소한의 선의〉에는 이런 고민을 안고 사는 교사 '희연'(장윤주)이 있습니다. 희연은 임신 중인 학생 '유미'(최수인)에게 안전하게 학업을 이어 나갈 방법들을 제안하지만, 현실의 수많은 문턱 때문에 둘 모두는 쉽게 지쳐버리게 되어요.
그럼에도 연말까지는 시간이 많고, 희연과 유미에게는 낙관이라는 게 있어서 우리는 모두 지난 시간을 잘 정리하고 앞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세상의 시선을 함께 이겨낼 동료와도 같은 어른들이 있다면 말이지요. 11월의 끝자락에 서서 모두에게 복된 연말이 찾아오기를 일찍이 바라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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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가 만든 낙관의 자리
〈최소한의 선의〉
(중략) 〈최소한의 선의〉는 희연과 유미 사이의 거리를 최대로 벌려 놓은 뒤, 임신과 출산이라는 공통의 사건을 부여한다. 유미가 선행적으로 경험한 임신의 과정을 희연이 따른다. 난임을 겪던 희연에게 임신은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지만, 학생 신분인 유미에게 임신은 너무 이르게 찾아온 소식이다. 각자가 마주한 임신의 의미는 다르지만, 임신의 경험으로 희연과 유미 사이의 선은 조금씩 흐려진다.
현재의 순간을 살아내기 바쁘던 희연에게 임신은 시야를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희연은 출산 이후의 삶을 생각하고 준비한다. 희연의 시간은 미래를 향하고 유미가 경험한 임신의 어려움과 출산의 두려움은 희연의 것으로 체화된다. 그렇게 희연의 미래는 유미의 과거 위로 겹친다. 겹겹이 포개어지는 시간을 따라 유미의 마음이 희연에게 스며든다. (중략)
〈최소한의 선의〉는 비관을 지움으로써 낙관의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비관적인 세계에서 ‘최소한의 선의’를 다하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희연은 학교와 대립하면서까지 유미의 재입학을 제고해달라는 메일을 쓰고 반 친구들은 유미의 복귀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서명서를 제출한다. 희연의 이메일에, 친구들의 서명서에, 선을 넘어 내어본 ‘최소한의 선의’에 낙관의 자리가 있다.
인디즈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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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
감독 김현정
출연 장윤주, 최수인
110분|극영화|12세이상관람가
고등학교 교사 희연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난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보고자 고3 대신 고1 담임을 맡고 집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지만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계속되는 임신 실패에 점점 힘들어질 때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담임으로서 의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자꾸만 감정적인 선을 넘어오는 유미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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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빅슬립〉의 기영(김영성)과 길호(최준우), 두 사람은 서로의 용기로 마땅히 자야 할 잠을 청하고 서로의 안정을 확인한다. 기영은 〈최소한의 선의〉 속 희연처럼 어른의 상징적인 직업을 가진 인물도 아니고, 길호에게 따뜻한 말만을 전하는 사람도 아니다. 새벽녘 집 앞 웅크려 자고있는 학교 밖 청소년 길호를 두 번째 본 날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기영이 길호에게 발코니에 놓인 화분들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그렇게 함께 빛을 쐬면서 안온한 집의 공간에 대한 의미를 키우기 시작한다. 숟가락을 하나 더 놓고, 이불을 하나 더 꺼내고, 자신의 옷을 길호에게 내어주던 기영은 길호의 일탈에 크게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소리침이 자신에게 향해있는 듯 깊이 괴로워한다. 길호와 기영 두 사람에게는 부정한 일로 공통되는 불안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아있다. 그 불안에서 그들 스스로 걸어 나와 따뜻한 빛을 함께 쐬었던 기영의 집으로 돌아올 용기를 내면서, 이들이 함께 만든 안온함의 의미를 다시 찾아내고 지켜간다. 노란빛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거실에서 비로소 푹 따뜻한 잠에 드는 길호와 기영, 영화는 두 사람의 모습을 잔잔히 바라본다. 눈앞에 불쑥 걸어들어온 어떤 아이를 만나며 〈최소한의 선의〉 속 희연과 유미 그리고 〈빅슬립〉의 기영과 길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른의 나이를 하고 그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홀로 방황하기도, 때로 자신만만하기도, 어른임을 내세우며 삶의 방식을 강요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이유 없는 선의의 방식은 그들이 서 있는 곳 바로 옆에 함께 서 서로의 용기를 바탕으로 함께 손을 맞잡는 것임을 깨닫는다. 여전히 그들은 그 모든 순간이 마음 구석에 자리하던 골똘한 탐구의 실현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어른에 관하여 계속해서 고민하며 잠에 들지도 모른다. 어느새 푹 잠이 든 그들을 스크린 너머 고요히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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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슬립〉
감독 김태훈
출연 김영성, 최준우
114분|극영화|2023
오늘도 거리를 헤매던 길호는 우연히 만난 기영의 호의로 하룻밤을 그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단지 하룻밤이지만 길호는 기영의 거친 태도 속에 다정함을, 기영은 길호의 믿지 못할 행실 속에 연약한 결심을 눈치챈다. 하지만 각자 지리멸렬한 낮을 지나, 뜬 눈으로 밤을 지켜낸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야 마는데...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나누고 싶은 마음 한 칸을 지켜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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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학교는 안전한 학습 공간이자 놀이터입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밥도 맛있게 먹고 운동장에서 뛰어노니 더없이 좋은 공간이지요. 그런데 학교 일과가 끝나면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저 몇 군데의 학원을 전전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것만이 답인 걸까요?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도토리 마을 방과후'는 학교를 끝마친 아이들이 마음 편히 오고 갈 수 있는 정다운 공간입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어른도 아이도 한창 거리를 두던 시절, 몇몇 아이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선생님들은 마을 방과후 교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과의 시간을 지켜냈어요. 포기는 잊고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찾아 기어이 해내고야 만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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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감독 박홍열, 황다은
94분|다큐멘터리|2023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자리잡은 성미산 마을은 꽤 알려진 25년차 공동체 마을이다. 이곳의 ‘도토리 마을 방과후’는 교사, 아이, 부모가 함께 만들며, 초등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0명의 아이들과 5명의 교사들이 먹고, 놀고, 배우며 생활한다. 갑작스레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이곳은 운영시간을 늘린다. 코로나19가 지속되자 마을 방과후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건 점점 줄지만, 해야 할 일은 늘고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이들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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