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낼 시간> (감독 남궁선)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242 〈힘을 낼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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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오늘의 큐 💡
Q. ✨ 나의 새해 소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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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발생한 항공 참사로 세상을 떠난 모든 분께 애도를 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참사의 피해자분들과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올해의 첫 인디즈 큐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매일 같이 보는 해이지만, 오늘의 태양은 어느 때보다도 새롭게 보입니다. 일 년 365일 중 오늘처럼 해돋이를 기다렸던 날도 없으니까요. 추운 겨울도 어느덧 성큼성큼 지나고 있고요,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정리할 틈도 없이 2025년이 속수무책으로 와버린 느낌이라 저는 서둘러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있답니다.
이런 시기에 입으로 읽어 보는 '힘을 낼 시간'이라는 제목, 참으로 떨리고 단단해서 더욱 곱씹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힘은 저절로 바닥나기 마련이라서요, 나라도 '힘을 내자!'고 되뇌지 않으면 영영 어깨가 축 처져버릴 것 같거든요. 남궁선 감독의 신작 〈힘을 낼 시간〉은 한때 아이돌이었던 수민과 사랑, 태희의 제주 여행기를 담고 있습니다. 인생을 오롯이 살아볼 기회도 없이 어떤 한 시절을 누군가에게 저당 잡힌 듯 살아내야만 했던 그들에게 제주에서의 시간은 마치 두 번째 인생과도 같이 흘러가게 되어요.
'지금은 힘을 낼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일은 상대방을 위한 것 같지만, 사실 나를 위해 하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기장에 쓰는 속삭임처럼 마법 같은 주문이 되기도 해서요. 수민, 사랑, 태희가 만난 제주의 파란 하늘처럼 새해에는 희망 가득한 일들이 모두의 앞에 펼쳐지기를, 인디즈 큐도 마음을 다해 모든 분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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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 한 교수님과의 대화 중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교수님은 ‘열심은 당연한 거고, 잘해야지’라는 대답을 했다. 나의 마음을 모두 쏟아붓는다 해도 마지막 모습이 평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 조금 쓰렸다. 보이는 게 전부인 세상에서는 나의 노력, 성향, 마음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잘 해내야만 하는 곳에서 나라는 사람은 점점 지워진다.
수민, 사랑, 태희는 그렇게 오랫동안 밀려나다가 결국 떨어진 사람들이다. 원래의 자리에서 동떨어져 들어온 세상은 낯설다. 어색한 지도 앱을 붙잡고 헤매던 이들이 그나마 가진 것도 잃어버리고 새롭게 마주한 세상은 그러나 생각만큼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처음 받은 정산,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한 팬. 강박적인 완벽주의와 웃음, 마비로 무장했던 세 사람은 상표와 소윤을 거치며 과거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특히 소윤은 세 사람에게 과거를 직접 들이미는 존재인데, 그와 함께 춤을 추고 싫어하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아픔을 딛고 떠오르는 해를 마주할 준비를 마친다.
이때 전직 아이돌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의 화려한 과거 이미지는 영화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음성으로만 처리된 플래시백, 그리고 서로의 대화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순히 아이돌의 특수한 문화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특정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청년들에게 보편적 위로를 전달한다. 그렇다면 이 친구들은, 나아가 청년들은 어떤 힘을 내야 할까. 거대한 산업 구조에 비해 개인이 낼 수 있는 힘은 너무 미약하다. 그래서 상승으로서의 힘은 이들에게 부당한 강요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아주 작은 힘이라면, 자신의 자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여기에 있을 정도의 힘이라면 낼 수 있지 않을까. 사라지지 않을 정도만. 딱 그만큼의 힘만 내주기를 수민과 태희와 사랑이에게 조심스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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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낼 시간〉
감독 남궁선
출연 최성은, 현우석, 하서윤
99분|극영화|12세이상관람가
주목받지 못해 은퇴한 아이돌 ‘러브앤리즈’의 수민과 사랑, ‘파이브 갓 차일드’의 태희.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학창 시절에 갈 수 없었던 수학여행을 뒤늦게 떠나 보기로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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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 한마디
〈힘을 낼 시간〉 그리고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중략)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의 수현(오은재)은 연기를 그만두고 택배기사 일을 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물건을 모두 배달해야 하지만, 오늘따라 순조롭지 않다. 고객은 빨리 택배를 수거해 가라며 재촉하고, 중고 거래를 하기로 한 사람은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디션을 보러 가던 지영(하영주)과 접촉 사고까지 난다. 시간에 맞춰 오디션장에 도착해야 했던 지영이 수현의 택배차를 얻어 타게 되면서 두 사람의 낯선 동행이 시작된다.
〈힘을 낼 시간〉과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속 인물들은 모두 삶의 목적을 잃고 무기력하게 세상을 부유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연예계에 뛰어들어 아이돌로서의 성공을 꿈꿨지만 거대한 산업구조의 불합리성을 직접 마주하며 정신적, 정서적으로 망가져 버린 세 사람은 지금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서투르다. 수현 역시 마찬가지다. 꿈을 포기했기에 스스로 정해진 삶의 경로를 이탈했다고 생각하며 그저 체념하고만 있다. 신경 쓰지 않아 자주 잔고장이 나는 택배차는 왠지 수현의 모습과 닮아있다.
수민, 태희, 사랑은 짧은 수학여행을 끝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무사히 오디션장에 도착한 지영을 내려주고 수현은 다시 길을 떠난다. 앞으로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숨기기 바빴던 상처를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도록 선물처럼 나타난 유실물 센터 직원 소윤(강채윤)과 상황이 꼬여도 어떻게든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 믿으며 자기만의 길을 향해가는 지영 덕분에, 그동안 멈춰 있었던 이들은 각자의 삶에 있어서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지 않았을까.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여정은 스스로를 마주하며 잃어버렸던 삶의 의지를 되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오는 길과 가는 길은 다르니 조금 헤매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힘을 낼 시간〉 속 내레이션이 영화가 끝나고도 마음에 오래 남아있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불안해하며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듣고 싶은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잠시 길을 잃고 멀리 돌아가더라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 말이다.
인디즈 서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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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감독 김내은
출연 오은재, 하영주, 윤선근
26분|극영화|2022
연기를 그만둔 택배기사 수현은 대학교에서 배송을 하던 중 연기과 학생 지영과 접촉사고가 난다.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는 수현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던 지영은 대신 다른 부탁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수현의 탑차를 타고 지영의 오디션장으로 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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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크게 외치면 메아리처럼 내게 돌아오는 것, 바로바로 응원! 🔊 누군가를 한없이 응원하다 보면 그 바람은 결국 나에게도 큰 힘이 되곤 하지요. 힘내라, 힘내라! 외치면 내 힘이 부쩍 솟아나기도 하고요. 잘한다, 잘한다! 하면 정말 모두가 잘하게 되는 마법 🧙 누구나 한 번쯤 목격한 적 있을 거예요.
〈모래바람〉은 씨름판 위의 선수들을 조명한 영화입니다. 때로 치열하게 힘을 겨루며 경쟁하는 선수들이지만요, 서로 흘린 땀방울 너머로 응원을 주고받으며 꿈을 향해 오늘도 달려 나가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덕질 희망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나를 골방에서 꺼내준 아티스트 '이승윤'을 향한 세 사람의 응원은 커지고 커져서 결국 공식 뮤직비디오 한편(!!)이 되기도 했어요. 두 편의 영화가 새해의 님에게도 큰 힘이 되기를, 멋들어진 응원으로 남기를 바라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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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감독 박재민
출연 임수정, 송송화, 양윤서, 김다혜, 최희화
79분|다큐멘터리|2024
2009년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 탄생 이후, 임수정과 송송화, 양윤서, 김다혜, 최희화는 씨름 실업팀 ‘콜핑’에서 만난다. 10여 년간 늘 정상을 지켜왔기에 더더욱 그 자리를 지키고 싶은 ‘임수정’. 20년간 여자 씨름만을 위해 인생을 바친 송송화. 그녀들을 롤모델로 천하장사를 향해 달려가는 양윤서, 김다혜, 최희화! 모래판 위에서는 라이벌이지만, 모래판 밖에서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최강의 동료애! 독보적인 천하장사로 군림한 임수정 선수와 그에게 도전하는 4명의 여자씨름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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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감독 권하정, 김아현
출연 권하정, 김아현, 구은하, 이승윤
79분|다큐멘터리|2023
대학 졸업 후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 있던 하정, ‘듣보’이던 이승윤의 음악이 그에게 위로를 건네고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든다. 하정, 아현, 그리고 은하 이 세 ‘듣보인간’의 진심이 이승윤에게 닿고, 세 사람의 꿈은 네 사람의 거대한 도전으로 바뀌게 된다. 뮤직비디오는 처음인 그들 앞 모두가 안 될 거라고 말할 때, 이들은 용감하게 도전하는데… 과연,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무사히 완성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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