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어느 한 작은 극단의 신입 단원 오디션 날. 자신을 서울대 졸업생이라 소개하는 한 여자가 오디션을 보러 왔습니다. 다른 지망생들과는 확연히 다른 학벌에, 왜 극단에 지원했는지 묻자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하는 이 여자. 🤔 연속되는 면접에 지루해하던 극단 선배들은 여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는 순수한 열정으로 무장한 '혜리(전혜연)',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서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호기심을 발견하는 연출 '해영(박호산)'의 이야기입니다. 새로 연출하는 극에 대해 영감을 구하고 있던 해영은 날이 갈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혜리에 대해 오묘한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의 뒤꽁무니는 오로지 관객인 우리만 알게 되지요. 나만의 시선이 가장 정확하고 바른 판단을 내릴 거라 장담하는 그때 혜리가 가지고 있던 상황이 드러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미궁 속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무심코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일, 🧐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위험한 일 같아요. 내가 본 것들로 내리는 판단은 사실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은 알쏭달쏭한 상대방을 (그리고 나를!) 알고 싶을 때 보면 좋을 영화들과 전시 소식을 함께 가져왔어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2월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길 바라요 🍀

 

우리는 세상을 살며 마주치는 것들을 명명함으로써 의미화하고 관습적인 형태로 바꾸어 놓는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쉬운 방법인 동시에 제약을 의미하기도 한다. 타인이 나에게, 때로는 내가 스스로에게 가하기도 하는 설정 속에 본성은 쉽게 지워진다. 하지만 사실은 그저 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보지 않았을 뿐 달이 사실 빛을 내고 있었다면, 해는 사실 달의 한 모습이었다면?

(중략) 영화 전반에 드러난 연기 양식의 독특함이 영화의 묘미를 한층 더한다. 연극 무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감정을 일정량 덜어낸 방백과 같은 연기를 펼친다. 감정 묘사보다는 특정 사실이나 인상에 대해 일정한 톤으로 표현하는 연기는 흑백의 이미지와 어우러져 인물들의 속내를 한 번에 알 수 없게 한다. 그럼으로써 관객 역시 혜리를 껍데기로만 파악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낸 페르소나 속에 혜리를 가두게 함으로써 그가 그것을 벗어 던질 때의 희열을 한층 강화한다.

혜리는 연습실로 돌아가지 않고 해영에게 ‘달의 빛에 붙잡혔음’을 말한다. 낮의 빛은 해에게서 오나 그것은 우리의 정의에 따른 것이다. 그것은 달일 수도, 해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빛이라는 진리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힐 수만 있다면 이름은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인디즈 김민지

 

(중략) 모순적이고 양립할 수 없는 성질은 항상 주변을 맴돈다. 시점을 바꿔 타인을 응시하면 그 모순이 여지 없이 쉽게 드러날 때가 있다. 판단을 내려두고 객체를 따라가면 진실 혹은 거짓이라고 명확하게 이분화 할 수 없는 가장 단순한 진술이 남는다. 객체는 그 과정에서 주체로 하여금 그 안에 있는 것을 꺼낼 수 있도록 돕는다. 〈여행자의 필요〉의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역)’가 만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객체로 두는 진술을 너그러이 허용하는 것처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관찰함과 동시에 관찰자가 되는 이리스의 모습은 여행자의 모습에 적절히 부합한다. 세계와 발 붙이게 하는 무거운 중력과 그에 반해 쉽게 세계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갖는 특유의 가벼움은 걷는 사람이 바라보는 풍경처럼 시시각각 변화한다. 다시 ‘나’를 주체의 위치로 되돌려 객체가 된 혜리와 이리스를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변하는 풍경에 따라 객체 역시 아마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각각의 얼굴들은 언제나 있었고 어디에나 그 모습 그대로 있다. 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한 은지의 고발을 전해 듣자 극단 사람들은 은지가 취하는 태도가 앞뒤 다르다며 분개하지만, 부당한 계약을 감내하는 마음과 단돈 30만원이 필요해 과거의 일을 끄집어 내는 마음이 양립할 수 있는 것처럼 혜리도 그렇게 존재한다. 진지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머금은 채로. 눈에 보이기엔 조금 ‘이상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과 우연한 장소에서 정면을 마주보게 되는 순간, 길에서 여행자를 의식하지 못한 채로 지나치는 순간, 어쩐지 그 표정들은 유독 낯선 얼굴들이다. 균열을 일으키는 낯선 이방의 감정은 예기치 않게 들이닥친다. 타인을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교차되는 기분. 사람들이 제각각이라 보는 시선이나 관점에 따라 각자 모두 다르게 보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지키며 스스로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은정의 조언이 어쩐지 귓가에 오래오래 맴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인디즈 김윤정

내 곁의 친한 사람이 오늘따라 알쏭달쏭, 애매하게 느껴질 때가 있곤 하죠.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 속 '혜리'가 점점 낯설게 느껴지는 '해영'의 경우처럼요. 그럴때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점점 더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참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우주를 향해 걷는 특별한 남매의 이야기 〈랑데부〉(박윤주 감독), 자살상담센터에서 내담자 연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의 이야기 〈마주보는 사람에게〉(정수지 감독)입니다. 두 영화 모두 감독이 영화에 직접 출연을 했다는 공통점도 있어요. 인디그라운드의 '스페셜 위크' 기획전으로 집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두 편의 영화,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

앞서 소개해드린 두 영화, 마음에 드셨나요? 🤩 이제는 더 많은 독립영화를 만나볼 차례입니다.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는 매년 빛나는 독립영화들을 선정하여 '독립영화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카테고리나 키워드에 맞추어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손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마치 '독립영화 도서관' 같은 의미인데요. 올해 큐레이션에 맞추어 소개될 영화들을 미리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장손〉, 〈절해고도〉, 〈럭키, 아파트〉와 같은 장편영화들부터 〈트랙_잉〉,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처럼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던 단편영화들까지! 총 90여편의 영화들을 2월 26일까지 온라인 상영관에서 관람할 수 있어요. ☃️ 밖은 춥고, 영화는 보고 싶은 요즘에 계신 곳 어디서든 손쉽게 독립영화를 만나보세요 🎬

오늘 소개해 드린 독립영화들의 공통점, 무엇인지 짐작 가시나요? 🧐 바로 영화 속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 있어요. 어떤 연극은 1인극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생은 매일매일 다른 역할들과 부딪히며 진행되는 서사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와 함께 만나면 좋을 한 전시를 소개해요. 

'카메랄트'의 열다섯 번째 전시, '피사(被寫)의 석탑: 시선의 틈에서 서로의 마음을 쌓듯'이 그 주인공입니다. '일상 속에 숨겨진, 사소하지 않은 시선의 흔적들'을 토대로 시선-성찰-공존의 키워드를 가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요.

관람료가 무료인 이 전시, 인디즈 큐 뉴스레터를 보고 방문하는 선착순 다섯 분께는 아래와 같이 특별한 선물을 드릴 예정이에요. 안국역 앞 57th 갤러리에서 진행될 전시에 우리 함께 가보는 건 어떨까요? 🤗

📍 전시 기간: 2025. 2. 19(수) ~ 2025. 2. 24(월)

📍 전시 장소: 57th 갤러리 지하 1층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32길 22-1, 안국역 1번출구 도보 3분)

📍 선물 받기

① 전시 기간 중 57th 갤러리에 방문한다!

② 지하 1층 안내부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