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무더운 여름, 몸과 마음 건강하신가요? <욕창>💦

2020. 7. 22.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8 〈욕창〉💦

오늘의 큐 💡

Q. 무더운 여름, 몸과 마음 건강하신가요?

덥고 습하고... 그야말로 여름이에요☀️ 평소라면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며 들뜨거나, 바다와 수영장에 달려갈 계획을 세웠을 텐데 올해는 그것도 쉽지 않죠. 뉴스에도 지치는 소식이 한가득, 몸과 마음이 지치는 여름인데요. 님, 건강히 지내고 계신 거죠?😢

행여 그렇지 않더라도, 가끔은 영화가 우리의 마음을 진단해주는 것 같아요. 오늘의 추천 영화는 심혜정 감독의 <욕창>입니다. '욕창'은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으면서 피부가 짓눌려 생기는 피부질환, 궤양입니다. 말하자면 욕창은 병으로 인해 생기는 또다른 병인 셈이지요. 이렇게 투병, 그리고 간병은 우리에게 또다른 상처와 병을 주기도 합니다. 투병인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예상치 못하게 마음의 상처가 벌어지기도 하고요.

<욕창>은 욕창을 앓는 아내 길순과 그의 남편 창식, 그리고 간병인 애순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돌봄노동의 실상, '혈연'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를 다룬 "문제적 영화"입니다. 보고나면 고민이 많아질 수도 있지만, 무거운 마음은 아닐 거예요. 어떤 마음의 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더불어, 이번엔 지친 마음을 한번 으쌰으쌰 일으켜봅시다! 여러모로 많이 지치셨을 님을 위해, 인디즈가 강유가람 감독의 <시국페미>를 들고 왔어요. 영화가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임파워링'의 역할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자, 오늘은 맛있는 것도 챙겨먹고 선풍기 틀고 시원하게 주무세요! 우리 모두 건강한 여름 나기! 💪

〈욕창〉 리뷰 :

부채질로는 덜 수 없는

도전적인 제목이다. 이 적나라한 두 음절에서 많은 이들은 즉각적으로 욕창의 형상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심혜정 감독의 <욕창>은 길순(전국향)의 등에 난 욕창을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이 욕창의 차도에 집중하기보다, 이 사건이 촉발한 창식(김종구)네 식구들의 감정을 하나씩 통과해나갈 따름이다. 오랫동안 자세를 바꾸지 못해 피부가 곪아버리는 것처럼, 창식네 가족은 여러 세월 은연중에 갉히고 있던 그들 사이의 환부를 결국 들키고야 만다.

처음에 창식은 길순의 욕창을 보고는 아내를 안쓰러워하며 걱정한다. 동시에 그는 살가운 간병인 수옥(강애심)에게 모종의 연민과 흠모를 함께 느낀다. 수옥은 부지런하며 다정한 심성을 지녔지만 그에 비해 직업의식은 부족하고 일처리 또한 서툰 편이다. 창식이 불법체류자 신분인 수옥과 위장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내내 이성적으로 보이던 딸 지수(김도영)마저 수옥을 겨냥한 불만을 한껏 드러낸다. 더욱이 아버지를 향한 적대심을 켜켜이 묵혀온 큰 아들 문수(김재록)는 자신의 서운함을 미숙하게 토로하며 기어이 이 국면을 끝장낼 참이다.

여기서 혈연으로나 법적으로나 이 가족의 명백한 구성원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식구’라는 의미에 들어맞는 수옥의 위치가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수옥이 지은 밥으로 세 인물이 함께 식사를 하며 시작하지 않았던가. 수옥은 그 노동의 무게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임금을 받지만, 그럼에도 큰 불평 없이 살뜰하게 돌봄노동에 가사까지 도맡는다. 간병인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그녀의 일은 간병 그 이상이다.

(...) <욕창>은 길순의 욕창에서 시작해 수옥을 경유하며 창식(과 그의 가족)을 바라보는 영화다. 관객은 언제부턴가 길순의 등에 난 욕창의 경과를 지켜보는 대신, 이 골치 아픈 가족의 이해(利害)를 진단하게 된다. 과연 이들을 둘러싼, 관계의 욕창은 사그라들 수 있을까. <욕창>은 기대보다 유머러스하며 종종 번뜩이는 재치로 소재의 무거움을 덜고는 있지만, 끝내 부채질로는 지울 수 없는 그을음을 커다랗게 안긴다. 진중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그야말로 문제적 영화다.

-인디즈 14기 이보라

리뷰 전문 보기

일상을 지키는 우리 모두에게 🙏

<시국페미>: 힘들고 지칠 때 이 영화에 기대

코로나19 이후로 영화를 소비하는 매체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를 물리적으로 고민하고 있을 많은 관객들 중 일부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영화란 것이 세상과 어떤 긴밀한 연결이 될 수 있을지, 같은 고민들. 우리 모두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고 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아마도 각자 기댈 언어를 찾아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또 생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하는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강유가람 감독의 <시국페미>(2017)라는 다큐멘터리이다. 사실 나는 매순간 많은 이들에게 빚지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윗세대의 여성들과 동시대 여성들에게, 그리고 이러한 역사를 영화로서 기록해온 다큐멘터리스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고마움을 느낀다. 페미니즘을 접한 이후로 매해 마다 역동의 순간이 아닌 적 없었고, 그 순간들마다 우리의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켰을 많은 이들을 존경한다. 강유가람 감독 역시 그 중 한명이다.

강유가람 감독은 꾸준히 여성의 역사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왔고, 가장 최근 작품인 <우리는 매일매일>에서는 90년대 ‘영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다. 앞서 말한 고민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혹여나 고립과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2016년 광장의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한 <시국페미>를 조심스레 요즘 시기에 보면 좋을 영화로 권해본다. 이 영화가 조금의 힘을 보태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디즈 14기 정성혜

💡 강유가람 감독의 <시국페미>는 퍼플레이 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클릭!

그래도 우리에겐 영화가 있다 💜

지난 2주간, Save Our Cinema 특집을 진행하며 님께 좋아하는 독립영화를 물어본 것 기억나시나요? 인디즈 큐 구독자분들이 아껴둔 독립영화를 하나하나 보내주셨는데요, 놀랍게도 답변에 겹치는 영화가 거의 없었어요! 아주아주 다양한 장단편 영화들을 보며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인디즈 큐 식구들의 마음에 감동했단 사실...💜

좋아하는 걸 말하면 힘이 난다고 하죠? 이야기를 나눠주시면서, 그리고 영화를 떠올리며 잠시라도 힘이 나셨길 바라며! 여러분이 보내준 페이보릿 독립영화, 유형별 정리해드립니다😎 (스트랩 당첨자분들께는 이번주 중으로 선물이 발송될 예정이에요🎁)

1.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영화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나의 어떤 시절이 떠오르거나, 불현듯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 있나요? 어쩌면 그런 순간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찾아온 축복이 아닌가 싶어요. 인디즈 큐 구독자들도 그런 영화들을 꼽아주었는데요.

"슬프고도 예뻤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했던 이야기", "소중한 상대를 위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메세지",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내가 왜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울림을 받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셨답니다. 영화 <우리들>, <걸스 온 탑>, <보희와 녹양>,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이 언급됐어요!

2.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돌아보게 한 영화

영화는 시대의 거울이라고도 하죠. 때로 잘 만든 영화는 그 어떤 뉴스보다도 우리의 삶을 바꿔놓는 것 같아요. 몇몇 독립영화도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의 단편들을 여성과 약자의 시선에 맞춰 잘 표현했던 영화들이라 좋아하는 영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대로 실행으로 옮길 힘을 주었던 작품", "현실에 순응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 등의 힘찬 메시지가 함께 왔답니다! <벌새>, <주전장>, <소공녀>와 같은 영화들이 날아왔어요.

3. 취향적격, 배우와 풍경!

스크린을 통해 길게는 두 시간, 영화는 엄청난 시각적 경험을 하게 해주는 매체이기도 한데요. 미쟝센과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게 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관광지로의 제주가 아닌, 한적한 동네가 배경이어서 영화의 배경이 된 동네에 다녀오게 된 영화", "이주영 배우의 영화의 전체 서사를 끌고 가는 미묘한 감정 연기와 텅 빈 것 같은 상처받은 눈빛", "흡입력이 엄청나 오래도록 기억나는 연기" 등의 극찬이 이어졌습니다. <파도를 걷는 소년>, <어떤 알고리즘>, <죄 많은 소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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