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님만의 '시네마 천국'이 있나요? Part.2 #LoveOurMoment📽

2020. 7. 15.

💡 Q. 기억하나요? 영화가 있던 순간! Part.2 #LoveOurMoment📽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7 #LoveOurMoment

오늘의 큐 💡

Q. 님만의 '시네마 천국'이 있나요? 📽

님, 지난 'Save Our Cinema' 편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인디즈의 삶에 자리잡은 독립영화들을 보며 이런저런 영화들을 떠올리셨을 것 같아요. 어쩌면 극장에서의 순간들도요! 이제 마스크를 끼지 않던 나날이 까마득하듯이😷 이 시절의 영화 관람에 대한 추억도 아주 달라질 것 같아요. 아마 5년 뒤 우리의 기억은 이렇지 않을까요? "아, 그 영화... 손소독하고 명부작성하고 마스크끼고 GV를 봤었지! 한 칸 떨어진 옆사람이 훌쩍이던 소리가 생각나😭"

영화를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영화를 보러가는 길목과 영화관에 앉아 스크린에 영사되는 빛을 느끼는, 그 모든 과정을 좋아하는 일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난 주, 인디즈의 인생에 결을 남긴 독립영화를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화를 보던 그 순간의 기억마저 생생히 떠오르는 독립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숨어있던 '시네마 천국'을 끄집어내는 이른바, Love Our Moment 특집!

독립영화예술관들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안심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안전한 관람환경을 위해 더욱 애쓸 것을 약속했습니다.🤙 곳곳의 독립예술영화관에서 티켓 현장 구매시 6,000원을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니 참고하세요! (각 극장마다 진행상황이 상이하니 확인 후 방문 바랍니다.)

앗! 지난주 레터, 못보신 것 같다고요? 다 보신 뒤 확인하실 수 있게 링크 달아둘게요!

+) 님이 좋아하는 독립영화를 나누어주세요! 추첨을 통해 '인디스페이스 스트랩'을 드립니다✨ 맨 아래의 내용을 확인하세요!

Love Our Moment

어떤 영화는 떠올리는 순간 극장 바깥의 계절과 극장 안의 공기, 그리고 그날의 기분까지 상기되곤 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는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영화를 본다'는 능동적인 행위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온몸으로 감각해온 인디즈들의 이야기 역시 들려드릴게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윤희에게>, <오, 사랑>, <위르트에서>, <족구왕>, 그리고 다시 한번 <한여름의 판타지아>까지 소개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카카오페이지 <찬실이는 복도 많지> VOD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감독 김초희)

영화가 말을 걸어온 적 있나요

인디즈 정유선

올 3월 어느 날. 지난 주에 본 영화가 너무 좋았으니 꼭 같이 보자고 친구 둘을 꼬드겨 극장을 찾았다. 마스크로 얼굴을 싸매고, 자리는 두 칸씩 떨어져 앉았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아직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영화 시간이 다가오도록 상영관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친구 하나가 앞에 가서 우리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었다. 우리는 섬처럼 똑똑 떨어져 그러나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같은 장면에서 가만히 눈물을 훔쳤다. 그건 극장만이 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제가 멀리 우주에서 응원할게요.” 우리는 이래서 영화를 보는구나. 영화에 있어 나는 늘 외부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친하지는 않지만 먼발치서 동경하는 친구 보듯 했던 영화가 내게도 말을 걸어주고 있었다.

세상에서 잠시 자의적으로 단절되어 암전된 우주, 그 안전한 곳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소중히 담은 마음을, 때로는 택배 받듯 때로는 유리병 편지 받듯 건네어 받는 것. 그리고 그 대가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마음에 품고 이따금 끄집어내어 살펴보는 것. 그게 나와 영화의 관계였다. 영화를 잘 알지도, 많이 보지도 못한 내게도 영화는 따스하고 다정했다. '시네마 열사'라는 귀한 호칭 들으며 보기엔 확실히 과분한 경험이었다.

이제 나는 극장 하면 그 순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순간을 의식하고, 영화를 존재로 인식하고, 그 장소를 피부로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으므로.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본 순간부터 시작해 어떤 장면으로 남아있는 순간은 많지만, 그 모든 순간 당연하게 여겼던 영화관의 존재감을 깨달은 것이었다. 여럿이 갈 때보다 혼자 갈 때가 더 많음에도 외롭지 않았던 이유 또한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토록 안온한 집중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시간, 영화관이 자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부디 속히 돌아오길.

*이미지를 클릭하면 왓챠플레이 <윤희에게>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윤희에게> (감독 임대형)

‘윤희에게’를 감쌌던 극장의 공기, 따뜻한 시선

인디즈 서지원

내 인생의 독립영화를 한 편 꼽자면, 2019년 겨울에 개봉한 <윤희에게>를 들겠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에 앞서 꼭 덧붙이고 싶은 수식어가 하나 더 있다. ‘2019년 부국제 폐막식 야외 상영관에서 본’ <윤희에게>. 해가 떨어지고나서 급속도로 추워진 날씨에 오돌오돌 떨고 있다가 마주한 건 이윽고 영화가 시작한 뒤 펼쳐지는 설경, 기차의 속도감, 둥탕거리는 철로의 쇳소리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을 감싸는 피아노 음악. 그것이 <윤희에게>가 나에게 남긴 첫인상이었다. 그 첫 장면 이후 윤희의 곁을 자꾸만 맴도는 기차, 기차소리는 자꾸만 그를 어디론가 떠나게 하고 어디선가 누군가를 만나게 한다. 정적이었던 인생에서 한 두 발자국 서있는 위치를 옮기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사랑들은 모든 걸 품어주겠다는 듯 끊임없이 내리는 눈 안에서 모든 것을 허락받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윤희와 딸 새봄, 새봄과 그의 남자친구 경수. 그리고 윤희와 그의 첫사랑 쥰의 투샷은 더욱 사랑스러운 존재로 거듭난다. 지금은 정반대의 계절이지만 언젠가 바람이 서늘해지고 옷이 두꺼워지다 온 동네에 눈이 내릴 것이다. 그 내리는 눈을 보며 윤희와 쥰의 서사가 한 번쯤 생각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시작했던 설경과 그 풍경에서 만큼은 서로 온전한 시선을 받게끔 자리해주었던 <윤희에게>의 카메라 시선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카카오페이지 <오, 사랑> VOD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오, 사랑> (감독 김응수)

사랑하는 마음

인디즈 이보라

2019년 겨울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관에서 김응수 감독의 <오, 사랑>을 봤다.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봤고, 관객은 매우 적었다. <오, 사랑>은 세월호 사건과 무관해 보이는 어느 중년 남성의 일상을 보여준다. 팽목항과 노란 리본의 이미지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여태껏 다른 작품들에서 보아온 의협한 고발에 주저하고, 그렇다고 비념적인 애도에도 섣불리 다가서지 않는다. 다만 <오, 사랑>은 묻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어떤 죽음(들)을 마음에 지니고 살아가지 않는가.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사건을 떠올릴 때 어떤 생각들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을 보는 우리의 자리는 또 어디일까. 우리는 무엇을 ‘오, 사랑’하고 있나.

창작자의 행보를 가져와 곧장 작품의 윤리적 가치로 환원하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그럼에도 김응수의 영화들은 현재 한국영화에서 가장 윤리적인 생산물들로 살아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여러 면에서 그렇다. 그가 담아내는 대상들의 모습, 그것을 비추는 시선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배급과 상영의 방식 또한 절실히 그러하다. 극장 상영이 어려운 그의 영화들은 일찌감치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운로드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배급되었고, 올 3월 직접 개설한 '김응수필름'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링크)에서 감독은 매달 자신의 신작을 소개하며, 상영료를 지불하는 관객들에게 영화파일을 공유해오고 있다. 그가 자신의 영화들을 스스로 유통하는 방식은 코로나 시대의 극장에 관한 다양한 논의에서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간신히 살아가는 삶들이, 그리고 영화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넓게 마련되기를, 더 자주 바라게 되는 요즘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유튜브 <위르트에서>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위르트에서> (감독 허성완)

인디즈 박유진

독립예술영화를 즐겨 본다고 말하면 흔히들 그 이유를 묻는다. 상대적으로 어렵고 재미도 없는 영화를 왜 굳이 찾아 보냐는 식이다. 사실 몇몇 사람들은 그마저도 묻지 않는다. 내가 유달리 운이 없던 탓일까? 나는 여태껏 살면서 독립영화를 좋아한다 말하는 사람을 몇 보지 못했다. 대신 나의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음을 늘 자각하며 살았다. 그런데도 즐거웠다. 독립영화를 즐겨 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 또 간혹 내 말 몇 마디로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만나는 행운을 얻는 것이. 그런데 요즈음의 독립예술영화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극장을 찾는 관객 수도 급감한 데다 좌석 수도 절반 가량 축소해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해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내가 수년간 사랑해온 영화를 소개한다. 허성완 감독의 단편 <위르트에서>.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독특한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속 두 여고생 서윤과 윤서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타의에 의해 그들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그 모순은 의자를 거꾸로 뒤집으면 설령 그것이 타의에 의한 것이었을지라도 결국에는 자의가 된다는 언어적인 은유로 표현된다. 17분 남짓한 러닝타임 속에는 사랑에 관한 독창적이고 심미적인 시각이 층층이 쌓여 있다. 이 영화는 내가 여태껏 본 사랑에 관한 영화 중 가장 짧지만 가장 깊은 여운을 줬다. 많은 독립영화들이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매력을 알아보고 작은 예술의 가치를 담는 전국 각지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은 그래서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다. 작은 영화관들이 부디 이 사태를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게나마 힘을 보태 본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극장들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각각 이미지를 클릭하면 왓챠플레이 <족구왕>, <한여름의 판타지아>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족구왕>, <한여름의 판타지아>

인디즈 정성혜

20살이 될 때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억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그만큼 극장은 나에게 너무도 낯선 공간이었는데, 서울에서 살게 된 21살 즈음 무렵부터 서울의 이곳저것 독립영화관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독립영화관을 찾아가던 시간의 거의 첫 페이지에 인디스페이스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근처 건물에 인디스페이스가 있던 시절, <족구왕>을 보러 처음 인디스페이스를 찾았고, 다시 찾아간 인디스페이스는 서울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였다. 비슷한 시기에 한 번쯤 가봤던 독립영화관 몇 곳은 이제 사라졌고, 영화에 대한 기억도 공간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질 일만 남았지만, 영화 티켓을 가끔 꺼내보며 그 때의 공간과 시간을 가끔 추억한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독립영화 한 편을 또 하나 꼽자면, <한 여름의 판타지아>다. 정식 개봉 전에 봤던 이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고, 당시에는 ‘n차 관람’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극장에서 4번을 봤다. 특히 이 영화에서 김새벽 배우의 얼굴을 좋아했다. 특유의 고요한 얼굴, 여러 영화로 그를 만날 때 마다 그 고요함은 언제나 깊어져 갔다. 이제는 <벌새>의 영지 선생님으로 김새벽 배우를 기억할테지만, 긴 치마를 입고 여름 하늘 아래를 걷던 <한 여름의 판타지아> 속 그의 모습도 여전히 선명하다. 영지선생님도 혜정(미정)도 김새벽 배우가 아닌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경험에 극장의 공간이 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을 여러 의미로 체험하게 해준 두 영화, <족구왕>과 <한 여름의 판타지아>는 7월 19일까지 노원구의 더숲아트시네마 기획전을 통해 오랜만에 극장에서 상영된다. 기회가 된다면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해보시기를, 조심스레 추천한다.

나만의 Save Our Cinema!

오늘 인디즈가 나누어준 영화 이야기, 잘 읽어보셨나요? 읽으면서 내가 좋아했던 독립영화 몇 편쯤 떠오르지 않으셨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독립영화를 나누어주세요! 아래의 링크를 통해 이야기를 공유해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인디스페이스 여름 굿즈, 스트랩을 드립니다♡

(홀로그램/패브릭 2종 중 택1)

*7월 20일 마감

공유하러 가기

지난 주 레터, Save Our Cinema Part. 1 첵첵 ✔️

지난 주에는 인디즈의 삶에 큰 힘이 되어준 영화 네 편을 소개했어요. 어떤 영화는 그 영화를 보기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만들어주기도 하지요. 네 명의 인디즈가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또 독립영화를 접하려는 당신께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들을 모아봤습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걷기왕>, <유월>, <보희와 녹양>&<메기>&<하트>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