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나날> (미야케 쇼 감독)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293 〈여행과 나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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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오늘의 큐 💡
Q. ☃️ 영화로 떠나는 겨울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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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 몇 주 내내 영하권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났지만, 하도 춥다 보니 몸도 마음도 움츠러 들어서 영 기운이 나지 않아요. 저만 그런가요? 간단히 집 앞 산책을 나가려 해도 중무장은 필수고요, 아무리 꽁꽁 싸매고 나간다 한들 뼛속까지 시린 바람을 맞고 있다 보면 이내 외출한 걸 후회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왕 찾아온 겨울, 원 없이 즐긴다면 이 또한 즐거운 추억으로 남겠지요. 오늘은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여행과 나날〉을 필두로 함께 보기 좋은 겨울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미야케 쇼 감독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모든〉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엔 심은경 배우와 함께 눈이 소복이 쌓인 일본의 호젓한 풍경을 영화에 담아내었습니다.
〈여행과 나날〉을 관람하는 것에는 미야케 쇼 감독과 심은경 배우의 만남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겠지만요, 미처 아직 떠나지 못한 겨울 여행을 영화를 통해 떠나보는 상상의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함박눈이 가득 내린 스크린 속 풍경을 내내 엿보다 극장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아본다면, 영화와 삶이 연결되는 영화 같은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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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만나 볼 이야기
2. 😉 찬 바람 불때..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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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방식으로 현재를 위로하는 방법
〈여행과 나날〉
타지에 오래 살다 보면 감각이 둔해지는 걸 느낀다. 과거 몸담았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실존적 위기가 한데 뒤섞이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지루해진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적 풍경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경험하는 것이다. 〈여행과 나날〉은 스크린을 가로질러 관객에게까지 그 체험을 생경하게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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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쇼의 최근 작품들은 주로 특수한 어려움에 처한 개인이 스스로 묵묵히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위로의 메시지를 던져 왔다. 여기에서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한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서는 청각장애를 지닌 주인공이, 〈새벽의 모든〉에는 PMS 증후군과 공황장애가 있는 각각의 인물이 등장한다. 자신의 삶과도 같은 복싱장이 문을 닫고, 걷잡을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을 상처 주는 상황들. 그리고 〈여행과 나날〉의 '이'에겐 자신의 업(業)인 글쓰기에 슬럼프가 찾아온 것이 그녀의 삶이 무너질 수도 있었던 순간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는 도시에 오래 거주한 사람답지 않게 옛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노트북으로 글을 타이핑하는 대신 흰 종이 위에 연필로 꾹꾹 글씨를 새겨넣고,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 대신 현지에 직접 도착해서야 방이 있는지 묻는다.
주인공이 택하는 모든 방식은 사실 꽤나 번거롭다. 종이에 쓴 글자는 문서로 한 번 더 옮겨져야 하고, 방이 없다는 무안한 안내에 여러 번 헛걸음해야 한다. 하지만 그 끝에 도착한 낡고 오래된 '벤조'의 여관은 창작의 공간이 되어 새로운 감각을 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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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슬럼프는 자신의 각본이 스크린으로 옮겨졌을 때 찾아온다. 영화의 도입부, 손글씨로 또박또박 작성된 묘사가 영상으로 변환되었을 때, 예상과 달리 영화가 불안의 정서를 가득 안으면서 괴리가 시작된다. 관객이 그녀의 슬럼프를 알아채리는 결정적 장면은 GV 장면이다.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감독과 나란히 앉은 이는 어딘가 불편한 기색으로 관객의 질문에 답한다. 한 관객이 각본을 썼을 때와 영화로 옮겨졌을 때 어떤 점이 달랐는지 묻자 그녀는 입을 열어 슬럼프를 고백한다. 자신은 각본을 쓰는 데 재능이 없다고.
하지만 영화가 아닌 그녀의 진짜 여행이 시작되자, 극 중 극에 도사리고 있던 죽음의 기운은 이내 생명의 활기로 요동친다. 얼어 죽어 있던 물고기는 헤엄치는 비단잉어로 나타나고, 가만히 앉아 글만 쓰던 그녀는 벤조와 함께 강가의 눈을 밟고 잉어를 잡기 위해 움직인다. 그녀가 각본에 담고 싶었던 것은 스산한 불안감이 아니라 이런 생동감이었을 지도 모른다.
영화는 순백의 눈밭을 가로지르는 이의 발걸음으로 끝을 맺는다. 관객의 기억에도 티 없이 흰 것이 자리 잡는다. 깨끗한 눈의 감촉이 내 손에도 남겨진 것만 같다.
인디즈 김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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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날〉
감독 미야케 쇼
출연 심은경, 카와이 유미, 타카다 만사쿠, 츠츠미 신이치
89분|극영화|2025
슬럼프에 빠진 각본가 ‘이’는 어쩌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말로부터 도망치듯 설국의 작은 마을로 떠난다. 지도에도 없는 깊은 산 속 여관을 찾은 ‘이’는 수상할 만큼 무심한 주인 ‘벤조’와 머물게 되고 이윽고 폭설이 쏟아지는 밤, 어쩌다 ‘벤조’를 따라 나선 ‘이’에게 긴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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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날〉, 이미 진작에 관람하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아요. 함께 엮어 보기 좋은 영화로 마침 오늘 개봉한 〈굿 포 낫씽〉 소식도 전합니다. 미야케 쇼의 장편 데뷔작인 〈굿 포 낫씽〉은 역시나 겨울의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감독의 초기 작품 경향을 탐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삿포로의 눈 덮인 겨울 풍경을 만끽할 수 있기도 합니다. 〈굿 포 낫씽〉이 궁금하신 분들은 바로 오늘부터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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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포 낫씽〉
감독 미야케 쇼
출연 시바타 타카야, 타마이 히데키, 산단 토모아키
76분|극영화|2010
어른이 되려다 번번이 길을 잃는 세 청춘이 순백의 삿포로 속을 떠돌며, 아무것도 아니었어서 ‘특별한 겨울’을 마주하는 꿈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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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큐 뉴스레터 하면 한국 독립영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기에.. 😎 대표적인 겨울 영화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차례로 박재범 감독의 애니메이션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최진영 감독의 〈태어나길 잘했어〉, 임현묵 감독의 〈소설가 구보의 하루〉입니다.
먼저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제작진의 정성이 올곧이 들어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모든 장면들이 수작업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차가운 눈과 꽁꽁 언 얼음의 곁에서 살아가는 소녀 '그리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어린이와 함께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은 애니메이션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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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감독 박재범
목소리 출연 이윤지, 김서영, 이용녀, 김예은, 강길우, 이관목, 송철호
69분|애니메이션|2023
눈과 얼음의 땅에서 순록과 함께 살아가는 소녀 ‘그리샤’는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엄마를 살리기 위해 전설로 전해오는 숲의 주인을 찾아 떠난다. 북극성을 따라서 땅의 끝에 다다른 ‘그리샤’ 앞에 나타난 붉은 곰은 그녀가 선택받은 존재임을 알려주는데! 설원의 소녀,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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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절기상으로 대한이 오기는 멀었고, 또 입춘이 오기를 기다리자면 한참이 걸리지만요.. (💡 올해 입춘은 2월 4일이랍니다.) 그래도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일은 늘 설레는 일이지요. 새해에 못다 세운 계획들도 봄을 핑계 삼아 한 번 더 점검해 볼 수도 있고요,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지는 않을까 괜히 기대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얼었던 마음이 사르륵 녹는 때에 보기 좋은 영화는 최진영 감독의 〈태어나길 잘했어〉입니다.
다한증을 겪는 '춘희'(강진아)가 봄을 닮은 '주황'(홍상표)를 만나 마음에 싹을 틔우기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는 전주의 늦겨울-초봄 풍경을 만날 수 있답니다. 한옥마을 안에 있는 경기전의 모습부터 전주천의 갈대밭, 영화의 거리 한복판의 식당까지 시네필의 눈에 익숙한 모습들이 자주 보일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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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길 잘했어〉
감독 최진영
출연 강진아, 박혜진, 홍상표, 황미영, 임호준, 김금순, 변중희
100분|극영화|2022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홀로 살아가던 씩씩한 춘희,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그에게 봄처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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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묵 감독의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제목에서부터 엿볼 수 있듯, 서울에서 어느 소설가가 호젓하게 걸으며 겪는 하루의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박태원의 단편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닮은 이 영화는 '구보'(박종환)의 발걸음을 따라갑니다. 혜화와 인사동, 을지로와 종로를 걸어가는 구보의 하루에는 차디찬 겨울날 서울의 골목들이 잔뜩 담겨있지요.
쓰고 있는 소설은 영 진척이 없고, 생계는 막막하고, 날은 춥고, 당장이라도 입김이 쏟아질 것 같은 구보의 발걸음은 모래주머니라도 달린 듯한데요. 어쩌면 그래도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일말의 희망을 받아 볼 수도 있겠지요. 내딛는 발걸음마다 조용한 힘이 돋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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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의 하루〉
감독 임현묵
출연 박종환, 김새벽
73분|극영화|2021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집하며 글을 써오고 있는 소설가 구보(박종환)는 선배 기영(김경익)이 편집장으로 있는 작은 출판사에 자신의 소설 출간 여부를 결정지으러 부푼 마음을 안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기대치 못한 소식을 들은 구보는 허탈한 마음으로 거리를 배회하면서 다양한 지인들과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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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올겨울의 마지막 겨울 영화?! 🤩 작년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고 한국경쟁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작품 〈겨울의 빛〉 개봉 소식도 전합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속내는 깊었던 고등학생 '다빈'을 성유빈 배우가 연기한 이 작품은 인디스토리 배급으로 2월의 첫 주에 개봉합니다. 방황하지 않으면서도 성장기를 통과하는 방법을 묵묵히 깨우친 다빈의 이야기는 2월에 새로운 인디즈 큐 뉴스레터로 다시 찾아올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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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빛〉
감독 조현서
출연 성유빈, 차준희, 이승연, 임재혁, 강민주
89분|극영화|2026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학원은 고사하고 몸 아픈 어린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열여덟 다빈. 공부를 꽤 하지만, 번듯한 꿈 하나 없다. 유일한 안식은 여자친구 재은뿐. 열여덟의 끝자락, 하고 싶은 게 생겼다.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재은과 함께 참가하는 것. 다빈은 연수 참가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텔 청소 알바를 시작하고 돈을 모은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눈 수술에 큰돈이 필요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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