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 (감독 김현지)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313 〈남태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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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오늘의 큐 💡
Q. 🏃 내가 연대에게로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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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도 어느덧 일주일 째입니다. 이번 지선은 참 다양한 이슈로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것 같아요. 여전히 다사다난한 일들이 매일 같이 우리를 스쳐가는 듯합니다. 다들 평안한 일상을 통과하고 계실지도 궁금해요.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몸은 추워도 마음만은 뜨거웠던 밤들을 기록한, 김현지 감독의 〈남태령〉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 〈남태령〉은 지난 2024년 12월 남태령 고갯길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담고 있어요. 영화는 당시의 밤과 아침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는 동시에, X(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간 이야기들을 되짚어봅니다. 저지선에 고립된 채 추위에 떨던 이들은 트위터로 남태령의 상황을 전했고,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기 위해 온몸으로 남태령에 뛰어들었죠. 아마 인디즈 큐 구독자분들 가운데에도 그날 남태령에 계셨던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몸을 움직인 덕분에, 그날의 일들은 영화가 되었지요.
〈남태령〉은 더 나아가 곳곳의 광장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던 순간들을 돌아봅니다. 무엇이 사람들을 여러 광장으로 이끌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그리고 어떤 구호를 함께 외쳤는지를 이야기하지요. 다가오는 주말에는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광장으로 향하기 전, 몸과 마음을 준비하며 〈남태령〉을 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리 영화를 본 인디즈의 글들과 김현지 감독 · 장혜영 정의당 전 국회의원과의 GV 소식도 함께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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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만나 볼 이야기
4. 김현지 감독의 시선을 따라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 〈어른 김장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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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드는 사람의 문법
〈남태령〉
벌써 계절 두 번을 건너왔다. 평범한 겨울날 뜬금없는 비상계엄으로 모두를 혼란에 빠트린 2024년 12월. 그중 가장 길었던 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남태령〉은 ‘남태령 대첩’을 시작으로 끈끈히 이어진 연대의 순간을 비춘다. 관람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일들이 있음에, 그날의 사람들과 쉽게 공명할 수 있었다. 영화는 텍스트와 구술 위주로 진행된다. 프레임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특히 트위터를 스크린에 그대로 RT (리트윗)하며 특유의 생동감을 유지한다. 유난히 어두웠던 겨울날을 명랑하게 풀어내는 재치가 영화 곳곳에 스며 있고, 절박함과 유쾌함이 동시에 뒤엉키는 현장의 감각을 날것 그대로 끌어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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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를 이끌고 서울로 향하는 전봉준 투쟁단의 사기는 대단했다. 값비싼 기름값과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당도하는 트랙터의 속도는 늦춰질 생각이 없었지만, 서울 직전 남태령에서 경찰에 가로막힌다. 대형 버스로 차곡차곡 메워진 도로에 트랙터는 갈 길이 없고, 농민들은 외쳤다. ‘남태령으로 모여달라’고. 패배의식이라고 한다. 우금치를 넘지 못했고, 양재에서 가로막히며 폭행과 체포로 끝난 지난 움직임 탓에 이번에도 성공하리란 확신은 멀기만 하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유쾌히 말한다. “어떻게 멋있게 잡혀가지?”
때는 다시 12월 21일 밤으로 향한다. 삭막했던 남태령이 노래가 울려 퍼지는 광장으로 변해있다. 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핫팩을 나눠 쥔 2030 여성들은 농민들과 함께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한다. 뜻을 같이 한다는 연대의 힘은 시위 경험 유무나 연령 및 정체성과 무관하다. 무엇을 위해, 왜 이곳에 자리했는지 끊임없이 그리고 숨김없이 발화하는 그들은 강했다. 서로 다른 삶의 궤적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 남태령의 밤은 더 이상 고립된 투쟁이 아닌 하나의 광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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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의 타임라인은 ‘남태령 대첩’에서 마무리 짓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카메라는 지지부진한 내란 청산과 여전히 만연한 혐오들,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을 또다시 비추며 그 속에 자리한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한다. 남태령 광장의 하룻밤은 지나간 연대의 기록이 아니다. 영화는 그들이 말이 모이고, 함께 하는 곳에 패배의식을 잊게 만드는 성취의 경험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의 모양새를 담아내기엔 길게 난 네모난 도로는 턱없이 좁다. 넓어질 세상과 더욱 화려해질 깃발이 이들의 내일을 꾸며줄 것이다.
인디즈 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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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감독 김현지
출연 김후주(향연), 내향인 깃발 기수, 전주환, 황승유(유기체 아저씨), 에스텔 외 광장을 메운 트위터리안과 동지들
114분|다큐멘터리|2026
좋아요, 리트윗, 북마크로 열린 우연한 광장에서,
가로막히고 얼어붙은 고갯길에서,
동짓밤을 함께 하며 우리는 서로의 동지가 되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긴긴밤’은, 그렇게 가장 ‘밝은 밤’이 됐다.
변방의 트위터리안이 모은 남태령 탐사 기록
“이렇게 귀엽고 매콤한 투쟁, 이게 남태령 코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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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
〈남태령〉 그리고 〈모어〉
투쟁은 끊이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당연하지 않은, 하지만 당연해야 할 권리를 바라며 우리는 분투하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어떤 투쟁들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결코 잊지 말아야 하기에, 다양한 투쟁의 기록은 계속해서 세상에 나온다. 영화 〈남태령〉 또한 마찬가지다.
내란 이후 쏟아졌던 많은 다큐멘터리들과 궤를 함께하는 〈남태령〉은 전봉준투쟁단의 상경 투쟁 당시 남태령을 지켰던 이들의 기록을 담아낸다. 하지만 다른 사회의 기록물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 당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보다는, 그날 남태령을 가득 채웠던 '목소리'들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전농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트위터에 올라오던 실시간 글들, 누군가의 브이로그, 화질이 깨지는 핸드폰 카메라 영상 등을 촘촘히 꿰어 그날 남태령의 자유발언대를 스크린 위로 다시 소환한다.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우리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그 밤을 재현하며, 영화는 남태령이라는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연대의 현장으로 나아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비로소 '연대'라는 단어의 무게가 다정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홀로 두지 않는 것. 옆을 지키는 것. 다 이해되지 않더라도 알아두겠다며 인정하는 것. 딱 그만큼의 실천. 영화 〈남태령〉이 말하는 연대는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작은 인정과 실천으로 실현되는 연대는 비단 남태령에서만 일어나는 기적이 아니다. 세상이 지정한 경계선에서 저마다의 깃발을 들고 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모어〉의 스크린 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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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는 이태원의 어두운 지하 바라는 변방에서 분투해온 드랙 아티스트 모어(모지민)의 치열한 몸짓을 담아낸다. 〈남태령〉의 아스팔트 위 논바이너리라는 말조차도 어색해하던 농민들의 목소리와 성소수자들의 무지개 깃발이 어우러진 그 밤처럼, 〈모어〉는 자신을 부정하던 세상의 한복판에서 춤을 추며 세상과 어우러진다.
두 영화는 투쟁을 엄숙하거나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남태령〉이 흔들리는 휴대폰 카메라와 SNS의 날 것의 말들을 꿰어 붙였다면, 〈모어〉는 감각적인 음악과 함께 하는 화려한 연출로 슬픔을 축제로 승화시킨다. 결국 〈남태령〉을 가득 채우던 목소리와 〈모어〉의 몸짓은 같은 곳으로 향한다. 모든 현장이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게 누리겠다는 다짐에서 시작해, 어제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남태령을 넘어 더 많은 현장으로 나아가는 이 영화들의 경쾌한 발걸음이 반가운 이유는, 여전히 곳곳에서 외롭게 분투 중인 우리에게 결코 혼자가 아니며,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장 다정한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인디즈 정다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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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감독 이일하
출연 모어(모지민)
81분|다큐멘터리|2022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작가 누군가의 자식, 친구, 연인 성소수자, 드랙퀸, 끼순이 그리고 토슈즈 신는 미친X…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나 인생은 쇼, 내 이름은 모어! 진짜 튀는 무대를 보여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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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이 남긴 이야기들을 되짚어보며, 지난 5월 23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광장에서 자주 만났던 장혜영 정의당 전 국회의원이 이날만큼은 특별히 창작자의 입장으로 GV를 진행했어요. 〈남태령〉을 연출한 김현지 감독과의 대화 내용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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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6년 5월 23일(토) 오후 5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현지 감독
진행 장혜영 감독
양봉집에 말벌이 날아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말벌 아저씨’는 이제 하나의 밈을 넘어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무언가에 꽂히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실제 말벌은 위험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는다. 벌집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곧바로 반응하고, 때로는 다른 말벌들까지 불러 함께 방어에 나선다. 남태령의 동지들도 그랬다. 현장에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들리자, 누군가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경험은 끝나지 않았다. 기억을 꺼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
관객: 저는 당시에 남태령에 가지 못해서 부채감을 가진 채로 계속 트위터 보면서 여기저기 후원하고, 초조하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방 출신이라 지방에서 사회 운동을 하는 고충이 너무 공감됐어요. 비슷한 일을 했었는데,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지방으로 내려가니까 그 격차가 너무 크더라고요. 지방은 서울에 비해 참여하는 사람도 적고, 반응이 안 좋다 보니까 힘든 게 많았거든요. 지방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분들의 이야기가 같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어요. 수도권 중심의 문화를 타파하고 같이 연대해 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김현지: 제가 의도한 대로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에서 지방 시위참여자 5명이라고 나올 때 많은 분들이 웃으셨지만, 저희는 진짜 웃을 일이 아니었거든요. 5명이서 집회하면 옆에서 막 위협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거기서 오는 무력감이 힘들었는데, 광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역 차별, 소외 문제가 참 넘기 힘든 벽인 것 같아요. 남태령 식으로, 지역 소외도 같이 얘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장혜영: 김현지 감독님이 그전에는 〈어른 김장하〉라는 작품으로 PD님으로 더 많이 호명이 되셨어요. 지역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오롯이 조명을 하면서도, 그것이 지역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해오신 것 같습니다. 남태령에 가지 못한 부채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신 게 귀에 꽂혔어요. 감독님은 이 키워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김현지: 사실 저도 12월 3일에는 서울 시민들에게 느낀 부채감이 있었거든요. 오롯이 국회를 그분들에게 맡겼기에 너무 감사하고 빚을 졌다는 마음이죠. 민주주의 공화국을 우리가 다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걸 평소에는 감각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내란이라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뺏길 수 있다는 걸 실감하면서, 빚진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장혜영: 어떤 종류의 부채감은 삶에 힘듦이 되지만, 어떤 부채감은 사실 꽤 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갈 수도 있었던 자리를 채워줬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결국은 상황에 대한 신뢰로 돌아오는 거라는 얘기를 감독님이 해 주셨습니다. (중략)
인디즈 박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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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감독의 시선을 따라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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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만큼이나 몇 번이고 되새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찾는다면, 김현지 감독의 전작 〈어른 김장하〉를 추천합니다.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오랜 시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는 물론 학생들을 위해 많은 것을 베풀어 온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어른 김장하〉를 통해서 평생에 벌어온 돈을 장학금으로 내어 놓는 것만이 선행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의 작은 도움이 나비효과처럼 한 동네를 넘어 지역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역시 배울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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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감독 김현지
출연 김장하, 김주완
105분|다큐멘터리|2023
경남 진주의 어느 한약방, 그곳에는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한약업사 김장하 선생이 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인터뷰 한 번 하지 않고 많은 이들을 도우면서도 자신의 옷 한 벌 허투루 사지 않는 사람. 좋은 어른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가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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