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감독 최승우)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324 〈지난 여름〉 |
|
|
8월 26일 오늘의 큐 💡
Q. 이 여름의 끝을 잡고? |
|
|
입추가 지나고 처서도 다 지난 때인데요. 매년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던 절기 매직은 어디로 가고, 한낮의 무더위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한낮 최고기온이 32도를 웃도는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에요. 당분간은 선풍기와 손수건을 손에 꼭 쥔 채 외출해야 할 것 같아요.
도심의 아스팔트 열기도 무덥지만요, 시골의 한적한 길가에서 느껴지는 더위도 만만치 않습니다. 높은 건물이 없어 그늘이라고는 커다란 나무 아래가 전부인 곳이 허다한데요. 수박, 옥수수, 가지, 토마토가 무럭무럭 자라는 비닐하우스는 물론이고 초록의 열기를 자랑하는 논의 풍경을 떠올려보면, 생각만 해도 귓가에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곳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풀을 뽑고 모를 심고, 축사의 동물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정성껏 돌보고 있을 겁니다. 이러한 풍경을 담은 최승우 감독의 〈지난 여름〉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강원도 홍천에서 촬영된 〈지난 여름〉은 한 농촌 마을을 그저 조용히 지켜봅니다. 그 속에서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민우'를 따라 가뭄과 장마, 그리고 추수에 이르는 시간을 함께 지나가지요. 다큐멘터리 같기도 한 이 영화의 신비로운 매력은 어느새 삶이 영화가 되고, 영화가 삶이 되는 듯한 감상에 다다르게 합니다.
〈지난 여름〉과 함께 볼 수 있는 다른 영화들도 소개해 드리며 인디즈 큐는 9월로 달려갑니다. 모두 뜨거웠던 여름을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며, 9월에 뵙겠습니다! 😉 |
|
|
|
1. 〈지난 여름〉 리뷰|결국 내리고 말 비를 기다리며
2. 〈남매의 여름밤〉과 함께|여름 또 여름
3. 〈벽 너머에〉, 〈별나라 배나무〉와 함께|우리는 여기서 함께 살아가니까
4.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의 영화제|제천국제음악영화제 소식 |
|
|
결국 내리고 말 비를 기다리며
〈지난 여름〉
평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지난한 여름이었다. 농번기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면사무소 직원인 민우는 매일 아침 노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라도 출근을 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청년 자살률은 높아져만 간다는 뉴스는 몇 해 동안 바뀌질 않는다. 다음날이면 결국 후회하고 말 늦은 술자리의 끝은 언제나 아쉽다. 〈지난 여름〉은 민우가 겪은 단 한번의 여름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통과해 온 수많은 여름, 그리고 봄과 가을, 겨울이 배어 있다.
|
|
|
가뭄, 장마, 추수 세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러닝타임의 3분에 2 지점까지 가뭄의 시기를 유독 오래 비춘다. 긴 가뭄 속에서 우리는 마을에 비가 내리기를 함께 염원하게 된다. 권태로운 매일을 그저 지나치고 있는 민우의 마음 역시 점차 메말라 가는 것처럼 보인다. 민우는 친구 성훈의 수족관에서 금붕어 한 마리를 산다. 금붕어는 좁은 사각 어항 속에서 가장자리를 따라 하염없이 돌기를 반복한다. 순환하는 금붕어의 움직임은 민우의 삶과, 모든 인간의 삶과 닮았다.
마을 어른들은 ‘농사란 게 하늘이 80%, 사람이 하는 게 20%’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결국 사람은 하늘의 뜻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고, 하늘의 도움을 받아 살아간다는 말이다. 장마는 돌연 마을에 찾아오고, 민우의 할머니 역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비와 죽음, 모두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다. 인간은 매일 죽음에 가까워지고, 어쩌면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
|
|
카메라는 장례식장에서 인터뷰하듯 마을 어른들의 대화를 포착한다. 어떤 이는 병에 앓는 일 없이 떠난 민우 할머니의 죽음을 행복한 일이라 표현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민우의 아버지 역시 죽음 앞에 크게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 도래했음을 알기에 담담했지만, 서글픈 감정은 살면서 불쑥 그를 찾아올 것만 같다.
비 덕분에 다행히도 곡식은 노랗게 익었다. 마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하다. 비가 갠 뒤 민우를 감싼 햇살과 빛을 바라보는 민우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았다. 지난했던 여름의 그 짧은 순간이 유독 빛나 보였다.
인디즈 이수미 |
|
|
〈지난 여름〉
감독 최승우
출연 문영동, 김민혁, 김현섭
76분|극영화|2026
농번기를 맞이한 늦봄의 작은 농촌 마을에 민우와 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사는 한 가족이 있다. 민우는 매일 아침 면사무소에 출근하고, 아버지와 농부들은 모를 심는다. 민우의 친구, 성훈은 아버지의 축사 운영을 돕는다.
|
|
|
여름 또 여름
〈지난 여름〉 그리고 〈남매의 여름밤〉
이번 여름이 가면 다음 여름이 온다. 계절을 보고 있으면 시간은 나아가는 게 아니라 둥글게 도는 것 같다. 그러다가 우리를 보면 시간은 일직선 같다. 이번 여름도 저번 여름처럼 덥고 습하지만, 이번 여름의 우리는 분명 어딘가 달라져있다. |
|
|
영화 〈지난 여름〉은 농촌의 계절을 천천히 따라가 보기로 한다. ‘민우’가 주인공인가 싶지만, 민우의 이야기는 다른 풍경과 곧잘 뒤섞여 흩어진다. 여름이라 장마가 온다. 가을엔 벼가 익을 것이다. 오늘 발톱을 깎는다. 내일이면 조금 자랄 것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어느 날 민우에게도 죽음은 올 것이다. 민우의 고민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지만 민우 너머로 보이는 들판은 무심하게 푸르다. 앞으로 달려가려는 우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둥글게 굴러가는 이 별 위라서, 우리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질 수 있다. |
|
|
〈지난 여름〉이 시간에 고개 숙이는 카메라라면, 어떤 영화는 그 흐름을 거슬러 보기도 한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을 스크린 위로 불러일으킨다. 여름과 함께 유년도 흐른다. 남자 친구와의 서툰 연애. 남동생과 끓여 먹은 라면. 괜히 부끄러운 아빠와 양옥집처럼 조용한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 여름은 몇 번이고 돌아오겠지만 결코 돌아오지 않을 어린 날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겸손하게 살고 싶다가도, 누구에게나 괜히 끈적해지는 과거는 있는 것이다.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사는 그런 시절이. 내 앞의 시간을 그저 응시하는 날과 돌이켜보는 날 사이에서 어느새 이번 여름도 지나간다.
인디즈 강신정
|
|
|
〈남매의 여름밤〉
감독 윤단비
출연 최정운, 양흥주, 박현영, 박승준
104분|극영화|2020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 그렇게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의 여름이 시작되고 한동안 못 만났던 고모까지 합세하면서 기억에 남을 온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
|
〈지난 여름〉을 통해 잠시나마 자연과 친해졌다면, 이제는 공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함께 밟고 살아가는 이 땅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단편 영화 두 편을 소개해요. 김무늬 감독의 극영화 〈벽 너머에〉는 커다란 방음벽 앞에서 죽어가는 새들을 기억하는 영화입니다. 신율 감독의 다큐멘터리 〈별나라 배나무〉는 아파트 주위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기록한 영화예요. 자연 속에서 하나의 점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두 편의 영화는 모두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8월 30일 일요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
|
✏️ 〈벽 너머에〉 REVIEW
주인공 '연수'는 소음성 난청으로 항상 귀마개를 낀 채 생활한다.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끼는 귀마개지만, 돌진하는 킥보드를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등 사고의 위험이 공존한다. 아파트를 둘러싸는 방음벽도 마찬가지다. 소음은 분명 그녀와 입주민들에게 불편한 존재지만, 소음을 막기 위해 세운 방음벽은 그녀가 사랑하는 새들을 다치게 한다. 연수는 죽은 새를 발견했던 곳에서 방음벽에 색색의 시트지를 붙이는 아이 두 명을 만난다. 이들은 익숙한 듯 새를 보살피고, 혹여 새가 소음에 놀랄까 몸짓으로 대화한다. 세 여성은 새로 인해 하나가 되고, 새들의 깃털에 그 이름을 함께 호명한다. 다시 찾아간 방음벽 앞, 연수는 그곳에 떨어져 있던 새와 동일시된 듯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도시의 고층 건물을 휘감은 투명한 창문은 방음벽과 다를 것이 없다. 카메라는 방음벽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인디즈 김보민 |
|
|
〈벽 너머에〉
감독 김무늬
출연 김도이, 김지원, 홍정민
17분|극영화|2025
방음벽 근처에서 죽은 까치를 지나쳤던 연수는 두 학생, 고은과 솔이가 까치를 수습하고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을 목격한다. 사방이 막힌 듯한 건물 벽 너머의 숲속에서 연수와 고은, 솔이는 새들을 기록하고 이름을 부른다. |
|
|
✏️ 〈별나라 배나무〉 REVIEW
감독은 어느 날 아파트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홀로 있는 어린 고양이를 구조한다. 〈별나라 배나무〉는 이 고양이가 200g 정도의 무게에서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아 2kg의 고양이로 성장할 때까지의 시간을 담는다. 고양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흔적을 찾아 나선 길에서 감독은 아파트 경계 밖에서 살고 있는 생명들을 발견하게 된다. 남양주 별내라는 서울 근처의 장소. 배나무가 잘 자라는 장소여서 한때 많은 지역 주민이 배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았다는 장소. 시간이 지나 나무는 헐리고 아파트가 지어진 이 땅에서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공간과 시간을 기록하게 된다. 신율 감독의 〈별나라 배나무〉는 아파트의 경계 안과 밖에 자리한 생명들의 모습을 비춘다. 아파트 안쪽에는 하루하루 살아간 자신이 있고, 아파트 밖에는 닭들과 동물들이 있다. 영화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온 별내의 역사를 되짚는다. 동시에 우리는 작은 고양이와 동물들, 그리고 우리의 앞날을 떠올리게 된다. 인디즈 이가람 |
|
|
〈별나라 배나무〉
감독 신율
출연 배나무, 배밭 가족, 룡이, 이수철, 김태린
34분|다큐멘터리|2025
우연은, 찰나에 느닷없이 우리에게 닿고 기억으로 두터워진다. 아파트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게 된 율. 아기 고양이가 버려진 정황을 쫓다 난생처음 아파트 울타리를 넘는다. 그곳은 가을이면 실한 황금빛 ‘배’가 한가득 여물던 땅.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서고 배밭은 사라져 가지만 그 안에 여전히 살고 있는 생명들의 사계를 만난다. |
|
|
이 여름을 '지난 여름'이라 부르기 전에! 막바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 소개해 드려요. 바로 8월 말 - 9월 초에는 한 번쯤 생각나는 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입니다.
충청북도 제천시 일원에서 진행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22살이 되었다고 해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악영화를 만날 수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상영작이 구성되지만, 거꾸로 영화음악을 만날 수 있는 자리도 함께 마련됩니다. 특히 엽연초 살롱에서는 'OST페어'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영화음악을 청음 해볼 수 있고, 또 음반과 굿즈도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입니다. |
|
|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일정
2026. 9. 3(목) ~ 8(화)
📍 상영관
제천문화극장, 제천영상미디어센터 봄 등
🎬 주요 상영작
〈공순이〉 유소영 감독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 김은영 감독
〈캘리포니아를 속여라〉 제임스 맥어보이 감독
〈음악만세〉 박홍열, 황다은 감독
〈유령을 기억하는 법〉 찰리 카우프만 감독
〈잠 못 이루는 밤〉 소성섭 감독 외 |
|
|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
|
|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6, 와이즈파크 8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