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드리머즈> (감독 이광호)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326 〈리틀 드리머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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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오늘의 큐 💡
Q. 꿈은 이루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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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꿈을 자주 꾸시나요? 저는 어찌나 꿈을 많이 꾸는지, 어느 날은 하룻밤 사이에 세 개의 꿈을 꾼 적도 있어요. 꿈의 무대는 주로 그 전날에 잠시 스쳐 지나간 어느 장소인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직장이나 집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잠시 지나쳤던 곳이 꿈의 무대가 되어버리다니, 우리 무의식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오늘 함께 만나 볼 영화 〈리틀 드리머즈〉도 역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꿈에 관한 영화입니다. 야구선수를 꿈꾸었지만 실패를 겪은 '건우'와 집다운 집을 찾아 방황하던 '미나'는 둘에게만 보이는 신비한 아이 '요섭'을 만납니다. 미심쩍게도 '요섭'과 함께하는 순간들은 모든 바람이 이루어지는 시간이었죠. 이내 모두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꿈이 선사하는 달콤함에 빠져 점점 '요섭'을 찾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꿈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현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편안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잠들기 전에 했던 생각이나 걱정들은 모두 잊어버릴 수 있도록 꿈이 열심히 일했던 것일지도요. 마음의 안식처 한구석을 찾아 꿈속에서도 이리저리 뛰어다닌 분들이라면 분명 마음에 들어 하실 〈리틀 드리머즈〉와 함께, 오늘의 인디즈 큐도 다양한 독립영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함께 손 붙잡고 이 지옥을 건너가는 〈지구 최후의 여자〉, '미나'를 연기한 김세원 배우의 단편 〈수림의 꽃다발〉, 서로의 기댈 구석이 되어주는 이모와 조카 사이를 그린 작품 〈선희이모〉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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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틀 드리머즈〉 리뷰|서로를 꾸는 사람들
2. 〈지구 최후의 여자〉와 함께|지옥 속에서도 너와 함께라면
3. 〈수림의 꽃다발〉과 함께|김세원 배우와 함께 한 시간들
4. 〈선희이모〉와 함께|집다운 집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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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꾸는 사람들
〈리틀 드리머즈〉
“영화가 너무 좋다. 골라서 꾸는 꿈 같음.”
인터넷에 소위 '짤'로 돌아다니는 이 글귀는 영화의 수많은 멋진 점 중 두 가지를 잘 말해준다. 먼저 영화는 '꿈' 같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어느 세계로든 훌쩍 떠날 수 있다. 외계인과 싸우는 우주로 갈 수도 있고, 프랑스의 여름 바캉스를 즐겨볼 수도 있다. 게다가 영화는 '골라서' 볼 수 있다. 오늘 필요했던 위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 지금 끌리는 장르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영화도 나름의 맛이 있지만, 내 취향대로 의지대로 어떤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건 더 기분 좋은 일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슬프게도 '현실'과는 정반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은 꿈과 달리 자유롭지도 못하고, 마음처럼 장르나 줄거리가 정해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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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드리머즈〉의 '건우'와 '미나'의 상황도 그렇다. 건우는 오래 해온 야구를 그만두고 야구용품 사업을 벌였지만 수입은 변변찮고 자존감은 바닥이다. 미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이모와 살고 있지만 이모와도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고단한 하루 끝에 보는 영화 한 편이 주는 도피의 맛을 안다면, 이들이 수상한 소년 '요섭'이 보여주는 꿈의 조각에 집착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심지어 그냥 꿈도 아니고 예지몽이라면 매혹되지 않기란 더욱 어렵다. 건우에게 예지몽은 스포츠 토토에서 돈을 따낼 수 있는 금광이고, 미나에겐 꼬여버린 인간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다. 꿈을 넘어, 말 그대로 꿈같은 현실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그러나 그토록 찾아다닌 요섭이 마침내 이들에게 내미는 건 그들 자신의 예지몽이 아닌 서로의 주마등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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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리틀 드리머즈〉는 영화를 말하는 영화라고 느꼈다. 영화의 또 다른 멋진 점 중 하나는 낯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삶을 이해하겠다는 거창한 마음을 먹고 극장에 들어서지 않더라도, 불이 꺼지고 관객이 되는 순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삶에 빠져들기로 택한다. 그리고 영화의 가장 멋진 점은, 그 선택의 결과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남는다는 것. 극장에서 보낸 시간 덕에, 우리는 극장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타인의 고통 앞에서 함께 아파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건우와 미나가 서로의 삶을 꾸어보고 난 후 어딘가 성장한 듯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여전히 현실은 변한 게 없대도, 서로를 조금은 이해한 채로 깨어난 그들의 표정은 극장을 나오는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
몇 번의 꿈을 꿔도, 몇 편의 영화를 봐도, 세상이 우리에게 친절해질 리는 없다. 그렇더라도 서로의 현실에 관객이 되어주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말할 순 없다. 상영시간이 100년은 되는 이 기나긴 인생은 어쨌거나 계속될 테니. 그 긴 시간, 텅 빈 객석에 찾아와 주는 한 명의 관객조차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무대에 서보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주 잠깐 앉아 있다 간 사람조차 내일을 잘살아 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골라서 꾸는 꿈'에서 빠져나와 이 거친 현실로 돌아와 볼 만한 강력한 이유다.
인디즈 강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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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리머즈〉
감독 이광호
출연 유희제, 김세원, 김예은, 지수연, 방태원, 이하랑
96분|극영화|2026
야구를 그만두고 인생의 막다른 길에 선 백수 '건우'와 갈 곳 없이 방황하던 사춘기 소녀 '미나'는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이 '요섭'을 따라 현실과 묘하게 닮은 이상한 세계로 발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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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속에서도 너와 함께라면
〈리틀 드리머즈〉 그리고 〈지구 최후의 여자〉
인간은 이따금씩 불안해진다. 아무런 희망도 없던 인생에 믿을 수 없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적이 내 품 안에서 금방이라도 도망갈 채비를 할 때면 더더욱. 차라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연약한 인간은 스스로를 책망하며 자신이 만든 지옥 속에 고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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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리머즈〉의 주인공 건우와 미나는 각자의 지옥 속에 살고 있다. 아이 요셉은 꿈속에 홀연히 나타나 두 사람에게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기회를 건네준다. 친구들에게도, 부모에게도 못난 어른인 건우는 큰돈을 만지게 됐고, 갈 곳을 잃은 미나는 예상치 못한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하지만 건우와 미나는 그 자리에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 우연은 내게 떨어진 벼락같은 행복이고, 오직 요셉만이 다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연약한 두 존재는 그들을 다시 한번 구원해 줄 요셉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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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여자〉에도 각자의 지옥을 살고 있는 두 인물, 한아와 철이 있다. 한아는 판타지 세계관의 이야기 속에서 남자들을 끝없이 죽이고, 철은 누아르 영화를 고집하며 누군가를 향한 복수심을 분출한다. 그들에게 영화는 두 사람을 지옥으로 내몬 자들에게 마음껏 복수를 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서로 절대 얽히지 않은 것 같던 두 사람은 건우와 미나가 꿈을 통해 스스로와 서로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된 것처럼, 영화를 통해 엉망이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간다.
인디즈 이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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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여자〉
감독 염문경, 이종민
출연 염문경, 이종민, 윤상화
85분|극영화|2026
‘독립영화인들끼리만 돌려보는 독립영화스러운 독립영화 만들기는 싫다’며 어디서 익숙하게 본 듯한 할리우드식 장르영화 시나리오로 지원사업에 계속 떨어지는 무늬만 마초남, 송철! 영화 교양 시나리오 수업에서 만난 ‘남자를 혐오하는 여자’ 구한아를 만나, ‘여성 서사 가산점’을 얻기 위해 뜻밖의 팀플레이를 시작한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 속에서 점차 가까워지는 두 사람. 철이 결국 한아에게 고백공격을 해버린 다음 날... 갑자기 세상에서 구한아가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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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리머즈〉에서 '미나' 역을 맡은 김세원 배우! 일찌감치 인디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작년 여름 '썸머프라이드시네마' 배우 특별전으로 만났는데요. 단편영화 〈유림〉으로 연기상을 받 후 이루어진 특별전이었지요. 김세원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한데 모아 만날 수 있던 그날,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와 함께 왓챠로 볼 수 있는 〈수림의 꽃다발〉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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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 꾸밈없는 얼굴, 솔직한 에너지가 빛나는 김세원은 속으로 말하는 배우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인물의 내면을 조용히 쌓아 올린 뒤 자연스레 밖으로 다시 꺼내 보인다. 그렇게 배우 김세원은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한 채, 어느새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연기는 영화가 끝나고도 이들이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익숙한 착각을 일게 한다. (중략)
〈수림의 꽃다발〉은 큰 사건 없이도 관계의 미묘한 균열을 잘 포착해 낸 영화라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소하지만 불편한 상황들에 서운함은 쌓여가고 큰 문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고 있는 자신에게 답답한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꽃다발과는 비교될 만큼 화려한 남자친구의 꽃바구니가 고마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씁쓸한 감정을 보여주셨는데요, 이런 복합적이고도 미묘한 내면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궁금해요.
수림은 서툰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그 모든 순간에서 수림은 최선을 다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연기했어요. 수림은 상대에게 사랑을 나눠주면서 마음을 채워 나가기보다는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계속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고 꽃다발을 통해서 상대에게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사 없이 인물의 감정이 드러나야 하는 장면이 되게 많았어요. 이럴 때 제가 그 인물로서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생각들 있잖아요. 이걸 좋아할까,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같은 생각들이요. 동시에 이 속마음을 꺼낼 용기는 없고 두렵기도 한데 그럼에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같이 들어서 이런 내면의 감정들을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되뇌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어떤 감정을 가지기보다는 인물이 가졌을 법한 생각들을 저도 같이 마음에 담아두고 스스로 말해보면서요. 그러면 저는 무의식적으로도 저의 표정이나 행동에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사랑이 초라해 보이는 것만큼 스스로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림은 짧은 하루의 시간 동안 그런 마음을 느끼고 있는 인물 같았어요.
맞아요. 수림 스스로도 큰 성장통을 겪은 하루였던 것 같아요. 못난 남자친구였지만 덕분에 깨달음도 있었고요. 아마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 이후로 자신에 대한 발견도 있었으니까요. (중략)
인디즈 서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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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의 꽃다발〉
감독 임시연
출연 김세원, 최용준
23분|극영화|2023
남자친구의 전역을 맞은 수림은 꽃다발을 사기 위해 꽃시장에 간다. 수림은 돈을 아끼고 싶다. 하지만 막상 남자친구를 만나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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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리머즈〉의 '건우'와 '미나'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건, 하나의 '기댈 구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미나'는 집다운 집을 찾아서, 집이 집 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무수히 많은 거리를 쏘다녔었지요. 위은경, 손광민 감독의 단편 〈선희이모〉에서도 같은 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선희이모〉는 올해의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고양이를 부탁해' 부문 최우수 작품상, 배우상, 관객상을 차지했는데요. 진정한 집을 찾아 헤메는 '선희' 이모와 조카 '서연'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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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이모〉
감독 위은경, 손광민
출연 정호정, 위은경
24분|극영화|2026
애견 미용사 선희는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는 강아지를 임시로 맡아주고 있다. 그러던 중 선희의 집에 어릴 적 키웠던 조카 서연이 10여 년 만에 찾아오고 내일 뉴질랜드로 떠난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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