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의 하루〉(감독 임현묵)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88 〈소설가 구보의 하루〉
12월 22일 오늘의 큐 💡 Q. 시시포스 신화를 아시나요? 🪨 님, 그리스신화 좋아하세요? 저는 어릴 적 전국의 초등학교를 휩쓸었던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는데요📖 어린 맘에 불쌍한(😢) 인물들이 몇 명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시시포스였습니다. 영문 표기로는 Sisyphus, 우리나라에선 시지프스, 시지푸스, 시지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명기되기도 하는데요. 시시포스는 신들로부터 큰 바위를 가파른 언덕의 정상에 올려놔야하는 형벌을 받은 인물로, 뾰족한 언덕의 꼭대기에 다다르면 바위가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끝없이 바위를 밀어야만 합니다💦 오늘은 시시포스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소개해드립니다! 1938년 박태원 작가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독립영화 <소설가 구보의 일일>은 주인공 '구보'씨의 하루를 시시포스에 은은히 빗댑니다. 구보씨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매일매일 글을 쓰지만 명확한 꼭대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날 구보씨는 간만의 휴가를 나오게 되는데요. 비록 시시포스는 형벌을 받은 거라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도 매일매일 별다른 결과물이 생기지 않아도 돌을 굴리는 일인 것 같아요🪨 신화와 근대소설, 다양한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재해석한 흑백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를 만나보세요! 흑백영화는 어쩐지 문학적인 느낌이 나지 않나요? 글을 쓰는 주인공이 하루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영화, 홍상수 감독의 <풀잎들>도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두 영화는 형식적으로 비슷하지만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으니 비교하여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제 정말 '최종_최최종_최종수정_진짜최종_찐찐최종Final_연말'입니다. 다음주는 인디즈 큐도 연말느낌 물씬 내며 찾아와볼게요🧣 그럼 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주말 보내고 다음주에 만나요❤️🔥 하루의 끝엔 내일이 있음을 〈소설가 구보의 하루〉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1934년 발표된 박태원 작가의 단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구보(박종환)의 일상을 현대적으로 담아낸다. 일제강점기 시절 정치 체제에 의해 좌절했던 구보가 자본주의 안에서 순수문학을 추구하며 어려움을 겪는 현대사회의 구보로 재탄생했다. 집에서 글을 쓰던 무명 소설가 구보는 어느 날 외출을 한다. 그는 자신만의 시간에 이어 선배, 과거의 연인, 오랜 친구, 새로운 인연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하루를 보낸다. 영화의 영문 제목은 'Sisyphus's vacation', 즉 '시시포스의 휴가'다.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영원히 산 정상으로 올려야하는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 매일 글을 쓰는 소설 속 구보. 두 인물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복되는 일을 견뎌낸다. 감독은 이러한 두 인물에게서 공통된 면을 본다. 익숙해지고 지쳐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느끼기 위해 외출한 구보의 하루는 마치 시시포스와 같은 모습을 내려놓은 휴가인 것이다. 휴가를 나온 시시포스, 구보는 변변치 못한 주머니 사정, 점점 빛이 바래는 듯한 꿈, 막막한 현실을 안은 채 서울을 배회한다. 지금은 폐간된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소설가 구보는 소설 출간의 희망을 품고 출판사 선배 기영(김경익)을 만나지만, 구보의 상업성이 없는 순수문학에는 부정적 답변만이 돌아온다. 이후 이어지는 그의 하루는 여전히 꿈과 현실,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과 그 안에 섞이지 못하고 소외되는 자신의 처지 사이 괴리감이 감돈다. 흑백 화면은 구보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별한 사건이나 직접적 표현 없이 정적으로 그려지는 구보의 모습에서 그의 권태로움부터 소외감, 자괴감, 무력감까지 복잡한 정동이 전달된다. 이에 구보를 연기한 박종환 배우와 김새벽, 기주봉 등 독립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생생한 인물들이 완성된다. 인물이 거니는 서울의 거리도 색채가 사라져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을지로, 종로, 대학로 등 이어지는 풍경은 공백을 머금은 화면 속에서 고즈넉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영화는 커다란 사건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상적인 흐름에 따른 이야기로 채워진다. 그저 우리의 사는 모습을 비추어 보일 뿐이다. 이에 현대인들이 수월하게 공감할 수 있는 번뇌와 방황을 담으면서도 비관적인 끝맺음을 하지는 않아 더 큰 울림을 준다. 하루가 끝날 무렵, 구보는 연극배우 지유(김새벽)를 만나고, 그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루의 끝엔 내일이 있음을. 인디즈 유소은 떨어지는 잎새에도 🍃 홍상수 감독의 2018년 작품 <풀잎들>에는 글을 쓰는 주인공 '아름'(김민희)이 등장합니다. 아름은 그저 앉아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궁금해하고, 지나쳐 나아가죠💭 아름에게 이 모든 과정은 글을 쓰는 과정임과 동시에, 그저 일기 같은 일상이기도 해요. <소설가 구보의 하루>와 묘하게 닮은 듯 다른 흑백영화! <풀잎들>을 만나보세요🌿 죽음 속 삶을 건져내는 얼굴들 〈풀잎들〉 <소설가 구보의
하루>와 <풀잎들>은 흑백 영화이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을 글을 쓴다. <소설가 구보의 하루>
속 구보에게 글 쓰는 일은 직업이지만, <풀잎들>의 아름은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일기처럼 글을 쓸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글감은 카페에서
관찰한 사람들의 대화이다.
영화에는 죽음이 내재되어 있다. 흑백 화면은 낮과 밤, 즉 상징적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어울리지 않는 과하게 경쾌하고 우아한 클래식 음악은 인위적인 불균질을 야기한다. 사람들이 대화
역시 죽음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을 통해 그들의 대화를 관찰하는 아름의 기록은 비관적이고
염세적이다. 홍수와 미나는 어색하게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내 친구의 죽음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물으며 언성을 높인다.
‘친구는 그 죽음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 저 배우를 족치고 싶은 거고
남자는 두려운 거겠지.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면 뭔가 너무 두려운 게 나올까 봐. (...) 이제 저 배우는 어떻게 살게 될까? 저 사람은 오늘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한편 창수는 갈 곳이 없어 후배에게
도움을 청하는 상황이다. 아름의 옆 테이블에서 재명은 동료 최교수의 자살이 여자친구인 순영 때문이라며
몰아붙인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재명의 뒷모습과 순영의 앞모습을 찍는다.
재명의 그림자는 순영의 불안한 내면을 더욱 흔든다. ‘얼굴’이 없는 한 남자는 상대를 일갈하며 그에게 죽음의 고통을 전가한다. 여자는
“우리는 사랑한 것뿐이에요.”라고 되풀이할 뿐이다.
영화 후반부 홍수와 미나는 서로를 향한 경멸을 거두고 어루만진다. 아름에게
그들은 궁색한 자기 변명을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합석 제안에도 아름은
가차없이 거절한다. 아름은 대화의 이면을 끊임없이 관철할 뿐이다. ‘저게
정말 진짜일까?’ 끊임없이 반추한다. 설명하기 힘든 우울함과
세속적이면서도 아무 미련 없는 듯한 허무함이 떠다닌다. 하지만 아름은 고독에 유폐되지 않는다. 타자와의 관계에 냉소적인 아름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합석하여 ‘얼굴들'과 마주하고 있다. 모두가 떠나고 난 뒤 남겨진 카페 빈 자리 곳곳이 카메라에 담긴다.
방금 전까지 온기가 있었던, 하지만 지금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정지된 모습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의 동적인 이미지가 등장한다.
풀잎들처럼, 불안하게 흔들리는 ‘얼굴들’은 추하고 필멸한다. 그럼에도 미끄러지는 관계를 다잡고 얼굴을 맞대려는
궁색한 노력은 예쁘고 단정하다. 인디즈 김정연 ![]() <풀잎들> (감독 홍상수) 커피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 안으로 커피집이 있고 사람들이 커피집 안 여기저기에 앉아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밖에는 건너편 슈퍼 아줌마가 심어 놓은 몇 가지 종류의 야채의 새싹들이 고무대야 안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서로 섞이고 서로에게 익숙해집니다. 한 여자는 그들을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밤이 되도록까지 커피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12월 단편영화 배달 말이죠...(.இ﹏இ`。) 한 달에 한 편씩! 메일함까지 단편영화 배달해드립니다💨 라고 말하는 인디즈 큐!레이션을 기다리고 계셨나요...? 12월에는.....펑크가 났다는 소식입니다 😭
😭
😭 인디즈 큐를 발행하는 인디스페이스가 극장 이사를 앞두고 있어요. 이래저래 정신 없는 연말을 맞으며 단편영화 큐레이션을 한 달 건너뛰게 되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릴게요 ༼;´༎ຶ ༎ຶ`༽ 대신 다음주 수요일, 화려(?)한 시상식 라인업을 가지고 인디즈 큐!는 고대로 찾아오겠습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 현재 영화관은 백신접종자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명붜 등록과 더불어 접종완료 인증을 국가 방역수칙상 필수로 진행합니다.😷 방역수칙 위반시 방문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뚜껑 있는 음료만 반입이 가능해요.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및 접종증명은 필수입니다!(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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