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여자> (감독 염문경, 이종민)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320 〈지구 최후의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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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오늘의 큐 💡
Q.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영화를 찍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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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제작비 500억 원의 영화와 맞붙는 배짱 좋은 SF 영화가 있다? 😵 〈호프〉와 같은 날 개봉을 선택한 SF·로맨틱·블랙코미디·아포칼립스·여성·액션·뮤지컬·다큐멘터리·호러·애니메이션 (아이고 숨차..) 독립영화가 있습니다. 염문경, 이종민 감독이 함께 연출과 연기를 도맡은 〈지구 최후의 여자〉입니다.
〈지구 최후의 여자〉를 말하기 위해서는 앞서 나열한 장르들을 뒤섞는 일이 필요합니다. 영화 제작 지원사업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송철(이종민)'은 여성 서사 가산점을 얻기 위해서 '구한아(염문경)'를 꼬드겨 함께 영화를 제작하죠. 두 사람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SF·로맨틱·블랙코미디·아포칼..의 단어들이 총출동하게 되고요, 그때부터 〈지구 최후의 여자〉는 우리가 영화를 즐기는 방식을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날이 덥다 못해 숨쉬기도 힘들어진 요즘인데요. 우리의 숨통을 잠시 트이게 해줄 시원한 작품들은 영화관 안팎에 있답니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즐기고, 결국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들을 그린 〈지구 최후의 여자〉와 함께 〈잔챙이〉, 〈사람들은 왜 바다를 보러 갈까〉, 〈레인보우〉도 함께 소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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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 최후의 여자〉 리뷰|멸망이 가까워질수록
2. 〈잔챙이〉와 함께|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사람
3. 〈사람들은 왜 바다를 보러 갈까〉|염문경X이종민 콤비의 맛
4. 〈레인보우〉와 함께|그래도, 영화를 멈추면 안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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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이 가까워질수록
〈지구 최후의 여자〉
지구에는 단 한 명의 여자만 남았고, 그녀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남자를 죽이려 한다. 영화는 한아가 구상한 영화 〈지구 최후의 여자〉의 한 장면으로 문을 연다. 현실과 동떨어진 SF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한아와 송철의 현실로 이어진다. 믿었던 멘토에게 시나리오를 빼앗긴 송철과, 유명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배우가 아닌 노출 장면으로만 기억되는 구한아. 이름까지 바꾼 채 살아가는 한아에게 영화는 자신을 잃어버린 공간에 가깝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안은 채 함께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출발은 복수다. 자신들을 망가뜨린 사람을 향한 분노를 이야기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영화를 완성해 가는 동안, 그들이 쓰는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상대를 향해 던졌던 이야기는 어느새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이해하려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향한다. 영화에서 반복되는 ‘영화 속 영화’의 액자식 구성 역시 같은 흐름을 따른다. 허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창작자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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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영화는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여성 배우가 겪는 부조리도 함께 담아낸다. 하지만 오래 바라보는 것은 부조리보다도, 그 시간을 견디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영화를 만든다는 건 세상을 기록하는 일이면서, 끝내 외면하지 못한 자신의 시간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는 끊임없이 ‘멸망’을 상상한다. 모든 것이 끝난다면 무엇을 붙들고 있을 것인가. 반복되는 멸망의 이미지는 세계의 종말이 아니라, 놓지 못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한아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사람이 없는 극장에서 뮤지컬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슬퍼도 노래하고, 기뻐도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는 영화. 영화는 그 말을 지나가는 대사로 남겨 두지 않는다. 한아와 송철이 품고 있던 상처와 분노는 뮤지컬 장면을 통해 비로소 밖으로 흘러나온다. 말로 다 닿지 못했던 마음이 음악을 만나 조금 더 솔직한 언어를 얻는다. 영화는 현실을 대신 살아 주지는 못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드러내고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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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마침내 멸망의 순간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하나둘 촬영 현장을 떠나고, 모든 것이 끝나 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카메라 앞에 남는다. 상처를 준 사람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고, 과거 역시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촬영은 계속된다. 영화는 상처를 해결하지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지도 못한다. 다만 해결되지 않은 삶을 오래 바라보게 한다. 오래 남는 것은 멸망의 풍경이 아니다. 끝이 예정된 순간에도 한 장면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카메라를 드는 일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일임을 마지막까지 조용히 보여준다.
인디즈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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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여자〉
감독 염문경, 이종민
출연 염문경, 이종민
85분|극영화|2026
‘독립영화인들끼리만 돌려보는 독립영화스러운 독립영화 만들기는 싫다’며 어디서 익숙하게 본 듯한 할리우드식 장르영화 시나리오로 지원사업에 계속 떨어지는 무늬만 마초남, 송철! 영화 교양 시나리오 수업에서 만난 ‘남자를 혐오하는 여자’ 구한아를 만나, ‘여성 서사 가산점’을 얻기 위해 뜻밖의 팀플레이를 시작한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 속에서 점차 가까워지는 두 사람. 철이 결국 한아에게 고백공격을 해버린 다음 날... 갑자기 세상에서 구한아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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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사람
〈지구 최후의 여자〉 그리고 〈잔챙이〉
한아와 철은 영화 수업 수강생이자 서로의 영화를 깎아내리기 바쁜 사이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누아르 복수극과 모든 남자를 죽이려는 SF 극은 닿지 못할 아주 먼 대척점에 서있는 듯하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두 영화 모두 영화제에 선정되지 못할 거라는 것뿐.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려는 철의 제안으로 둘은 손을 맞잡고, 전에 없던 새로운 영화를 쌓아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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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지, 영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제3의 세계로 가는 여정에 서있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는 영화를 보고 있다. 〈지구 최후의 여자〉는 극중극으로 연출의 문법을 착실히 따르다가도, 홀연히 다른 장르로 변주해나간다.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세계관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다 보면 영화의 궁극적인 시작점에 다다른다. ‘영화 지망생을 밟고 일어선 영화감독을 고발하는 영화를 찍는 영화’라고 정의하려 한다. 상처를 영화로 승화시키려는 두 인물은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에도 카메라를 멈추지 않는다. 설령 죽어도 혹은 죽여도, 죽지 않는 삶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구 최후의 여자〉가 건네는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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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잔챙이〉는 영화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만드는 일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일이라는 간극을 들여다본다. 유투버 ‘호사마’로 살아가는 호준은 꽤나 잘나가는 낚시꾼이지만 배우라는 정체성을 꺼내오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낚는 사람이 아니다. 배우로서 설 기회조차 없는 호준은 취기에 기대어 남감독 앞에서 연기를 펼친다. 어떻게든 자신을 보여주고 어떻게든 낚이고 싶어서. 어쩌면 호준의 분노는 ‘왜 나를 이용했나요?’보다 ‘왜 나를 이용하지 않았나요?’에 더 가깝다. 아무런 소득 없이 낚시터에 돌아온 호준은 다시 낚싯대를 잡는다. 영화를 그만둔 사람에게도 영화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꿈이고, 어쩌면 잔챙이로 살아간다는 건 다시 한번 낚일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인디즈 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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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챙이〉
감독 박중하
출연 김호원, 임채영, 성환
94분|극영화|2025
낚시 유튜버로는 잘 나가지만 배우로서는 무명인 호준. 유튜브가 아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길 꿈꾸며 그는 낚시 촬영을 가는데... 그 저수지에서 얼마 전 영화 오디션에서 자신을 떨어트린 남감독을 만난다. 낚시터에서는 왕이자 스타인 호준의 세계에 등장한 남감독. 과연 누가 잔챙이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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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여자〉의 연출과 주연을 함께 한 영화인 염문경, 이종민! 이 콤비는 따로 또 각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최근 염문경 감독은 김도영 감독의 영화 〈만약에 우리〉의 각본을 쓰기도 했죠. 이종민 감독 역시 장편과 단편,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넘나들며 연기 활동을 해왔습니다.
두 감독 겸 배우가 함께 손발을 맞춘 단편영화 하나를 소개해 드려요. 어쩌면 〈지구 최후의 여자〉와 주제의 결을 같이 하는 내용일 수도 있겠어요. 사라진 남동생을 찾기 위해 바다로 떠난 '효주'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왜 바다를 보러 갈까〉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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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바다를 보러 갈까〉
감독 이종민, 염문경
출연 염문경, 이종민, 윤정로
28분|극영화|2023
연극배우인 남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였던 효주. 사라져버린 남동생이 몸담았던 사이비 종교, '마음교'의 신도 원영을 만난다. 바다를 보러 강화도로 떠났다는 동생을 원영과 함께 찾아나서는 효주는 어느새 원영을 믿고 의지하며 빠져들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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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이지만 〈지구 최후의 여자〉 속 한아와 송철을 닮은 영화를 한 편 소개해 드려요. 박현영 배우가 주연을 맡고 신수원 감독이 연출한 〈레인보우〉입니다. '지완'은 영화의 꿈을 늘 간직하며 살고 있지만 어쩐지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무슨 영화냐며 가족들은 구박하고, 반복되는 실패에 지완 역시 자신을 돌아보게 되지요. 하지만 우리는 지완의 결말을 알고 있어요.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모로 가도 다시 영화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요.
가는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다시 영화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발걸음, 어쩐지 한아와 송철의 모습이 겹쳐지는데요. 〈레인보우〉가 주는 기운을 받으며 우리 역시 영화에게 마음껏 다가가기로 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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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감독 신수원
출연 박현영, 백소명, 이미윤, 김재록
91분|극영화|2010
영화감독의 꿈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지완. 수년 동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지만 입봉의 길은 멀기만 하다. 어느 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운동장을 달리던 그녀는 물웅덩이 속에서 반짝이는 무지개를 본 뒤, 새 작품을 준비할 희망을 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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