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들> (유재욱 감독)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 322 〈산양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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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오늘의 큐 💡
Q. 일상을 방학처럼 살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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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어느덧 선선해진 아침 공기와 맑은 하늘입니다. 입추 매직, 절기 매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매일의 날씨를 기대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하지만 동해안에는 주말 사이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죠. 모쪼록 비 피해는 없으셨기를, 그리고 지난 더위 속에서도 모두 건강하게 지내셨기를 바라요.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여름 방학의 한복판에서 전해드리는 〈산양들〉입니다. 〈라임크라임〉을 공동 연출했던 유재욱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죠.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박효은 배우가 독립스타상을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승연 배우가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수능을 앞두고 있지만 진로에 대해 그다지 깊이 고민하지 않던 '인혜(박혜진)', '서희(이승연)', '정애(박효은)', '수민(최수인)'을 따라갑니다. 학교에서 함께 키우던 소동물들이 어느 날 살처분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고, 네 사람은 그 길로 동물들을 구하기 시작하죠.
학교와 산을 오가며 펼쳐지는 어드벤처(!)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요? 오직 동물들을 구하는 일만으로도 삶이 풍요롭게 채워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알찬 학교생활이 되지 않을까요? 조금은 엉뚱하지만 일상과 모험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어지는 〈산양들〉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함께 보기 좋은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그리고 박혜진, 최수인 배우의 전작 〈태어나길 잘했어〉, 〈최소한의 선의〉도 함께 가져왔어요. 이번 주 토요일에 열리는 〈산양들〉 인디토크 소식도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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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양들〉 리뷰|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2.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와 함께|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3. 〈태어나길 잘했어〉, 〈최소한의 선의〉|박혜진, 최수인 배우의 전작과 함께
4. 이반리 X 산양들 크로스 G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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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산양들〉
10대에게 삶은 어렵다. 모두가 내게 세계정도는 뒤집어 엎을 꿈을 원하지만, 그 꿈을 향하는 여정이 자신의 기준에 어긋나면 언제든 손가락질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우리에게 성적표란 삶을 이끄는 이정표임과 동시에 미달의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기준이 된다. 영화 〈산양들〉은 수능을 앞두고 이 차가운 성적의 사선 밖으로 밀려난 소녀들의 얼굴을 가만히 비추며 시작한다. 진학 지도실의 답답한 공기를 뒤로하고 학교 사육장 앞을 떠돌던 네 명의 외톨이들. 당장 대입과 성과가 최우선이라 말하는 효율의 세계 속에서, 그들은 폐쇄와 살처분이라는 위기에 놓인 소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른들의 눈에는 입시라는 중차대한 정답지를 내팽개친 엉뚱한 탈주처럼 보이겠지만, 소녀들에게는 당장 자신의 손으로 보듬어야 할 작고 약한 생명의 온기가 그 무엇보다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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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들의 여정을 거창한 영웅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숲속 버려진 터에 텐트를 치고 동물들과 자신들만의 ‘안식처(쉘터)’를 지어가는 소녀들의 발걸음을 그저 일정한 거리에서 묵묵히 따라간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오리의 집을 고치고 밤새 사소한 농담을 나누는 소녀들의 얼굴에는 교실 안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생기가 감돈다. 남들이 다듬어놓은 매끄럽고 평평한 길 대신, 오르기 힘든 숲길을 헤쳐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남들은 쳐다보기도 두려운 가파른 절벽 위에서도 자신만의 걸음으로 바위를 딛고 서는 산양을 닮아있다. 영화는 섣부른 성공이나 화려한 구원의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정해진 궤도를 벗어난 자리에도 여전히 삶은 숨 쉬고 있으며, 그곳에서 나누어 가진 체온이 서로를 얼마나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지를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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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소녀들이 거친 숲속에서 짓는 서툴지만 다정한 표정들은 우리 안의 조급함과 불안을 가만히 매만진다.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한 답안지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혹은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한 삶은 아니다. 험난한 절벽 위에서 이끼를 핥으며 버티는 산양들처럼, 소녀들은 스스로 만든 안식처에서 진짜 연대와 생존의 방식을 배워나간다. 쉽게만 살아가는 매끄러운 길보다, 조금은 모나고 험난하더라도 제 발로 밟아나가는 그 모든 굽이짐이 나라는 존재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영화는 나지막이 일깨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잔상이 남는 까닭은, 그들의 여정이 결국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다다르고 싶었던 진짜 삶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디즈 정다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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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들〉
감독 유재욱
출연 박혜진, 이승연, 박효은, 최수인
107분|극영화|2026
수능 D-200, 삭막한 교실 구석의 외톨이 소녀 4인방! 인혜, 서희, 정애, 수민은 정해진 미래 없이 면접반을 맴도는 특별관리대상이다. 한편, 학교 사육장의 소동물들이 살처분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넷은 힘을 모아 소동물 구출 작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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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산양들〉 그리고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매년 11월의 셋째 주 목요일, 수능 한파와 함께 세상이 잠시 차갑게 얼어붙는다. 아이들은 그날을 위해 일찍부터 미래를 준비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면접을 준비하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산양들〉 속 선생님이 “너네가 살 길은 오로지 면접이다!”라고 외치는 순간, 그들의 미래는 이미 하나의 방향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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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이들이 학교 사육장의 동물들을 데려와 쉘터를 만든다. 고3이라는 시기에 어울리지 않는, 터무니없고 철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네 명의 아이들에게 쉘터를 만드는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남자친구 앞에서 수동적으로 살아온 인혜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생존 방식을 익혀온 서희는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 정애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던 엄마의 부재를 다시 마주하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수민은 아이들과 동물들 사이로 들어온다. 쉘터는 단순히 현실을 피해 숨는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미리 연습해 보는 작은 사회에 가깝다. 무엇을 선택할지, 선택한 것을 어떻게 책임질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어떻게 살아갈지. 학교를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될 아이들이 그보다 먼저 아주 작은 세상을 직접 만들어본 셈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미래를 위한 준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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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더 어린 나이에 비슷한 요구를 받아온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동춘과도 맞닿아 있다. 동춘은 열한 살의 나이에 여러 학원을 오가며 미래를 준비해 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배워온 아이에게, 어느 날 막걸리의 기포가 이상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동춘은 그 신호를 따라 자신이 알던 세계 바깥으로 나아간다. 갑작스런 동춘의 행동을, 어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아이를 바라보며 걱정하고,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하지만 동춘은 어른들이 정해놓은 방향에서 벗어나, 궁금한 것을 따라가고 보고 싶은 것을 직접 찾아간다. 〈산양들〉의 아이들이 대학이라는 정해진 다음 단계 대신 동물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쉘터를 만들었던 것처럼, 동춘 역시 어른들이 마련해 놓은 미래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방향으로 걸어간다.
두 영화에서 아이들이 선택한 것은 거창한 꿈이 아니다. 지금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궁금했던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갔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혼자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만난다.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즐거움, 낯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설렘, 선택한 일을 책임을 지는 마음. 어른들이 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였던 시간이, 아이들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간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동안에는 만나지 못했을 것들이다.
인디즈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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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감독 김다민
출연 박나은, 박효주, 김희원
91분|극영화|2024
“왜 이렇게 살아야 해요?” 11살 동춘이가 질문했더니, “톡톡-.- 톡톡톡-.-…” 막걸리가 로또 당첨번호를 말해줬다?! 국영수는 기본! 창의과학, 태권도, 미술, 코딩까지 이렇게 바쁜데, 이젠 페르시아어도 배워야 한다니… 멍 때리기가 유일한 취미인 인생 권태기 11살 동춘이에게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막걸리가 말을 걸어온다. 이건 모스부호? 게다가 페르시아어라고? 인생이 궁금증 투성이인 동춘이에게 막걸리가 꼭 전하고 싶은 비밀은 뭘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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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디깅의 맛, 그것은 바로 배우들의 전작까지 함께 살펴보는 데 있죠. 이전 작품들을 보고 나면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변화도 눈에 들어오고요, 함께 출연했던 배우는 누가 있는지 또 호흡을 맞춘 감독은 누구였는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독립영화인 관계도를 자연스럽게 그리게 된답니다.
〈산양들〉에서 재기 발랄한 사총사를 연기한 박혜진, 이승연, 박효은, 최수인 배우 중 두 배우의 전작을 함께 살펴봅니다. 최진영 감독의 〈태어나길 잘했어〉와 김현정 감독의 〈최소한의 선의〉를 들고 왔어요. 두 작품에서는 지금보다 더 앳된 얼굴의 박혜진, 최수인 배우를 만날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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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길 잘했어〉
감독 최진영
출연 강진아, 박혜진, 홍상표
100분|극영화|2022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홀로 살아가던 씩씩한 춘희,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그에게 봄처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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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
감독 김현정
출연 장윤주, 최수인
110분|극영화|2024
고등학교 교사 ‘희연’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난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보고자 고3 대신 고1 담임을 맡고, 집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지만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계속되는 임신 실패에 점점 힘들어질 때,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담임으로서 의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자꾸만 감정적인 선을 넘어오는 ‘유미’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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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반리에 살고 있다면, 〈산양들〉 안팎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분명 한 시간으로는 부족할 인디토크가 찾아옵니다. 다가오는 토요일, 〈이반리 장만옥〉을 연출한 이유진 감독의 진행으로 〈산양들〉의 유재욱 감독, 노다해 촬영감독, 박혜진·최수인 배우와 함께하는 GV가 열려요. 특히 노다해 촬영감독은 〈이반리 장만옥〉의 촬영도 맡았던 만큼, 두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도 더욱 풍성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부터 서로 함께 작업하며 겪었던 에피소드까지 궁금한 분들이라면, 이번 인디토크에 꼭 참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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